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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난 도우미야,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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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난 도우미야, 도우미!"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07 09: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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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이광환 서울대 감독, '체육이 얼마나 중요한데'

[300자 Tip!] ‘늘 위기라 생각해야돼. 야구 인기 언제 곤두박질칠지 몰라.' 이광환(65) 서울대 감독의 말이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지만 언제 또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며 저변부터 탄탄히 다져나가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어린이, 여자, 지도자까지 전세대에 걸쳐 야구 저변확대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야구계 원로 이광환 감독을 만나봤다.

[스포츠Q 글 민기홍 기자 · 사진 노민규 기자] 이광환 감독은 직함이 많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 한국티볼협회 고문, 베이스볼아카데미 원장, 서울대 야구부 감독까지 맡고 있다. 그가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베이스볼아카데미를 찾았다.

▲ 이광환 감독은 65세의 나이에도 왕성히 활동하며 야구저변 확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 KBO 육성위원장 이광환, “우리나라 야구학교는 야구기술학원”

우리나라 학원야구의 문제점을 짚어달라고 물었다. 그는 시원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지금의 학교야구는 마치 ‘야구기술학원’같아. 야구하면서 단체생활 겪어보고 룰 준수하며 인내심 길러주면서 인성 교육을 해야하는 건데 우리나라 야구는 기능적인 부분에만 치중해 야구만 가르치지. 프로 진출이 유일한 목적이기 때문이야.”

우리나라 학교야구를 ‘야구기술학원’이라 칭했다. 공부를 병행하지 않고 야구만 바라보다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는 학생이 매년 600명에 이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그들을 보면 이 감독이 표현한 ‘야구기술학원’이라는 말이 현실에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체육활동의 일환으로 야구를 접해야지. 아무나 프로 되나. 10%도 될까말까인데. 재능이 보인다 싶을 때 마음먹고 엘리트 야구를 접해도 늦지 않아. 야구해서 안풀리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아. 오로지 야구만 시킨 걸 후회하는 부모도 꽤 있는 걸. 지금 우리 야구 보면 프로야구만 큰다. 비정상적인 발전이다"라며 야구계의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 야구명문 덕수고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서울대에 입학한 이정호(23)는 프로입단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의 한국 야구는 어렸을 때부터 무리한 운동으로 관절이 상하는 경우가 있다. 잊을 법하면 혹사당한 초고교급 선수가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접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 한국티볼협회 고문 이광환, “티볼이 최고야”

한국티볼협회 고문도 겸하고 있다. 티볼 보급에 앞장서는 건 티볼이 곧 야구저변 확대라 믿기 때문이다. 그는 티볼을 야구의 '씨앗'이라고 표현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잖아. 투수가 못 던지면 재미가 없어요. 티볼은 투수를 뺀 야구지. 야구의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거야. 어렸을 때 야구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야구의 맛을 느낄 수 있게 유도하는 거지. 일본은 4000개 넘는 학교가 야구하지만 프로 진출 목적이 아니라 학교체육으로 하잖아.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

그는 남녀 어린이가 함께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다는 점이 티볼의 장점이라며 야구입문에 최적의 종목이라 소개했다. 자연스레 여성들은 소프트볼로, 청소년들은 연식야구로, 성인 남성들은 사회인야구로 뻗어나가 야구의 뿌리가 튼튼해진다는 설명이다.

◆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 이광환, “지도자들이 공부하는 법을 배운다"

이 감독은 야구지도자 전문 양성기관인 ‘베이스볼아카데미’의 원장이기도 하다. 베이스볼아카데미는 전문가들에게 연구개발비를 지급한다. 교수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현직 아나운서와 해설자, 병원장, 스포츠산업계의 임원 등 최고 전문가들이 모였다.

▲ 2013년 가을학기 인스트럭터 과정 [사진=베이스볼 아카데미 제공]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야. 공부 안하고 남을 어찌 가르쳐. 요즘 지도자들은 특히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여기서는 각 분야 최고들이 와서 지도자들에게 전문 교육을 시켜. 지도자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도 큰 의미이지만 사실 공부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점이 아카데미의 큰 장점 아니겠나.”

대체로 지도자들도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 이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밖에서 공치고 공받기는 잘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지도자들은 스포츠와 관련한 학문적 소양들을 갖추기 어려웠다. 베이스볼아카데미는 여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끔 야구교육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다. 야구영어부터 스포츠마케팅, 스포츠심리학, 야구역사, 영양학,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교과과정이 알차게 꾸려져 있다.

