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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미란 "사용설명서가 필요없는 생계형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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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미란 "사용설명서가 필요없는 생계형 배우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0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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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최근 '섹드립'(야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뜻의 인터넷상 속어)으로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진 배우가 있다. 바로 라미란(39)이다. 그는 얼마 전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그의 상징처럼 돼버린 '섹드립' 등  엄청난 개그 본능을 보여주며 단숨에 일반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이에 최근 출연하는 안방극장 속에서 라미란은 '웃기는 여자'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보통 다른 신인 배우들이라면 기분 좋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라미란은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은 그가 살아온 연기인생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정상급 조연 배우로서 인정받을 정도로 연기에 죽고 연기에 살아온 그의 열정. 단순히 웃기는 배우라고 하기에는 그 커리어가 아깝다. 그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배우인 까닭이다.

▲ 최근 코믹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배우 라미란 사실 그녀는 연기파 배우다.

[스포츠Q 글 박영웅 기자· 사진 이상민 기자] 지난 18일 강남 '비틀즈코드'에서 만난 라미란은 첫인상부터 무척 당당해 보였다. 특히 20여 년간 방송, 영화, 공연을 통틀어 71편에 달하는 작품을 소화하고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배우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최근 일부 TV에서 보여주던 단순히 웃긴 코믹여배우라는 느낌은 그의 연기력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포스의 소유자 라미란. 역시 그도 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 내 실제 성격 웃기는 스타일 아니야, 연기자로서 부담
   
라미란이 최근 크게 활약하거나 활약했던 TV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 드라마 '마녀의 연예',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 씨' 등과 예능프로그램 '로맨스가 더 필요해', '황금어장-라디오스타'(MBC) 등이다. 프로그램들의 이름만 들어도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코믹'으로 굳어진 느낌이다.

실제로 라미란은 이들 프로그램에서 기대 이상의 코믹함을 선보였다. 대중들의 시선을 굳어버리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섹드립'은 시청자들을 열광시키는 동시에 코믹이라는 고정관념을 주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실제 그는 완전히 다른 배우였다. 오히려 이런 현 상황이 연기자로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요즘 너무 코믹한 쪽으로만 부각이 되는 것 같아 솔직히 부담돼요. 솔직히 제가 실제로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웃기는 것에 소질도 없고요. 하지만 예능 등을 통해 19금 배우, '섹드립'하는 배우, 웃기는 여자 등의 이미지가 박히는 분위기라 걱정이 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 더 신경이 쓰이고 있을 정도예요."

▲ 라미란은 본인 스스로 생계형 배우를 자처했다. '급'이 없는 배우라는 그녀는 언제든 어떤 배역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겸손을 보여줬다.

라미란의 이런 심정은 그의 연기 이력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지난 1995년부터 관객들에게 보여준 뮤지컬 배우로서의 연기부터 2005년부터 '친절한 금자씨'로 시작한 영화, 2009년부터 모습을 드러낸 드라마까지. 그의 연기는 모든 종류의 배역이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다.

어떤 배역 하나로 이미지를 굳히기에는 무리가 있다. 심지어 지난 2013년 영화 '소원'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그를 코믹배우라 지칭하기에는 더욱 부담이 따른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라미란은 그래서 스스로 이런 이미지를 날릴 해법을 알고 있었다.

"최근 코믹한 것들을 많이 소화하다 보니 연기적으로 더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전 자칫 (코믹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갈 수도 있는 제 연기적인 부분을 다양한 장르를 선택하거나 못된 캐릭터를 소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고민하려고 해요."

▲ 라미란 역시 섹드립 등 코믹 이미지가 강하게 굳아지는 것에 대해 연기자로서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할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 난 '생계형 배우'

라미란의 이런 생각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미 연기로 완성된 배우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급'에 맞는 연기를 찾겠다는 소리로 잘못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라미란은 절대 오해라며 자신은 "생계형 배우"라는 겸손한 답변을 남겼다.

"(연기로 더 고민하겠다고 말하면) 일부 분들이 '작품을 고르나'라는 오해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절대 아니에요. 제가 급이 있는 배우인지도 모르겠고(웃음). 만일 급을 갖추려고 했다면 '친절한 금자씨' 찍고 작품을 계속해서 가려서 했겠죠. 하지만 실제 영화 등에서 전 단역이 많았고 우정 출연 한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라미란은 현실적인 한계에서 연기 무대를 넓혀왔다고 말한다.

"솔직히 충무로에 여성 배우가 조연으로 설 만한 작품이 많이 없죠. 그럼 놀아야 하나요? 아니에요. 그래서 전 안방극장에 진출했고 연기를 한다는 부분에서 아주 고맙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일부 메커니즘의 차이일 뿐 TV이든 스크린이든 연기를 한다는 건 배우로서 고마운 일입니다. 전 생계형 배우라 지금도 어떤 배역을 위해서도 열심히 뜁니다. 예능도 피하지 않아요."

"다시 말해 작품이 좋으면 가리지 않고 하겠다는 소리죠."(웃음)

▲ 라미란을 일약 '섹드립' 잘하는 연예인으로 만들어 버린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 살아

라미란이 이처럼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가 일부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하게 현실의 문제, 연기를 어디서든 항상 하고 싶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게 드라마는 매력 덩어리란다.

"영화는 항상 갖춰져 있죠. 정해진 틀에서 모든 게 이뤄지니까요. 솔직히 편하죠. 반면 드라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이 있어요. 그다음 이야기, 배우들도 모르죠. 시청률조차도 어떻게 될 줄 모르잖아요. 전 그래서 드라마가 좋아요. 생생한 긴장감을 가진 배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지금도 앞으로도 영화뿐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것이 다양성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 라미란은 앞으로도 다양한 연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다양한 연기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드는 영역을 말한다.

◆ 난 "가리는 게 없는 배우"

이처럼 배우로서 다양성을 위해서라면 영화, 드라마 등 심지어 예능까지도 도전하겠다는 생계형 배우 라미란. "연기가 마냥 좋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20년 차 배우 라미란'에 대해 짧고 굵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전 사용설명서가 필요없는 배우죠. 어떤 이미지에 국한돼 있는 배우보다는 어떤 배역에 가져다 써도 어울리는 배우죠. 관계자 여러분 절 막 가져다 쓰세요.(웃음)"

[취재 후기]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말하는 라미란. 이런 겸손한 마인드가 그를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고 변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내공 높은 배우로 만든 원동력인 것 같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그의 꿈만큼 앞으로도 우리는 '라미란'의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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