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 시즌 프로배구(V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최강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팀 내 부상자가 많아 첫 4경기에서 2승 2패에 머물렀다.
전 포지션에 걸쳐 부상자가 속출했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는 어깨, 이준은 발목을 다쳐 지난달 23일 이후 결장 중이다. 27일에는 김규민이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설상가상으로 5일 경기를 앞두고는 아레프 모라디가 컨디션 난조로 빠졌다.
결국 대한항공은 토종 선수로만 라인업을 꾸렸다. 2년차 신예 김준호가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았고, 리베로로 나오던 정지석이 정강이 부상을 털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복귀전을 치렀다. 공격력에 물음표가 있었는데, 위기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23)이 구세주로 나섰다.
정한용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홈경기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 대한항공의 세트스코어 3-2(25-19 22-25 27-29 25-22 15-8)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26점), 남자부 1호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 후위 공격·블로킹·서브 득점 각각 3개 이상)으로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이날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한 대한항공은 최하위 KB손해보험을 맞아 부상 공백을 실감했다. 1세트를 먼저 가져오고도 2,3세트를 내줘 패색이 짙었다. 리그 득점 1위인 KB손해보험 주포 안드레스 비예나(28점)를 저지하기 힘들었다. 3세트 막판 듀스에서 연이은 범실로 흐름을 빼앗긴 것도 치명적이었다.
코너에 몰린 대한항공은 4세트를 기점으로 날개 공격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을 투입하고, 정한용에게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겼다.
이 선택이 통하면서 4,5세트를 잡고 역전승을 거뒀다. 3세트 흔들리던 정한용이 리시브 부담을 덜면서 비예나와 맞먹는 공격력을 발휘했다. 팀 내 최다 득점(26점)으로 정지석(19점)과 쌍포를 구축했다.
백미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 정한용은 대한항공이 4-3으로 앞선 5세트 초반 2연속 서브 득점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4세트까지 후위 공격 5개, 블로킹 3개, 서브 2개를 기록했던 정한용은 마지막 서브 하나를 채우고 대기록에 도달했다.
정한용은 지난해 11월 11일 KB손해보험전(후위 공격 4개·블로킹 3개·서브 6개) 이후 360일 만에 개인 통산 2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31일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전에서 블로킹 하나 차이로 실패했던 아쉬움을 빠르게 만회했다.
정한용이 맹활약한 대한항공은 이후 곽승석의 연속 득점으로 8-3까지 달아난 뒤, 5세트를 15-8로 마치고 시즌 첫 연승에 성공했다. 주축 4명이 빠지고도 5경기 3승 2패(승점 10)로 한 경기 덜 치른 선두 현대캐피탈(4승·승점 10)과 동률을 이뤘다.
정한용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트리플 크라운) 사실 못한 줄 알았다. (판넬) 들고 나온 걸 보고 알았다”면서 “직전 경기보다 감이 안 좋았는데 필요할 때 서브 득점과 블로킹이 나와서 팀에 도움을 준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이 다치면서 큰 책임감과 함께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컸다”며 승리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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