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팽팽한 균형이 자책골로 깨졌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던 임채민(34)은 경기 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환호했다. 영남대학교 축구부 선후배의 첫 이벤트 경기는 유쾌하게 마무리됐다.
프로축구 최상위리그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임채민은 김주원(성남FC)과 함께 영남대 출신 중 가장 성공한 중앙 수비수로 꼽힌다. 2013년 프로 데뷔 후 K리그 통산 264경기 12골 2도움, 2018년 상주상무 전역 후 성남에 잠깐 머무른 시기를 제외하면 늘 K리그1에서 활약했다. 한 차례 A매치 출전 경력도 있다. (2014년 9월 5일 베네수엘라전)
베테랑 임채민은 12일 경상북도 경산시 영남대학군단운동장에서 열린 YU 올스타전에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YU 올스타전은 올해 첫선을 보인 영남대 축구부 선후배들의 맞대결이다. 과거 영남대를 거쳐 간 OB(올드보이)팀과 현재 축구부에서 뛰는 YB(영보이)팀이 전후반 각각 30분씩 이벤트 경기를 펼쳤다.
YU 올스타전은 현역 K리거 7명을 포함한 OB팀의 화려한 면면으로 킥오프 전부터 주목받았다. 평일 오후임에도 최대 250명의 관중이 운동장을 찾았다. OB팀 인원 중 임채민은 주말 제주에서 일정을 마치고 이틀 만에 행사에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제주~서울~경산을 거치는 강행군으로 당일 오전 대략 10년 만에 모교를 방문했다.
경기 후 만난 임채민은 먼저 영남대 시절 은사인 김병수 FC충주 총감독과 OB팀 주장 신진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OB가 모일 때 김병수 감독님이 ‘나중에 영남대 출신이 모여 동문회처럼 경기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YU 올스타전의 출발을 되돌아봤다.
임채민은 “그 말을 계기로 OB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이 어려웠는데 초대 회장인 (신)진호 형이 실질적으로 많이 준비하고 이끌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장, 총괄, 총무 등 분야별로 나눠서 회비도 걷고 추진력 있게 해보려 한다”며 “아직 미처 연락받지 못한 동문도 많다.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 됐으면 한다. 처음이라 준비를 많이 못 했는데, 내년에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이벤트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발 출전한 임채민은 0-0으로 팽팽한 후반 자책골을 터트려 대회 통산 첫 득점자로 이름을 남겼다.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은 게 절묘한 코스로 골라인을 넘어갔다. 골키퍼가 미처 팔을 뻗지 못했다.
다만 경기 자체가 대결보다 선후배 만남에 초점을 둬 승부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경기 후 임채민은 MVP로 선정된 뒤 김병수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해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임채민은 “생각보다 큰 행사였다”며 “재밌게 하려고 했는데 후배들이 너무 진지했다. (웃음) 의도치 않게 자책골이 나왔고, MVP를 수상해서 나름 좋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설명했다.
모교 유니폼을 입고 학창 시절의 많은 추억을 떠올린 임채민은 “요즘 대학교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며 끝으로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그는 “우리는 22세 이하(U-22) 제도가 없어서 대학 출신이 프로에 많이 갔는데 지금은 문턱이 높아졌다”며 “졸업생 중 운동으로 성공한 친구도 다른 분야 사업으로 성공한 친구도 많다.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얻는 게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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