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예상보다 길어진다. 마지막 A등급 최원태(27·LG 트윈스)의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어느덧 9일째 소강상태다.
최원태는 올해 한국프로야구(KBO) 스토브리그에서 투수 최대어로 꼽혔다. 역대 최연소 투수 FA에 통산 78승을 기록한 선발 자원이라 장점이 확실했다. 셋업맨 장현식(LG), 마무리 김원중(롯데 자이언츠)보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같은 선발인 엄상백(한화 이글스)보다 한 살 어려 장밋빛 미래가 점쳐졌다.
그런데 최원태는 6일 FA 개장 후 2주가 넘게 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엄상백(4년 78억원), 10일 김원중(4년 54억원), 11일 장현식(4년 52억원)이 차례대로 계약을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원소속팀 LG는 최원태 잔류 대신 불펜 자원 KIA(기아) 타이거즈 장현식 영입을 우선으로 택했다. 다른 9개 구단도 최원태 영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최원태의 FA 대박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최원태가 아직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등급이다. 최원태는 올해 FA에서 김원중, 구승민(롯데)과 함께 A등급으로 분류됐다. A등급은 타 구단에서 영입할 때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1명 또는 연봉 300%를 원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올해 연봉 4억원을 받은 최원태는 LG 외 구단이 데려갈 때 FA 총액 수십억원에 최소 8억원을 더 써야 한다. 또한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이면 1군 주전급의 이탈이 유력하다. B등급 엄상백의 78억원이 기준이라면 더욱 다가서기 어렵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최원태는 1년 반 동안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해 LG 이적 후 9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ERA) 6.70, 올해도 24경기 9승 7패 ERA 4.26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17경기 ERA 11.16으로 큰 경기에서 약한 것도 시장 가치에 영향을 미쳤다.
LG는 올해 좌완 손주영이 9승 ERA 3.79,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고민을 덜었다. 외국인 듀오에 임찬규, 손주영으로 탄탄한 4선발을 갖췄다. 여기에 지난해 7승을 챙겼던 5선발 후보 이정용이 내년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다. 최원태를 잃는 위험을 감수하는 배경이다.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상한선도 최원태 계약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샐러리캡 초과가 확실한 LG는 내년에도 샐러리캡을 초과하면 제재금은 물론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이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 최원태가 만족할 만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
차명석 LG 단장은 11일 장현식과 계약을 마친 뒤 "최원태도 곧 만날 것"이라며 "우리가 생각한 금액을 초과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원태와 만나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밝혔다. LG는 12일 최원태 측과 첫 만남 후 차명석 단장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관전을 위해 대만으로 떠나 아직 다음 만남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태의 FA 계약이 늦어지면서 FA 시장도 잠잠해졌다. 올해 스토브리그는 6일째인 11일까지 8명이 총액 412억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하지만 11일 장현식의 LG 이적 후 9일째 추가 계약 소식이 없다.
FA는 통상적으로 초반에 대형 계약을 마친 뒤 준척급이 이동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최원태의 행선지가 정해져야 미계약자 11명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기준 시장에 남아있는 투수는 노경은(SSG 랜더스), 임기영(KIA), 김강률(두산 베어스), 이용찬, 임정호(이상 NC 다이노스), 문성현(키움)이 있다. 최원태를 제외하면 전부 불펜이다. 야수는 류지혁, 김헌곤(이상 삼성 라이온즈), 서건창(KIA), 하주석(한화), 김성욱(NC)이 계약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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