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믿었던 1선발 고영표(KT 위즈)가 2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타선은 3안타로 꽁꽁 묶였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최악의 결과를 마주한 날, KIA(기아) 타이거즈 출신 동갑내기 타자 김도영과 투수 최지민이 더 큰 참사를 막았다.
2003년생 김도영과 최지민은 곽도규, 정해영, 최원준과 함께 KIA 출신으로 이번 대표팀에 승선했다. 김도영은 중심 타자, 최지민은 좌완 파이어볼러 역할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둘은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1차전에 나란히 출전, 투타 핵심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대표팀이 3-6으로 패한 와중에 한 줄기 희망을 안겼다.
김도영은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1도루로 맹활약했다. 이날 대표팀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올 시즌 유력한 프로야구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다웠다.
김도영은 0-6으로 뒤진 4회초 1사 2루 린위민 상대 1타점 2루타를 친 뒤, 박동원의 적시타 때 홈까지 들어와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6으로 뒤진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장이를 만나 10구 대결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윤동희 타석에서 초구부터 도루를 시도해 2루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김도영은 “초반에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코치님들이 나중에 순위 경쟁을 위해서라도 점수를 뽑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무조건 출루한 뒤 득점권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기하면서 몸이 가볍다고 느꼈다. 앞으로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김도영이 상수라면 최지민은 기대 이상이었다. 최지민은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도합 7경기 7⅓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ERA) 0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올 시즌 내내 경기력이 저조해 프리미어12 출전 여부는 불확실했다.
류중일 감독은 고민 끝에 좌완 최지민을 발탁한 뒤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대만에 좋은 왼손 타자들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예고대로 대만전 최지민이 투입됐는데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선발 고영표가 2회말 6실점으로 무너져 0-6으로 뒤진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최지민은 2⅔이닝 무피안타 1사구 무실점, 투구수 28개로 아홉 타자를 상대하면서 불을 뿜던 대만 타선을 잠재웠다. 추가 실점을 막고 멀티 이닝을 소화, 롱 릴리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후 대표팀은 곽도규(⅓이닝)~김서현~유영찬~조병현(이상 1이닝)이 경기 중후반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더 이상의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류중일호는 대회 전 부상자가 속출해 선발과 타선은 약점으로 꼽힌다. 반면, "천재 김도영과 5명의 마무리"라는 WBSC의 대회 프리뷰 문구처럼 김도영과 불펜은 강점으로 불린다. 대만전은 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KIA 출신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가능성 또한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김도영과 최지민의 활약에도 위기에 몰린 한국은 14일 쿠바와의 2차전에서 반등을 노린다. 대표팀은 15승 우완 에이스 곽빈을 선발로 예고했다. 쿠바는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ERA 1위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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