 ◆ 서울대 야구부 감독 이광환, “나는 도우미일 뿐이야”

서울대 야구부는 단돈 150만원으로 1년을 꾸려나간다. 부원들은 대다수가 엘리트 야구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에게 애로사항을 물었다.

“다들 자비도 조금씩 들이고 선배들 도움도 받고 그러지 뭐. 장비는 내가 여기저기서 구해와. 내가 KBO 육성위원장이잖아”라고 말하며 웃는다. "내가 여기 학생들 도우러 왔지 뭐. 나는 도우미야 도우미"라 답한다.

▲ 서울대 야구부가 포즈를 취했다. 뒷줄 왼쪽부터 조준희(주장) 유승진 강종호 박정진 임승현 김재환 이상호, 가운데줄 왼쪽부터 이현무 박수산 강동혁 박준영 김경오 이상혁 조은혜(매니저) 라서영(매니저), 앞줄 왼쪽부터 김혜민(매니저) 이광환 감독 이정호 오성현.

야구 실력에 대해선 “잘 못하지 물론. 야구 못해도 된다. 여기는 프로를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지 않나. 야구는 못하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끝내줘. 저렇게 하니까 공부를 잘했구나 싶다. 안 다치면 돼. 단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 단체생활에 안맞는 행동은 안돼.“

그는 단체생활과 체육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연스레 말을 이어갔다.

“대기업이나 돈 있는 분들이 건물은 많이 지어주시면서 운동장은 기부로 생각 안하시나봐. 사실 여기(서울대)는 공부보다 '스킨십'이 더 필요한 곳 아니겠나. 똑똑한 친구들이 얼마나 많아. 뛰어놀 시설이 더욱 필요한건데 말야. 교실 있는 건물만 올라가. 세계적인 명문대들이 스포츠 시설은 끝내주는데 서울대는 그런 측면에서 아쉽지. 내가 돈 있으면 운동장 하나 만들어주고 싶어.”

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훈련하는 서울대 야구부는 취재를 나간 3일 오후에도 체육관 복도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다. 좌익수 쪽이 턱없이 짧아 외야 훈련을 해본 적이 많이 없어 실전에만 가면 '만세'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도 학교 측에서 3억원을 들여 운동장 보수를 해주기로 했다. 서울대 학생 3000명이 1주일간 서명운동을 벌인 쾌거다.

▲ 이광환 감독의 지도로 서울대 야구부의 실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가끔 9회까지 경기를 한다고 한다.

 
“사실 운동장도 교실이야 교실. 양궁하고 교양체육하고 수업을 한다고. 운동장은 노는 개념으로만 접근하는 것같아. 선진국은 체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체덕지(體德智)야 체덕지.”

베이스볼아카데미가 위치한 서울대 체육관에는 체육(體育), 덕육(德育), 지육(智育) 순으로 한자가 쓰여있다. 그는 가장 숭고한 것이 신체활동, 바로 체육이라 말한다. 그런데 그 숭고한 것의 윗물이 썩어서 안타깝다며 최근 연이어 일어나는 체육계 비리들을 안타까워했다.
 
■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 서울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한 전문 야구지도자 육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국내에 마땅한 야구 관련 연수 기회가 없었으나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설 베이스볼아카데미가 지난 2010년 9월 설립됐다. 이 아카데미에 마스터 코스, 리더 코스, 인스트럭터 코스, 보수교육반 과정이  마련됐다. 박경완(SK 2군감독), 최동수(전 LG), 신경현(전 한화), 정수성(넥센 코치) 등 현역시절 스타들이 지난해 12월 마스터 코스를 수강했다. 현재는 전문기록원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 서울대학교 야구부는?
1977년 창단됐다. 2004년 9월 1일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에서 신생팀인 송원대를 2-0으로 이겨 역사적인 공식경기 첫 승을 거뒀다. 콜드게임 당하지 않고 9회까지 경기하는게 목표다. 2012년 12월 야구명문 덕수고 외야수 출신 이정호가 엘리트 출신으로는 최초로 야구부에 합류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해 9월 너클볼 투수로 미국 독립리그에 데뷔한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가 서울대 야구부 출신이다.

[취재 후기] 1994년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진두지휘했던 그에게 "프로는 이제 그만이시죠"'라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답변은 "프로야구만 야구가 아니야. 이런 것도 야구야"였다. '월화수목금금금' 아플 새도 없는 그에게서 우리나라 야구의 희망을 봤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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