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이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면서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패럴림픽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왔다.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절반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유의미한 성적도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중계 시간이 짧게 배정되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국 패럴림픽 대표팀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따내 종합 순위 22위에 올랐다. 한국이 금메달 6개 이상을 획득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 대회와 비교해 순위가 뛰어 올랐다. 당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41위까지 떨어졌다.
이번 패럴림픽에는 17개 종목 83명의 태극전사가 출전했다. 개막 전 목표는 ‘금메달 5개·종합 순위 20위권 진입’이었다. 무난하게 목표를 채웠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과감한 세대교체와 스포츠 과학 지원 등을 통해 대표팀 체질을 개선에 나섰고 그 효과를 잘 본 것으로 풀이된다.
사격 박진호(강릉시청)는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와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에서 2관왕에 올랐다. 사격 조정두(BDH파라스)는 P1 남자 10m 공기권총 스포츠등급 SH1에서, 탁구 김기태는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은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에서 우승하면서 보치아 종목 10연속 금메달을 달성했다.
탁구의 김영건(광주광역시청)도 남자단식(스포츠등급 MS4)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감동도 이어졌다.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은 김황태(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수영 750m, 사이클 20㎞, 육상 5㎞를 달리는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이자 핸들러(경기 보조인) 김진희 씨에게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태권도 주정훈은 남자 80㎏급 스포츠등급 K44 8강에서 골반을 다쳐 걷기조차 힘든 통증을 안고도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동메달을 따낸 뒤 “메달과 (평소 좋아하셨던) 고기반찬을 들고 할머니 묘소를 찾겠다”고 했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할머니 댁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사고를 당했다. 할머니는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세대교체에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5개 종목 20명의 선수를 이번 패럴림픽 메달 후보로 선정했다. 이들은 스포츠의과학팀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집중 지원을 받았다.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첫 출전이었다.
휠체어 펜싱 권효경(홍성군청)은 첫 패럴림픽 출전에서 여자 개인전 에페(스포츠등급 A)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 종목에서 메달이 나온 건 1996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배드민턴 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남자복식(스포츠등급 WH1, 2)에서 은메달을 땄다. 대표팀 최연소 선수인 보치아 서민규(안산시장애인체육회)는 혼성 단체전에서 4위에 올랐다.
다만 메달이 특정 종목과 특정 선수에게 쏠린 현상은 아쉽다. 금메달 6개 중 3개는 사격에서 나왔다. 총 메달 30개 중 절반에 가까운 14개가 탁구(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에서 나왔다.
보치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따낸 정호원은 2008 베이징 대회에서부터 태극마크를 단 베테랑이다.
올림픽과 다르게 패럴림픽 경기를 생중계로 보기 힘들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패럴림픽은 올림픽, 월드컵 등과 다르게 중계를 해야 할 의무가 없다. 광고 수익 감소 등의 이유로 방송 사업자들은 중계를 꺼린다.
다만 중계시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예지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달 장애인 스포츠 시청권 보장을 위한 3법인 '스포츠 기본법', '스포츠산업 진흥법',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스포츠 시청권 보장 3법은 스포츠 기본법에 장애인스포츠가 방송편성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국가·지자체의 시책 마련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이다.
김예지 의원은 “패럴림픽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패럴림픽 중계율은 올림픽 대비 너무 저조하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동등한 수준으로 중계될 수 있도록 개정안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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