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최가윤 객원기자] 올림픽, 월드컵,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등 메가스포츠이벤트에서 나온 역사적인 순간을 떠올려보면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명장면과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캐스터는 팬에게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선수에겐 생애 최고의 순간을 선물한다.
준수한 외모와 탄탄한 발성을 갖춰야 하는 직업, 볼만한 콘텐츠가 급증하고 스포츠 채널이 늘어난 요즘 갈수록 선망이 대상이 되어가는 스포츠 캐스터를 탐구했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대학생 기자단의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김원석 아나운서다. 화려함 뒤의 고충, 높은 경쟁률을 뚫는 법 등을 담았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포츠 캐스터이자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원석입니다.”
- 캐스터란 직업을 소개해주세요.
“많이 알고 계시다시피 스포츠 현장을 방송으로 만들어주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경기를 설명하고 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포츠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경기의 재미를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 아나운서와 캐스터의 차이는?
“일반 아나운서는 비디오적인 부분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캐스터는 좀 더 오디오적인 측면이 강화됩니다. 그리고 아나운서는 뉴스, 라디오, MC, 프로그램 진행 등에 포커스가 있다면 캐스터는 스포츠에만 한정돼 있습니다. 캐스터는 얼굴이 나올 일이 거의 없어요. 종목, 그림 자체가 메인이기 때문에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 숙련도가 필요합니다. 스포츠 시청은 경기 자체에 집중돼야 하는데 캐스터가 미숙하거나, 룰 숙지를 못 한다거나, 어색하게 표현한다면 듣는 팬들에게 불편하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어요. 그래서 지식을 훨씬 많이 활용해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야구 하이라이트 더빙을 합니다. 하루 일과는?
“더빙할 때는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가요. 오후 6시 30분 경기는 30분 전쯤 도착해 미리 저녁을 먹습니다. 이후 기록원님께서 뽑아 주신 자료들을 보고 오늘 경기 포인트를 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어느 부분이 중요할지, 어떤 내용이 하이라이트의 핵심이 될지 편집 PD님과 소통합니다.
이후 MBC스포츠플러스 중계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들어가요. 하이라이트가 방영될 때 다음 경기로 넘어가면 실시간으로 바로 더빙을 해야 합니다. 촌각을 다투기도 하고 생방송으로 봤을 때 위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방송이 모두 종료되면 퇴근합니다. 길어질 때는 자정이 된 적도 있죠. 집에 도착하니까 새벽 1시였어요. 출근 시간만 정해져 있고 퇴근 시간은 야구 경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연장을 싫어합니다.”
- 현장 중계 시 하루 일과는?
“종목마다 다르고 중계 담당 PD님마다 달라요. 대체로 경기 시작 시간보다 2시간 30분~3시간 전쯤에 미리 도착해서 선수들보다 일찍 현장 분위기를 파악해요. 선수들이 들어오면 만나면서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 어떤 점을 신경 써서 보면 좋을지 등을 미리 파악하고요. 그리고 해설위원님이랑 방송을 어떤 내용들로 이끌어갈 것인지, 오프닝 내용을 어떻게 꾸릴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래서 현장 중계를 갈 때는 경기 시작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합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까지가 하루 일과입니다.”
- 하이라이트 더빙의 어려움은?
“현장 중계는 실시간으로 흐름에 맞춰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동작을 따라가서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야 해요. 하이라이트 더빙은 경기가 진행된 후 들어가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이미 진행된 경기를 보고 상황 판단을 한 뒤 어떤 멘트를 할지 더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차이가 있어요.
다만 하이라이트 더빙은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해요. 생방송에 들어가야 하고 내가 준비가 안 되면 방송사고로 크게 이어질 수 있잖아요. 극적인 장면들만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에선 계속 높은 텐션이 계속 이어져야 하거든요. 5~10분을 위해 온 힘을 짜내야 해서 끝나고 정말 녹초가 됩니다."
- 낯선 종목을 중계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공부법이 궁금합니다.
“생소한 종목에도 데이터가 다 남아요. 경기 내용, 이전 중계들을 보면서 공부했어요. 기본적인 룰과 어떤 표현이 있는지 다 알아야 하다 보니까 받아쓰기도 해봐요. 그리고 모르는 표현, 룰이나 애매했던 상황을 더 검색하고 찾아보는 거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종목인데 농구, 배구 같은 경우 용어도 많고 팬층이 두꺼워서 시간을 더 두고 준비해야 해요. 인기 종목 같은 경우 많은 그만큼의 애정도 있어야 표현하는 방법이 더 디테일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시간 싸움인 것 같아요. 짧은 시간 동안에 얼마나 몰입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포츠 캐스터·아나운서 채용 과정은?
