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193cm 장신 공격수 오세훈(25·마치다 젤비아)은 신인 시절부터 두각을 보인 유망주였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U-20 월드컵에서 2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준우승을 이끌었다. 차세대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재목으로 꼽혔다.
오세훈은 울산HD 유소년(현대중~현대고) 출신으로 2018년 성인팀에 입단했다. 아산 무궁화 임대와 상주 상무(김천 전신) 입대로 출전 시간을 늘리며 빠르게 경험치를 쌓았다. 2021년 전역 후에는 울산의 어엿한 주전 공격수로 성장했다.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인 K리그1에서 19경기 7골 1도움으로 경쟁력을 발휘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오세훈은 재작년부터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다. 2022년 2월 일본 J1리그 시미즈 S펄스로 이적한 뒤 컵대회 포함 16경기 1골에 그쳤고 팀은 강등됐다. 이듬해에도 J2리그 25경기 2골 4도움에 머물렀다. 2년 연속 부진한 오세훈은 그렇게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극적인 반등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세훈은 14일(한국시간)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 자베르 알아흐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5차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반 10분 헤더 선제골을 비롯해 후반 29분 오현규(헹크)와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분주히 누비며 대표팀의 3-1 승리를 도왔다.
이날 오세훈은 전반 10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의 얼리 크로스를 문전에서 높게 뛰어올라 이마에 정확하게 맞춰 골망을 흔들었다.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 장악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지난달 15일 이라크전 선제골을 기록했던 오세훈은 A매치 2경기 연속 득점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세훈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좋은 형들, 친구들, 동생들 덕분에 골을 넣었다”며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동료 모두가 힘을 합쳐 넣은 골이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오세훈의 골을 도운 황인범은 "오세훈이 워낙 신체 조건이 좋다. 반면 상대 백4 오른쪽 2명의 신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걸로 분석했다"며 "크로스를 과감하게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세훈이 낙하지점을 잘 찾아서 득점으로 연결했다"고 칭찬했다.
6월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오세훈은 5개월 만에 5경기 2골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조규성(미트윌란)이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오현규(헹크), 주민규(울산), 이영준(그라스호퍼)과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오세훈은 지난 1월 시미즈에서 J1리그 승격팀 마치다로 임대를 떠난 뒤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31경기 8골 2도움으로 앞서 두 시즌을 합친 것보다 많은 골을 넣었다. 팀 내 득점 2위로 마치다가 리그 3위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나상호, 장민규 등 한국 국적의 선수들과 시너지를 낸 덕분이다.
오세훈은 과거 울산을 떠나는 과정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오히려 오세훈의 경기를 가장 먼저 확인하며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오세훈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면서 홍명보호의 새로운 황태자로 우뚝 섰다.
오세훈은 지난 9월 대표팀 소집 후 '울산을 떠난 걸 후회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되돌아보면, 홍명보 감독님과 더 함께했다면, 더 성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내려가다 보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2년간 부진했을 때) 축구를 떠나서, 인생이나 삶에 대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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