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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신 보는 남자'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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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신 보는 남자' 강하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0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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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소녀괴담'에서 초인적 능력의 인수 연기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드라마 ‘상속자들’의 효신 선배를 거쳐 ‘엔젤아이즈’의 동주로 성장해온 강하늘(24)이 올여름 ‘호러킹’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감성 짙은 학원 공포영화 ‘소녀괴담’의 귀신 보는 소년 인수에 영혼을 실었다. 연이어 영화 '순수의 시대' '쎄시봉' '스물'로 거침없는 직진 행보를 그린다. 이름처럼 파란 기대주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는 그와 눈을 맞췄다.

 

- '소녀괴담‘이 지난 3일 개봉 이후 4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트랜스포머‘ ’신의 한 수‘와 같은 대형 영화 틈바구니에서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외국 공포영화 ‘렛미인’이나 한국영화 ‘늑대소년’ 느낌이 확 들었다. 오인천 감독님을 만나 말했더니 “그게 맞다”고 하시더라. 영화의 구조와 느낌이 특별해 기존 학원 공포물과 다른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

- 공포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소녀귀신(김소은)에게 첫사랑을 느끼는 소년 인수의 로맨스 영화이자, 유년기의 상처를 딛고 숨겨온 자신의 초인적 능력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성장 드라마다. 또한 귀신소동보다 더 섬뜩한 학교폭력에 대한 경고를 담는다. 여러 장르가 섞인 점은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지 않나.

 

▲ 애매모호함을 말하는 건가.(웃음) 퓨전 장르의 위험성일 텐데 일단 연기에선 감독,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며 톤을 잡아갔다. 넉넉지 않은 제작비 등 열악한 상황이라 촬영 때마다 콘티를 보며 뺄 건 빼고, 빈 장면들은 채워가는 스피드와 순발력을 발휘했다. 배우들이 영화를 같이 만들어간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감성 공포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런데 걱정에 비해 너무 잘 나와 만족한다.

- 어떤 점이 만족스럽나.

▲ 무서울 때 확실히 무서웠고 달달한 로맨스와 코미디 요소가 잘 묻어났다. 퓨전장르에 솜씨를 보이신 감독님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 인수 연기는 어떻게 해냈나.

▲ 인수 안에 무서움, 로맨스, 코믹함이 있기에 전형적 인물로 풀어버리면 너무 뻔할 거 같아 순수한 소년의 모습과 더불어 소심한 찌질이, 허당 캐릭터를 접목했다. 그래서인지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특히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귀신을 나만 보는 설정이라 마치 귀신을 보고 느끼는 것처럼 하는 연기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 상대역 김소은은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동기다. 호흡 면에서 아주 편했을 것 같다.

▲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연기호흡을 위해 따로 애기할 게 별반 없었다. 소은이는 학창 시절부터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했음에도 학교에서 매우 친한 사이었다. 동기 모임에 서로 자주 나왔고. 소녀귀신 역 캐스팅 애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 “내가 아는 그 김소은이냐”고 물어봤다. 빨리 미팅 날짜를 잡아달라고 해서 감독님과 셋이 모여 카페에서 3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다. 현장에서의 소은이는 놀이터에 온 어린애 같았다. 욕심 있는 배우는 굳어 있거나,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기 쉬운데 너무나 자유로워 보였다. 대단하게 여겨졌다.

- ‘소녀괴담’ 이후 무려 3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극, 청춘영화, 추억의 7080영화 등 다양하다.

▲ ‘쎄시봉’에서는 가수 윤형주 역할을 맡았다. 아버지가 취미활동으로 라이브 카페에서 밤에 노래를 하셔서 유년기부터 쎄시봉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 휴대전화 컬러링도 ‘사랑이야’ ‘옛사랑’일 정도다. 영화에서 주옥과 같은 노래가 탄생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윤형주 선생님을 만났을 때 “잘 만들어 달라. 꼭 보겠다”고 하셨다. 뮤지컬을 해와서인지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장면이 편하다. 정우 선배가 “그간 공연했던 게 도움이 되겠구나”라며 부러워한다. 촬영 현장에 음악이 끊기질 않아 좋다. 부른 노래 중에선 ‘조개껍질 묶어’가 제일 좋다.

 

- 조선 초기 비극적 운명에서 싹튼 주인공들의 욕망을 그린 ‘순수의 시대’에선 신하균, 장혁과 공연한다. 어떤 역할인가.

▲ 냉철한 삼군부사 민재(신하균)의 아들 진 역이다. 아버지와 달리 악랄한 캐릭터다. 드라마(‘불온’)와 공연(‘왕세자 실종사건’ ‘천상시계’) 경험이 있어서 사극톤이 어렵진 않다. 좋은 사극이 있을 때마다 혼자서 따라 해보고 연습을 꽤 했다. 현장에서 자신도 바쁠 텐데 후배들을 챙겨주는 젠틀한 신하균, 장혁 선배를 보며 나도 후배가 생겼을 때 저래야지, 다짐한다.

- 세 남자의 우정을 그린 청춘영화 ‘스물’에선 새내기 대학생 경재로 출연한다.

▲ 남들이 하는 건 다 누리고 사는 21세기형 훈남이다. 세 인물 가운데 가장 번듯하고 모범적이다. 교복을 벗는 순간 어른이 된 것마냥 착각하는 청춘의 치기와 좌절, 깨달음이라는 주제의식이 맘에 든다. 내 나이와 비슷한 인물이므로 이성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치기 등을 잘 녹여내고 싶다. ‘상속자들’의 김우빈과 다시금 공연하게 돼 즐겁다.

 

- 드라마,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다보니 고향과 다름없는 뮤지컬에 대한 욕망이 클 것 같다.

▲ 좋은 작품들이 많이 올라가고 배우들 캐스팅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자극이 된다. 정말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고. 9월이면 영화촬영이 다 끝나니 연말에는 다른 일들은 제쳐놓고 무조건 뮤지컬에 출연하려고 한다. 록 뮤지컬 ‘헤드윅’을 가장 하고 싶다. 영화로 봤었는데 연극적 깊이와 진지함을 주는 데다 색다른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나중에 도전해야겠단 생각에 뮤지컬은 일부러 한 번도 안봤다. 후후.

- 2014년, 절반이 꺾였다. 당신에게 어떤 한해인가.

▲지난해 ‘상속자들’이 끝나고 나니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더라.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이 까매졌다.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제대로 주고받지 못할 정도로. 올 초부터 주변을 둘러보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 작품하는 데도 편해지고, 내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취재후기] 고도의 집중력, 관객과의 끈끈한 소통이 중요한 무대에서 연기의 기초를 닦아온 영향인지 강하늘은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힘을 준 감정신(Scene)에서 빛을 발한다. 드라마 '엔젤아이즈'에서 그런 기량을 유감 없이 발휘했고, 감독들이 좋아하는 젊은 연기자로 입지를 굳혔다. 인터뷰 때도 자신의 감정을 밀도 높게 전달한다. 그런 그가 산전수전 다 겪은 트랜스젠더 록 뮤지션 헤드윅으로 무대를 방방 뛸 상상을 해본다. 기대가 한 움큼 떨어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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