“회사, 채용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서류 전형이 1차입니다. 그때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해요. 두 번째는 카메라 테스트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뉴스나 기타 원고 등을 얼마나 실력 있게 읽는지, 카메라 앞에서는 어떤 이미지로 보이는지를 확인합니다.
요즘은 서류와 카메라 테스트 사이에 영상 전형이 따로 있는 곳이 많아요. 미리 찍어둔 포트폴리오 영상이나 지정 원고, 또는 자기소개를 영상으로 찍어 제출하는 방식이 있어서 그 과정에서도 많이 걸러집니다. 그 다음 카메라 테스트를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카메라 테스트 다음에는 실무 면접입니다. 없어지는 추세긴 하지만 사이에 필기시험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일단 실무 면접으로 들어가게 되면 앞에 면접관들이 있어요. 카메라 테스트를 기반으로 면접을 하는데 과제가 주어져요. 예를 들어서 어떤 제시어를 줬을 때 1·3분 스피치 수행, 또는 스포츠 직접 중계 등을 과제로 받습니다.
이후에는 면접관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집니다. 매력 있게 답변하면 마지막 임원 면접이 있어요. 회사 사장단까지 올라가서 4명 정도 면접관과 얘기를 더 해보는 거죠. 실무 면접과 거의 똑같아요. 과제도 있고, 질문들만 있을 때도 있어요.
채용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서류, 카메라 테스트, 실무 면접, 임원 면접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준비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카메라 보고 연습하고, 뉴스를 읽고, MC 원고를 낭독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그냥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서류 불합격이 힘들어요. 자기소개서가 결국 면접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진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어떤 점을 강조하고 내 약점을 어떻게 감추고 나의 장점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싸움이 결국 서류에서 다 걸러져요. 이 문턱을 넘어서기가 가장 힘들어요. 서류 합격률마저 떨어지는 추세다 보니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듭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나운서 같은 경우 특히나 바늘구멍입니다. 1,2명 뽑는 자리인데 지원자는 1000명이다 보니 불합격을 마주할 확률이 더 큰 싸움이기는 해요."
- 본인만의 합격 비결이 있다면?
“'면까몰(면접은 까볼 때까지 모른다)'이라 하잖아요. 힘을 아예 안 들였거든요. 이 회사에 지원했을 때 사실 크게 생각을 안 하고 들어갔어요. ‘안 돼도 그만, 되면 땡큐’ 이런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준비 과정에서 기가 바짝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봤을 때 힘을 엄청나게 줘서 ‘아 좀 부담스러운데’라고 느끼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합격 팁이었던 것 같아요. 힘을 빼니까 자연스러워지고,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매력으로 보이는 것들이 선순환으로 작용해 합격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실제로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도 크게 긴장이 안 됐어요.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생각이 있어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어요. ‘될 대로 되라’는 막무가내식 접근법이 있었기 때문에 ‘얘 뭐지, 얘 뭔 자신감이지’ 하면서 조금 더 깊게 봐주셨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다 간절하거든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저 너무 간절합니다. 몸을 다 바쳐서라도, 진짜 매일 연장전에 들어가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필하면 부담스럽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조금은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편하게 임하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아나운서 준비 시 학원은 필수인지?
“처음에는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필수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공개채용으로 뽑는 곳이 이제 거의 없고 학원 추천으로 많이 뽑아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편한 제도라서요. 학원에서 미리 검증된 분만 추리니까 서류, 영상을 검토하는 노력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는 시스템이라 채용 측에서는 편한 제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원을 다녀서 추천 기회를 받는 게 어쩌면 조금 더 빠르게 될 수 있는 방법이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움에 있어서는 학원이 필수는 아닌 것 같아요.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많고, 도움받을 수 있는 방식들도 다양해졌습니다. 저 역시 추천이었습니다만 공채 때는 사실 학원의 영향이 그렇게 크진 않아요. 근데 추천 빈도가 훨씬 많고, 그때 학원의 힘이 정말 강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봐야죠.”
- 캐스터는 보통 정규직이 아닌 건지?
