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시현 객원기자] "골~ 그린 레볼루션, 송 스타, 송민규! 전북이여, 영원하라!"
축구장에 가면 이렇게 우렁찬 목소리의 콜이 나온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를 공식적으로 이끌어가고 여러 사안을 공지한다. 하프타임 이벤트를 비롯한 그라운드 안팎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더 중요한 역할도 있다. 서포터와 호흡을 맞춰 열광적인 응원을 유도한다.
스포츠잡알리오 대학생 기자단이 K리그1 최다 우승(9회)에 빛나는 명문 클럽 전북 현대 모터스의 목소리, 이정표 아나운서를 찾았다. 17년째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의 별칭)을 지키고 있는 그는 2011년부터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아나운서로도 활약 중이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포항 스틸러스와의 19라운드가 있었던 6월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방송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북 현대 모터스와 국가대표팀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표입니다."
- 구체적인 업무가 궁금합니다.
"경기 당일 2시간 전부터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미팅을 진행합니다. 전체 흐름을 확인하며 경기 시작 전 일부러 목을 많이 긁어요. '이곳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주신 관중 여러분' 같이 자주 쓰는 멘트를 30~50회 정도 반복하며 그날의 톤을 만듭니다.
코로나19 때부터는 팬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전북 현대 유튜브 채널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JP(이름 정표의 이니셜)로 구단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 직업이 특이합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되는 방법은.
"특별히 이 직업만을 위한 준비 방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본인이 관심을 갖고 구단이나 대행사에 연락해 면접을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아나운서보단 MC로 마이크를 처음 잡았습니다. 당시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우연히 대행사와 인연이 닿아 전북의 장내 아나운서를 맡게 됐습니다."
- 선수들의 콜 네임을 대부분 만드는데 어디에서 착안하는지.
"평소 잡지, CF를 봤을 때 다가오는 멘트나 구절들이 있어요. 워딩을 저장해두고 많이 참고합니다. 2009~2013년, 또 2015년 전북 소속 선수였던 '녹색 독수리' 에닝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파격적인 공격력과 강렬한 프리킥이 독수리 같았기에 특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 2011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KFA)와 연을 맺고 대표팀 경기도 맡고 있다.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어요. 전북 아나운서로 3년째 재직할 당시 협회로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가나와의 A매치 아나운싱을 부탁받았습니다. 가나전 한 경기만 진행하기로 했기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욕심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요. 이 모습을 (협회 측에서) 좋게 봐주셔서 계속 불러주신 게 1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한 것이 롱런의 비결인 것 같아요."
- K리그와 대표팀 간 차이점이 있다면.
"경기를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건 같습니다. 그러나 전북 소속으로는 선수들과 팬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초점을 맞춰요. 반대로 국가대표 경기는 선수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나라를 위해 싸우기에 조금 더 비장하게 아나운싱하는 마음가짐이 차이입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아나운서로서 심혈을 기울이는 점은.
"장내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국내에 100명이 넘지 않는 희귀한 분야라고 알고 있어요. 특히 축구 국가대표팀 아나운서는 대한민국에 딱 한 자리입니다. 모든 아나운서의 꿈의 자리라는 것을 잘 느끼고 있고 모든 환경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프라이드를 느끼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되고 앞서가는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있어요. 경기 당일에는 모든 스케줄을 뒤로 하고 경기 흐름, 전술, 포지션을 더욱 꼼꼼하게 분석하려고 노력합니다."
- 당혹스러웠던 순간이 있다면.
"골을 얼마나 임팩트 있게 외치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보통은 주·부심의 수신호를 보며 판단하고 크게 골을 외치곤 합니다. VAR 시스템이 도입된 후에는 골이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골 취소를 외칠 때 팬들과 정말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 수입은 다른 직업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종목 장내 아나운서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축구는 보통 3월부터 12월 초까지 시즌이 진행되는데요. 약 9개월 동안 한 달 평균 2~3경기만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과 수입에서 차이가 있죠. 현재 전북과 대표팀 경기가 없는 날에는 선수 토크쇼 같이 부수적인 축구 관련 행사에서 MC를 맡고 있습니다."
- 장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중점적으로 준비하면 되는지.
"평소 온 마음을 다해 축구를 좋아해야 해요. 진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목소리가 좋으면 장내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강점이 되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 목소리를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가 더 매력적인 요소라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그라운드에서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 발성 연습을 통해 경기장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경기장을 많이 돌아 다니면서 여러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장내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사실 겉으로 볼 땐 화려한 직업이라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아닙니다. 뒤에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아요. 겉만 보고 아나운서를 지원하기보다는, 정말 축구를 좋아하고 이 팀을 위해 목소리로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저는 전북 현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로 K리그1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10개 이상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에 아나운싱을 한 행복한 사람이에요. 대한민국의 아나운서로서는 월드컵 3회(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올림픽 3회(2012 런던, 2016 리우, 2020 도쿄) 아시아 최종예선 진행에 참여했고요. 최근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초청을 받아 카타르 현지에서도 아나운싱을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큰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목이 허락하는 때까지, 길게 아나운서 생활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파이팅!"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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