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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스크린으로 나들이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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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스크린으로 나들이한 미술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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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베스트오퍼' '마네의 제비꽃여인'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예술향 물씬

[스포츠Q 용원중기자] 2014년 상반기 극장가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분위기다. 영화 속 아름다운 명화들의 향연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화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는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지난 2월 개봉된 ‘르누아르’는 병마에 시달리던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영화 감독인 그의 아들 장 르누아르의 예술세계를 그린 작품.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자신의 뮤즈 데데를 만나면서 명화를 탄생시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65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폐막작,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의 프랑스 대표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르누아르 명화의 화사한 파스텔톤 색감을 그대로 가져와 “명작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뉴욕포스트)는 찬사를 얻었다.

▲ '르누아르'

6월 12일 개봉한 ‘베스트 오퍼’(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최고가로 미술품을 낙찰시키는 세기의 경매사이자 예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완벽한 감정인 올드먼이 고저택에 은둔한 여인 클레어로부터 감정 의뢰를 받으면서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의 미스터리 로맨스. 세기의 명화들을 등장시켜 예술품의 진품과 위작을 사랑과 연결짓는 방식으로 사랑과 예술, 인생에 대한 절묘한 비유를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페테루스 크리스투스의 ‘어린 소녀의 초상’,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비너스의 탄생’, 보카치오 보카치노의 ‘집시소녀’, 알브레히트 뒤러의 ‘엘스베트 투허의 초상’ 등 명작 퍼레이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 '베스트 오퍼'

개봉 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 시사회에서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올드먼처럼 뛰어난 경매사이자 다양한 분야의 완벽한 감정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로서 한 분야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미술계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올드먼의 고집스러움, 능력치를 보여주는 영화적 설정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화들로 벽면을 가득 채운 올드먼의 비밀의 방, 보물창고 같은 클레어의 저택, 마지막 부분에 눈길을 사로잡은 ‘밤과 낮’ 카페의 태엽시계 장치들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미장센에 대해 흥미진진한 해석을 곁들여 눈길을 끌었다.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7월 3일 개봉)는 관객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듯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영화는 남성 중심의 19세기에 성차별의 장벽을 이겨내고 예술혼을 불태운 인상파 최초의 여류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인생과 예술, ‘인상파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와의 뜨거운 예술적 교감을 담았다.

▲ '마네의 제비꽃 여인'

배우 겸 조각가인 마린느 델테르메가 베르트 모리조를 맡아 그녀의 예술혼을 스크린에 섬세하게 복원했다. 역사 속 잊혀진 화가로 여겨져온 베르트 모리조를 처음으로 조명한 이 영화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화가의 명예를 회복시켰다”(르 몽드),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지닌 영화다”(텔레 꺄블르)는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영화에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1863), ‘피리 부는 소년’(1868), ‘발코니’(1868) 등과 베르트 모리조의 ‘로리앙 항구’(1869), ‘요람’(1872) 등의 명화가 등장한다.

▲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의 극중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7월 10일 개봉)은 현존하는 가장 극적인 아티스트 랄프 스테드먼의 강렬한 작품세계를 좇는다. 랄프 스테드먼은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물농장’ ‘보물섬’ 등의 삽화를 비롯해 미국 롤링스톤, 뉴욕타임즈 지에 연재한 신랄한 정치풍자 삽화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삽화가다. 1970년대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헌터 S. 톰슨과 의기투합해 일명 ‘곤조 저널리즘(취재 대상에 적극 개입, 관찰해 1인칭 시점으로 기사 서술)’을 창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절친인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이 내레이션을 맡아 랄프의 작업실을 찾아가면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펜과 잉크, 물감을 가지고 스크래치와 호흡을 이용해 작업하는 대담하고도 독특한 방식을 실제 확인할 수 있으며 60년대 후반 초기작을 비롯해 뉴욕 풍경, 프로이트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소재 출판물 등 그의 대표작들을 몽땅 감상할 수 있다.

▲ 극중 랄프 스테드먼의 실제 작업 장면

박미례 미술작가는 “영화와 미술은 공히 이미지의 예술이자 시각예술이므로 미술을 영화언어로 표현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적합하다”며 “더욱이 위대한 화가들은 시대의 부침과 역경에 휘말리곤 했으며 요절하는 등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기에 흥미로운 영화화 대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영화는 개봉 전 이색적인 프로모션이 가능한 잇점이 있다. ‘베스트 오퍼’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에서 시사회를 진행했으며, ‘마네의 제비꽃 여인’은 타이틀 롤을 맡은 여배우와 흡사하게 화가 겸 배우인 강예원이 게스트로 참여한 GV를 2일 개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베스트 오퍼’의 홍보사인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미술 소재 영화는 관객에게 사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익히 보아왔던 명화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인해 호감도가 높다”며 “적극적 문화 향유층인 젊은 여성과 30대 이상 관객이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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