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최재혁 객원기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정성 어린 손길이 필요하다. 장비관리사가 대표적인 직업이다. 훈련 과정에서 쓰이는 장비도, 새 것 같은 유니폼도 세심하게 관리해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포츠산업 직업을 탐구해 알리는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대학생 기자단이 K리그1의 전통 있는 명문구단 포항 스틸러스의 장비관리사를 만났다. 취업 과정, 필요한 역량 등을 세세히 물었다. 경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수단의 엄마' 장비관리사의 이야기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항 스틸러스 1년 차 장비관리사 스물아홉 서강득입니다."
-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장비관리사가 됐는지.
"지난해까지 경찰 시험을 준비하다가 그만둔 후 평소 좋아하던 축구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작년 3월 스틸야드에서 방송 중계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다 라커룸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사용할 장비 등 환경이 완벽히 세팅된 모습을 보며 ‘이 모든 준비는 누가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장비관리사 직업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후 구단 이벤트대행사 팀장님께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구단 가까이에서 경험을 쌓던 와중에 장비관리사 채용공고가 떴고 관심 있으면 지원해 보라는 팀장님의 말씀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 주된 업무는.
"장비관리사로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 세탁입니다. 훈련과 경기를 위한 세팅도 주요 업무인데 훈련 시작 전 장비를 세팅하고, 경기 때는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로 뛸 수 있도록 장비를 세팅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 사용하는 장비는.
"훈련 장비는 정말 다양합니다. 콘은 크기별로 여러 종류가 있고, 허들도 높이와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밴드 또한 강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준비돼 있습니다. 세탁 업무도 있는데요.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해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 하루 일과는.
"여름철에는 이른 시간, 늦은 시간에 훈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전날 나온 세탁물을 정리하고 볼 공기압 체크 등 준비를 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다시 세탁 작업에 들어가는 일과가 반복됩니다."
- 업무 강도는.
"평소에는 주로 훈련 준비와 세탁만 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경기 일정이 다가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한 경기가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고, 또 대회마다 유니폼이 다르기 때문에 세팅 작업이 다소 까다롭습니다."
- 경기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이 다른 점은.
"경기 날에는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도착해 라커룸을 세팅합니다. 선수들이 필요한 간식 등을 준비하고 이너웨어, 양말, 수건, 유니폼을 정리합니다. 라커룸 중계 준비로 더욱 신경을 써서 일찍 세팅을 마칩니다. 평소에는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코치님들의 훈련 세팅을 돕고 있습니다. 훈련이 끝날 때마다 장비를 정리하며 특히 골키퍼 훈련 보조 역할도 함께하기 때문에 선수들만큼이나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 선수들과의 소통은.
"제가 상주하는 공간이 라커룸과 샤워실 옆이라 선수들이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언제든 바로 찾아와 요청하거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위치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화도 자주 이루어지면서 선수들과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 업무 중 어려운 점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원정에서는 수하물 무게와 물품에 제한이 있어 최대한 가볍고 꼭 필요한 장비만 챙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져가는 연습용 공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 바람을 빼서 가져가고, 도착해서 다시 넣은 뒤 돌아올 때 다시 바람을 뺍니다. 코치님과 어떤 훈련 장비를 챙겨야 할지 여러 번 고민하며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 보람을 느낀 순간은.
"골키퍼 훈련을 보조하다 보니 골키퍼들과 가까이 있는데요, 훈련을 하던 도중 우리 팀 황인재 선수가 국가대표에 발탁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곧바로 선수에게 알려주었는데, 본인은 덤덤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훈련은 클럽하우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서 필요한 물품을 여유 있게 준비해 갑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완델손 선수의 경기 중 몸싸움입니다. 유니폼이 찢어졌을 때, 라커룸에서 여분의 유니폼을 급히 가져다줬던 순간이 있습니다."
- 장비 관리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훈련 장비 중 특히 축구공의 압력이 중요한데요. 압력이 낮은 상태로 훈련하다가 공인구를 사용하면 선수들이 훈련 중 익힌 파워나 강약 조절을 다르게 느낄 수 있어 적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선수들이 각자 필요한 물품을 챙겨야 할 일이 많아지면 다른 부분에 신경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개인별로 필요한 것들은 제가 모두 준비하고 있습니다."
- 유니폼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선수 개인에게 나눠주지 않고 제가 한꺼번에 보관하고 관리합니다. 오염되거나 손상된 유니폼은 구단에서 지원하는데, 선수들이 유니폼을 교환하거나 팬 또는 지인에게 선물할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 유니폼을 직접 세탁하는지.
"홈 유니폼은 어두운 색상이라 오염이 잘 보이지 않지만 원정 유니폼은 흰색이라 잔디나 흙, 얼룩이 더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원정 유니폼은 직접 손세탁한 후 클럽하우스에 있는 대형 세탁기를 사용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 가장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선수는?
"기본적으로 수비 선수들의 유니폼이 많이 더러워지는데 의외로 조르지 선수의 유니폼이 가장 더럽습니다. 상대 팀의 견제를 많이 받아서인지 전반전이 끝난 후에도 경기 종료 후에도 유니폼이 항상 흙투성이가 되어 있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 다른 구단에 탐나는 장비나 부러운 점은.
"구단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포항 스틸러스의 장비 또한 우수하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다른 구단 장비관리사와의 연락망이 있는지.
"공식적인 연락망이나 단체채팅방은 따로 없어서 소통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행히 여러 코치님들께서 다른 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팀의 장비관리사분들을 소개해 주시곤 합니다. 아직 장비관리사 인원이 많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렇게 조금씩 인사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다른 구단 장비관리사와 업무적인 에피소드는.
"다른 구단에서 우리 구단의 축구화 건조기를 보고 구입을 고려 중이라 하셔서 제조사와 디자인 등을 사진으로 보내드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 선수들 축구화 관리는.
"선수들이 직접 장비를 관리합니다. 발의 착용감이나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자가 세심하게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 포항의 팬인지.
"어릴 때는 가족들과,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경기장을 자주 찾았습니다. 지금 필드에서 관중석을 올려다보면 예전에 앉았던 자리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 자리에서 경기를 보던 제가 이제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경기장에서 제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줘 큰 힘이 됩니다."
- 구단에서 어떤 일이든 관련된 일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하는지.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특히 경기 날 구장에서 일을 한다면 구단 관계자들과 자주 마주치고 그들의 업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구단을 깊이 알게 되면 이는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맡은 임무를 더 열심히 하면 관계자들의 눈에 들 수밖에 없죠."
- 본인의 강점은.
"업무 자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성실함, 책임감 그리고 부지런함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 열심히 하는 편이고요.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는 점도 장점입니다."
- 장비관리사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은.
"장비관리사는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외출할 때 어머니가 '빠진 거 없냐'며 꼼꼼히 챙겨주듯 저도 경기 날 필요한 물품들을 여분까지 준비해 선수들에게 전해주곤 합니다. 꼼꼼함은 필수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포항이 지방 구단이다 보니 원정을 위해 야간이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 운전이 능숙하지 않다면 이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조언 한마디.
"장비관리사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친숙하진 않지만 항상 뒤에서 선수들을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장비관리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일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선수들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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