“캐스터도 물론이겠지만 요즘엔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이 다 계약직, 프리랜서 조건으로 뽑혀요. 정규직은 진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1년에 많아 봐야 3~4개 정도만 정규직 채용이기 때문에 이 분야는 이제 거의 프리랜서 개념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아요."
- 경상남도 양산 출신인데, 사투리 교정은 어떻게 했는지?
“고등학교 때부터 아나운서가 돼야겠다고 결심해서 무조건 대학은 수도권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도권을 가야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환경을 그곳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진학 후에는 고향 친구들을 거의 안 만났어요. 서울에 있는 친구들만 만나고 그들과 생활하면서 표준어를 따라 하려 했습니다.
경상도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들리는 말이 다 사투리인데 그러면 고칠 수 없어요. 절대 못 고쳐요. 근데 들리는 말이 서울말이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사투리를 고쳐 나갔어요. 최대한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당연히 좀 어색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 어색함을 내가 어색하다고 느껴버리는 순간 장벽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것을 몇 년 동안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서울말이 조금 더 익숙해졌어요.”
- 언어인지과학이 전공인데. 전공이 중요한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이는 게 이 분야인 것 같아요. 예체능 전공자도 도전하고, 일반 학과 전공 사람들도 준비해요. 이과, 문과 할 것 없이 다 열려 있습니다.
방송 쪽 학과를 나와야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지, 스포츠 관련 학과를 나왔을 때 캐스터 되는 게 유리하지 않느냐고 많이 질문하세요. 관련 학과를 나왔을 때 조금 더 그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은 명확하게 있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다 똑같은 환경에 있어요. 각자 처한 환경에서의 디테일한 경험이 나만의 장점이자 무기가 될 수 있어요."
- 방송·영상·뉴미디어 이중전공을 했다.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넓게 봤을 때 아나운서가 미디어 분야의 직업이잖아요. 어떻게 미디어를 바라볼 것인가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목을 보면 프로그램 분석, 미디어 콘텐츠 분석, 또는 매체를 분석하는 게 있어요. ‘과거에는 이랬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식으로 시야를 확장할 수 있게 돼요. 저 같은 경우 프리랜서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요. 강의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정보들이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캐스터가 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활동은?
“하나를 딱 정해서 꼽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경험한 활동과 그 활동의 경험이 모여서 지금의 제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롯데그룹 대학생 서포터즈는 다양한 계열사를 체험해 보면서 어떤 분야가 있고, 내가 몰랐던 장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 볼 수 있었습니다. 홍보 콘텐츠를 만들면서 제작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내면서 기획자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요.
SPOTV NOW 서포터즈는 스포츠 환경이랑 밀접해서 이 분야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SPOTV에 방문해 방송 PD님들, 캐스터님 등 현업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관리자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경험치를 얻기에 좋았어요.
학교 홍보대사는 가장 영향력이 컸다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에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어요. 사회적으로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거든요. 이 활동이 기반이라고 생각해요. 한 집단에서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들을 심어줬던 활동이었어요."
- 캐스터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스포츠 자체에 대한 애정인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가져야 할 스킬 같은 것들은 배우면 습득할 수 있어요. 말을 열심히 하거나 연습으로 충분히 되는 것들인데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면 새로운 종목을 만났을 때 쉽게 몰입하지 못할 것 같아요. 애정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족구도, 볼링도, 레이싱도 중계를 하다 보면 그 종목만이 가진 도파민이 많이 느껴져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돼요. 끝나 있을 때는 제가 진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거예요. ‘너무 즐겁다, 재밌다’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 힘들지 않게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직업병이 있다면?
“축구를 할 때, 스포츠를 볼 때 계속 중계를 해요. 어떤 상황만 일어나면 '아~' 이러고 있어요. 골키퍼여서 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중얼중얼하고 있어요. 직관할 때도 ‘당겼어요. 떴어요. 아~ 안타! 좋아요!’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 장면을 봤을 때 바로 튀어나오는 무릎 조건반사 느낌이에요. 스포츠에 있어서는 파블로프의 개가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게 직업병인 것 같아요.”
- 캐스터의 매력은?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매력 같아요. 또 팀이 이겼을 때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캐스터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현장, 그 순간에 내 목소리가 함께 한다는 게 진짜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기록되면서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남길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짜릿한 순간을 선물해 줄 수 있는 방식이 SNS의 발달로 다양해졌다는 거죠."
- 스단점은?
