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새끼사자라고 해도 사자라는 말이 있다. 아직 아버지의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량 발전을 거듭하며 우울한 한국 농구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의 두 아들, 허웅(22·원주 동부)과 허훈(20·연세대)이 농구팬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허훈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5 KCC 프로-아마최강전에서 25득점과 5리바운드, 7어시스트, 5스틸로 맹활약하며 연세대의 96-84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버지 허재가 현역시절 등번호였던 9번을 달고 뛴 허훈은 KBL에서도 특급 가드로 통하는 김선형과 맞대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판정승을 거두는 등 2012~2013 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SK를 상대로 12점차 완승을 이끌어냈다.
농구계가 허훈의 경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허재 전 감독의 현역시절을 보는 것처럼 위기 순간에서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SK전에서도 3쿼터까지 13득점을 기록했던 허훈은 SK가 추격해오던 4쿼터에 12점을 몰아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 허훈은 아버지 허재 감독으로부터 "포인트가드로서 경기를 읽는 눈이 나와 비슷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용산중, 용산고에서 뛰면서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며 '리틀 허재', '제2의 허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2년 터울 형인 허웅보다 훨씬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었다. 허훈의 기량은 이미 프로에 진출해도 상위 라운드에 뽑힐 정도다.
허훈이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있는 사이 형인 허웅은 지난 시즌 무난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연세대 3학년만 마친 뒤 프로 드래프트에 나가 김영만 동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KCC로 갈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 허재 감독은 장남을 선택하지 않았다. 홀로서기를 하라는 배려였다.
'삼촌' 김영만 감독과 함께 뛰면서 허웅은 41경기에서 평균 4.8득점을 기록하며 동부의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보탬이 됐다. 특히 울산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4경기 평균 8.25득점을 올리며 한층 성장된 기량을 선보였다.
허웅이 프로에 연착륙하는 사이 허훈도 프로에 나갈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현재 허재 감독은 아들을 대학 4년 졸업을 한 뒤 프로 드래프트에 내보낼 생각이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형처럼 3학년을 마친 뒤 드래프트에 신청한다면 2016~2017 시즌부터 허훈을 프로에서도 볼 수도 있다. 허훈이 동부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간다면 2명의 허재가 서로 대결하는 구도도 볼 수 있다.
이미 KBL 무대에는 이승준-동준(이상 SK) 형제와 문태종(고양 오리온스)-태영(서울 삼성) 형제가 뛰고 있다. 여기에 '농구 대통령'의 두 아들 허웅-훈 형제까지 가세한다면 가뜩이나 침체된 KBL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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