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 22일 KBO리그에서는 무려 5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대형 트레이드가 나왔다. 두산 베어스가 투수 정철원(25)과 내야수 전민재(25)를, 롯데 자이언츠가 투수 최우인(22), 외야수 김민석(20), 추재현(25) 등 3명을 서로 맞바꿨다.
신인왕 출신 투수 정철원과 신인 100안타로 올스타전에 나섰던 외야수 김민석이 포함된 2:3 트레이드. KBO리그에서 드문, 몇 년에 한 번 나오는 큰 그림이다. 위험 부담이 꽤 큰데도 전력 보강이 절실한 두 팀은 이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판을 벌였다.
이번 트레이드는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 성사됐다. 두산은 가장 시급했던 야수진 리빌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롯데는 약점으로 꼽혔던 뒷문을 강화했다.
올 시즌 7위에 그친 롯데는 불펜 보강이 필요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세 차례 우승한 김태형 감독을 데려왔으나 부임 첫 해 구원 평균자책점(ERA) 9위(5.26), 블론 세이브 27개(1위)로 경기 후반 부침을 겪었다. 자유계약선수(FA)로 마무리 김원중을 4년 총액 54억원, 구승민을 2+2년 총액 21억원에 붙잡은 가운데 이들과 함께할 필승조 자원을 찾았다.
안산공고 출신 오른손 투수 정철원은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둥지를 틀었다. 2년의 퓨처스(2군)리그 생활, 2년의 현역 군 복무를 거쳐 2022년 프로 데뷔 후 잠재력을 터트렸다. 58경기 4승 3패 23홀드 3세이브 ERA 3.10.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생애 첫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등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정철원은 지난해에도 67경기 7승 6패 11홀드 13세이브 ERA 3.96, 전천후 불펜으로 활약했다. 2년 연속 70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꾸준함을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는 36경기 2승 1패 1홀드 6세이브 ERA 6.40으로 크게 무너졌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낙점됐으나 1군 등록(92일)보다 말소(98일)된 기간이 길 만큼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정철원은 신인왕 시절 은사였던 김태형 감독, 김상진 투수코치와 다시 만나 재기를 노린다. 롯데팬들이 기대하는 포인트다.
한편, 두산은 올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기준 선발 라인업에서 1997년생 포수 김기연을 제외하면 토종 타자 전원이 30대일 정도로 노쇠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외야는 김재환, 정수빈, 조수행 외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헨리 라모스(푸에르토리코), 제러드 영(캐나다) 등 외국인 외야수를 데려왔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휘문고등학교 출신 외야수 김민석은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야수 중에서는 그해 전체 1순위. 고교 선배인 박용택(은퇴), 박민우(NC 다이노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잇는 휘문 좌타자로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민석은 지난해 데뷔 시즌 129경기 타율 0.255(400타수 102안타) 3홈런 39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구단 최초이자 역대 8번째 고졸 신인 데뷔 시즌 100안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는 41경기 타율 0.211(76타수 16안타) 6타점에 그쳤다. 그사이 롯데는 빅터 레이예스(베네수엘라), 윤동희, 황성빈이 외야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입지가 좁아진 김민석은 트레이드를 통해 재도약에 나선다.
그 외에도 유격수가 약점인 롯데는 내야 전천후 멀티 자원 전민재를 보강했고, 두산은 어깨가 좋은 외야수 추재현과 우완 파이어볼러 최우인을 품에 안았다. 트레이드 대상 5명 중 김민석을 제외하면 모두 군 문제를 해결해 서비스타임이 긴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롯데는 "불펜 강화와 내야 선수층 보강을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며 "정철원은 불펜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1군 즉시 전력감이다. 전민재도 내야 수비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 소개했다.
두산은 "김민석은 정교한 컨택트 능력, 추재현은 빼어난 선구안을 갖췄다. 자신만의 뚜렷한 강점을 가진 두 선수가 외야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최우인은 최고 시속 154km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군필 유망주 투수다. 잠재력을 보고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신인왕과 올스타의 교환이 새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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