“스포츠를 봄에 있어서 일로써 느껴진다는 게 단점인 것 같기는 해요. 사이클이 있어서 좋았던 시기, 나빴던 시기가 물론 교차하겠지만 결국에는 일로써 느껴지는 지점이 있을 거란 말이죠. 완벽하게 몰입할 수 없는 상태가 결국에 찾아올 때가 있거든요. 연장을 갈 때, 퇴근 시간이 지연될 때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사이클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스포츠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좋아했던 게 일이 되니까 취미 하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있어요. 항상 이런 사이클 속에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로 점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릴스로 하이라이트 더빙을 올리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혀 계획된 게 아니었거든요. 당시에 생각보다 제 준비가 빨리 끝났어요. 근데 제 차례는 아직 한참 남아있었던 거죠. 거기서는 준비가 끝나면 할 게 아예 없어요. 그래서 심심한데 뭘 해볼까 하다가 ‘이 장면 좀 특별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갑자기 딱 드는 거예요. 언젠가 한 번은 이 모습을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그냥 카메라를 세로로 세워두고 촬영을 해봤어요.
근데 그날따라 유독 힘든 거예요. 유난히 힘이 들어가고 목이 더 아프길래 찐 반응이 나왔어요. 그걸 돌려보니까 나름의 콘텐츠적인 가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릴스로 올려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죠. ‘진짜 참신하다’, ‘이렇게 했던 거구나’, ‘아 이게 라이브였어?’ 예상치도 못하게 좋은 반응을 얻은 거죠. 정말 뜬금없이 시작했던 일이 좋게 풀려서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야구 하이라이트의 걔’의 칭호, 만족하는지?
“제가 칭호를 만들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원조가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서프라이즈의 걔'잖아요. 같은 MBC 계열사이니 내가 이 타이틀을 쓰는 것은 상관없지 않냐는 생각이 있어서 칭호를 가져왔죠.
내가 지금 하는 것들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딱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단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문구를 차용한 거죠. 사실은 저도 별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단어를 한번 썼어요. 그러고 나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들, SNS 상에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한마디의 핵심 키워드가 잡혀 나가서 앞으로 이 타이틀로 나를 소개해야겠다고 돼서 지금까지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 스포츠 중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제가 아직은 중계를 그렇게 많이 나가보지 않은 신입 캐스터라 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해보자면 스포츠 중계는 ‘팬과 스포츠를 이어주는 가장 가까운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스포츠를 마주할 수 있는 장소가 현장 아니면 중계잖아요.
화면으로 봤을 때 선수 움직임이나 경기 내용, 모든 것들의 흐름을 자세히 접할 수 있어요. 정보량이 더 많아지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설과 캐스터는 필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팬들이 봤을 때 어떤 내용을 많이 알면 좋을지 등을 고민해 보는 것은 캐스터의 역할이죠. 그래서 정말 좋은 경기를 보고 싶다면 중계를 보는 것도 추천해요.”
- 앞으로의 목표는?
“목표를 엄청 크게 잡는 편은 아니라서, 나에게 주어진 다음 중계를 잘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좀 더 넓혀봤을 때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은 있어요. 바람에 가까운 거죠.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목소리나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꿈은 항상 있어요.
올림픽 한 경기 중계를 여러 방송사에서 할 때 특정 채널을 선택하는 이유가 좋아하는 캐스터가 그 중계를 하기 때문에였거든요. 제가 그 선택의 이유가 되고 싶어요.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내가 하는 중계를 보고 싶어서, 내 멘트를 좋아해 줘서 등이 됐으면 좋겠어요. 존재 가치가 명확한 사람이 되는 게 평생의 목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 스포츠 캐스터 바닥이 바늘구멍이기도 하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아요. 근데 수요는 항상 있죠. 결국 끝이 없는 정말 막막한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만 할 겁니다. 그런데 계속 애정을 갖다 보면, 결국엔 관심이 되고 나의 역량이 될 때가 있을 거예요. 그게 저는 남들과 달랐던 포인트였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리가 없을 수 있고, 채용이 안 뜰 수 있고, 기회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해보는 것도 좋아요. 직업병이라고 소개했는데 이것 또한 하나의 좋은 연습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얼중얼 중계를 해보는 거예요. 항상 마주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 내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어떻게 표현하는지 생각해 본다면 좋은 연습이 될 수 있거든요. 중계를 보더라도 허투루 보지 말고 지금부터 캐스터가 됐다고 생각하고 이 경기의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직접 분석을 하는 것도 추천해요. 언젠가는 또 좋은 캐스터로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파이팅!"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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