[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일본인 야구 스타들이 메이저리그(MLB) 점령에 나섰다.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가 초반부터 뜨거운 활약을 펼치면서 ‘미국 정복’에 나서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7억 달러(약 924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한 오타니에 대한 관심도가 제일 높았지만 정규리그가 시작하고 나서는 이마나가가 폭풍 같은 성적을 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마나가는 최근 MLB 사무국이 선정한 내셔널리그(NL) 이달의 신인에 선정됐다. 그는 7경기에서 41⅔이닝을 소화하면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08의 특급 투구를 펼치고 있다. 43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단 5개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MLB 전체 1위, 다승은 공동 3위다. 피홈런도 아직 1개도 내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컵스의 전설적인 투수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그로버 알렉산더(1920시즌), 워렌 해커(1952시즌), 제이크 아리에타(2015시즌) 이후 4번째로 컵스에서 데뷔 첫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5 아래를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일본프로야구(J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서 8시즌 동안 64승 50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에 입성했다. 4년간 5300만달러(약 696억7000만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컵스가 구단 옵션을 행사하면 이마나가의 계약 총액은 8000만달러로 늘어난다.
좌완 투수인 그는 최고 시속 155km의 직구를 던지지만 평균 직구 속도는 92마일(약 147km)에 불과하다. 올해 MLB 평균 직구 속도(94마일·약 시속 151.3km)보다 2마일 느리다. 하지만 정교한 제구력이 돋보인다. 수직 무브먼트가 3.2인치(약 8.2cm)로 전체 4위다. 그만큼 직구가 홈 플레이트에 떨어지지 않고 힘 있게 온다는 뜻이다.
직구와 곁들여 던지는 스플리터(직구처럼 오다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아래로 휘는 변화구) 효과도 보고 있다. 총 구종의 30.3%의 비율로 던져 직구(57.9%)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스플리터로 가장 많은 삼진(21개)을 잡아냈다.
이마나가는 ‘던지는 철학자’로 불린다.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 붙은 별명이다. 그의 글러브 안쪽에는 ‘역경이야말로 각성할 때’라는 어구가 새겨져 있다. 고교 시절 야구부 감독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마나가의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투수가 좋은 투수” 등의 어록은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2022년 6월 7일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고 난 뒤에는 “누구도 아닌 한 투수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도 말했다.
그의 유머 감각이나 주심에게 새 공을 받을 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지난 2일 뉴욕 메츠전이 끝난 뒤에는 뉴욕에서 경기에 나선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스파이더맨’에서 본 호텔 풍경을 알아봤다”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NBC스포츠는 “이마나가를 친절한 ‘쇼타-맨’으로 불러달라”고 썼다.
다저스의 오타니는 '야구 천재'다운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 갑작스럽게 닥친 통역사의 ‘도박스캔들’로 심리적으로 어려운 기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38경기에서 타율 0.355(152타수 54안타) 11홈런 2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3으로 NL 타율과 최다 안타, OPS 1위, 홈런 2위, 타점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오타니는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해 올 시즌은 타자로 나선다. LA 에인절스에서 뛰던 2021시즌과 2023시즌 아메리칸리그(AL) MVP(최우수선수)만 2회에 오른 그는 올 시즌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같은 팀의 야마모토도 안정감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선발 등판해 1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를 펼친 그는 이달 들어 완전히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6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했고 8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8이닝 2실점 호투하며 모두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 성적은 8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2.79. 내셔널리그 42이닝 동안 47개의 삼진을 잡은 점이 돋보인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2년 최대 3억2500만 달러(약 4215억원)의 특급 계약을 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6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와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64에서 0.262(145타수 38안타)로 조금 떨어졌다. 2번째 타석에서 시즌 4호 2루타를 날렸다.
같은 날 컵스전에 나선 김하성은 4타수 1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0.210에서 0.211(142타수 30안타)로 조금 올랐다.
한편, 불법 도박 채무를 갚으려고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댔다가 기소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 법무부는 미즈하라가 도박 빚을 변제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거의 1700만달러(약 232억원)를 불법으로 이체했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즈하라는 은행 사기 1건, 허위 소득 신고 1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 은행 사기의 최대 형량은 징역 30년, 허위 소득 신고는 최대 징역 3년이다. 미즈하라는 오는 14일 법원에서 이 두 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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