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포스터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비수도권 대학 축구팀 중 과거 명성을 떨쳤던 경상북도 경산시 영남대학교가 현역 K리거 9명을 포함한 OB(올드보이)팀 20명과 현재 축구부 소속으로 뛰는 YB(영보이)팀의 경기를 예고한 것. 공식 명칭은 YU 올스타전으로 정해졌다.
YU 올스타전은 12일 영남대학군단운동장에서 전후반 각각 30분씩 이벤트 경기로 진행됐다. 과거 영남대를 빛낸 선배들과 현재 밝게 빛나는 후배들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후 이명주(인천 유나이티드), 손준호 등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으나 최종적으로 K리거 7명이 속한 OB팀 16명이 참석했다.
1968년 창단한 영남대학교 축구부는 김병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최전성기를 누렸다. 2013년 비수도권 팀 최초 대학축구 U리그 챔피언십 우승, 2016년 4관왕(U리그 권역, 추계대학연맹전, 추계저학년대회, 전국체전)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영남대 OB팀은 김병수 감독 시절 재학생인 06~14학번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이 중 임채민(제주 유나이티드), 신진호(인천), 류재문(FC서울), 이순민(대전 하나시티즌)이 국내축구 최상위리그인 K리그1 무대를 누비고 있다. OB팀이 모교에서 한자리에 모인 건 리더 격인 07학번 신진호의 힘이 컸다.
이날 OB팀 주장을 맡은 신진호는 “(영남대 출신으로) 뜻깊은 일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했다”며 “사회에 나가 보니 모교를 방문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나도 프로가 되는 꿈을 꿨고 지금은 이뤘다.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진호는 비록 부상으로 YU 올스타전에 출전하지는 못했으나 동문과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사실 처음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다. 원래는 A매치 휴식기를 틈타 소소하게 식사 자리를 가지면서 만나는 게 목적이었다. 지난달 U리그 일정이 끝나 비시즌 기간 집으로 돌아가는 재학생들의 일정도 염두에 뒀다.
영남대 본부 측에서 OB팀 방문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벤트 경기로 발전했다. 일정이 확정된 뒤 지난달 말 신진호가 OB팀 대표 자격으로 영남대 축구부 홍보단에 연락해 지금처럼 행사가 알려졌다.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영남대 축구부 홍보단 ‘Football4YU(풋볼포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남대 축구부 소식을 알리고 있다. 대학교 시험 기간 이벤트 경기 일정을 접한 홍보단은 대략 3주 만에 매치 포스터, 현수막, 이벤트 증정용 굿즈, 하프타임 공연 섭외 등을 준비해 YU 올스타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이날 YU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평일 오후임에도 주최 측 추산 최대 250명의 관중이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후에는 운동장에서 임채민, 신진호, 류재문, 이순민 등 유명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날 홍보단이 준비한 여러 이벤트 중 유니폼 착용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축구 유니폼을 입고 온 관중도 많았다. 경산에 거주 중인 오윤수 씨는 울산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을 찾았다. “자취하는 곳이 가까운데 영남대학군단운동장은 처음”이라며 “인스타그램 홍보글을 보고 왔다. OB팀과 맞붙는 YB팀의 경쟁력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전보다 가벼운 이벤트성 경기로 진행된 YU 올스타전은 YB팀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관중들은 홍보단이 준비한 하늘색 종이 슬로건을 들고 OB팀과 YB팀의 맞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시간을 넘어 이어진 인연, 파란 하늘 꿈속에 하나 된 우리”라는 문구처럼 2회 대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신진호는 YB팀 후배들에게 “처음 학교 입학할 때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꿈을 갖고 노력하니 좋은 분을 많이 만나고 운도 따라왔다”며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노력했을 때 여러 가지가 따라오는 것 같다. 인내심과 시간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축구가 아니라도 좋은 길이 열린다. 축구에 최선을 다하되, 목매지 말고 순수하게 대학 생활을 즐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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