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스포츠Q(큐) 김예진 객원기자] 이윤희(44·포항시체육회)의 배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윤희는 1997년 당시 최고액인 3억7000만원(계약금 1억7000만, 학교지원금 2억)에 LG정유(現 서울 GS칼텍스 KIXX)에 입단했다. 창단한 지 얼마 안된 목포여상을 정상으로 이끈 고교 최대어였기 때문이다. 1998 슈퍼리그에선 신인상을 받고 팀을 우승시켰다. 1999년에는 제10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한국의 동메달에 앞장섰다.
지난달 31일 충북 단양군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실업배구연맹 회장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이윤희를 만났다. 현재 포항시체육회에서 플레잉 코치를 겸하고 있는 그는 “게으를 수가 없었다”며 자신의 배구인생을 돌아봤다.
이윤희는 초등학교 4학년 배구에 입문했고 쉼 없이 달리다 29세에 출산한 뒤 8년 공백기를 가졌다. 그 뒤 실업리그로 복귀해 여전히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이윤희는 “공백기 전과 후의 배구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다르다. 더불어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며 "당시에는 어리다 보니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배구였다면 지금은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며 어린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더욱 부지런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의 두 자녀도 배구선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이윤희는 “아이들과 함께 뛰는 선수 입장인 만큼 더 공감할 수 있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넬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선수로서 경험한 바를 얘기해 주니 더 귀를 기울여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플레잉 코치라는 직책에 대해 이윤희는 “감독과 선수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역할 자체가 지닌 고충은 있지만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기회가 되면 후배들도 플레잉 코치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코치로 함께 뛴다는 장점이 확실하다. 직접 부딪히며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게 코치로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 이윤희는 “기본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늘 얘기한다. 코트에 들어갔을 때나 생활할 때, 팀 생활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기본적인 예의만 보인다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웃었다.
올해가 현역으로는 마지막 해다. 이윤희는 “누군가에게 기억이 되거나 되지 못하는 건 그 다음의 일인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배구를 충분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끝을 맞이하고 싶다”며 "아쉬움이 남으면 다음이 항상 힘들어진다. 남들이 기억해줄 수 있는 시점보다는 나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다. 요즘은 남들의 시선이 참 중요한 시대인 것 같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라며 "그런 시선이나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관리를 잘 해서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순간까지 꾸준히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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