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4:14 (월)
TV는 월화수목금금(禁禁)일, "앗 레드라이트"
상태바
TV는 월화수목금금(禁禁)일, "앗 레드라이트"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7.11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이예림 기자]

# 에피소드 하나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40대 중년 최모씨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영되는 종편채널 JTBC ‘마녀사냥’을 보다가 깜짝깜짝 놀란다. 걸그룹 멤버들이 나와 '낮이밤져'(데이트를 할 때에는 리드하고 잠자리에서는 리드당하길 원하는) '낮져밤이'를 서슴없이 말하는가하면 일반 여성들도 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곽정은 칼럼니스트, 티아라의 은정, 파이브돌스의 승희(왼쪽부터)가 성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JTBC 제공]

# 에피소드 둘

30대 여성 직장인 이모씨는 토요일 밤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날 밤 전파를 타는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이하 ‘SNL')를 보기 위해서다. 이씨는 19금 유머가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드는 것에 짜릿한 묘미를 맛보곤 한다. 요즘에는 다소 약해졌지만 다른 개그 프로그램들로부터는 느낄 수 없는 19금 재미를 'SNL’을 통해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TV는 월화수목금(禁)금(禁)일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19금 성 관련 이야기와 콩트가 쏟아져 나오면서 성인 시청자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선두주자는 종편채널 JTBC ‘마녀사냥’이다. 대단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 이후 화제성은 웬만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다. 금요일 밤 방송이 끝난 뒤에는 포털 검색어 순위에 프로그램명과 이날 출연한 게스트 이름이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은 물론, 방송에 나온 사연과 출연진들의 발언들이 다량으로 기사화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다.

'마녀사냥'에서 허지웅 영화평론가, 방송인 신동엽, 가수 성시경, 개그맨 유세윤(왼쪽부터)이 연애 경험과 여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진=JTBC 제공]

‘마녀사냥’에서는 ‘섹드립(19금 애드리브)’의 대가로 자리 잡은 방송인 신동엽을 비롯해 발라드 가수 성시경, 개그맨 유세윤, 허지웅 영화 평론가, 곽정은 칼럼니스트, 톱 모델 한혜진, 커밍아웃을 한 방송인 홍석천 등 각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 남녀 관계, 성에 대해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지난 4일 방영된 ‘마녀사냥’에 출연한 걸그룹 걸스데이의 소진은 연애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평소엔 애교가 많고 밤에는 열정적인 것 같다”고 답했다. 스타들이 열애설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하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연진 외에도 일반인 남녀들이 이성과 성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마치 대한민국 방송가의 성 해방구처럼 여겨질 정도다.

지난 '마녀사냥' 방송에서 걸스데이의 소진의 솔직한 발언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사진='마녀사냥' 방송 캡처]

tvN의 ‘SNL'은 이번 시즌부터 15세 이상 관람가로 바뀌어 19금 토크가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화끈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와 야릇하면서도 과감한 이야기들이 넘쳐나 성인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SNL'의 영화 ‘추격자’를 패러디하는 코너에서는 신동엽이 취조하던 변태 스토커가 여자 속옷을 입었는지 확인하려고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다 화들짝 놀라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에 스토커는 “원래 속옷을 안 입어요”라고 말해 방청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유도했다.

'SNL'을 담당하는 CJ E&M의 한 관계자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시간을 밤 11시에서 밤 9시50분으로 앞당겼다. 기존 시청자 층은 아쉽다는 평이 있으나 여성 시청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SNL'의 새 시즌 첫 회는 tvN 단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SNL'은 대중성을 위해 15세로 연령을 낮췄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야릇한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SM C&C 제공, 'SNL' 방송 캡처]

요즘 19금 또는 이에 못잖은 야릇한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고 꼭 짚어 말한다. 하 문화평론가는 “기존 토크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의 요구와 노골적인 아이템으로 관심을 끌려는 방송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짚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성 의식이 서양처럼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 흐름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지상파보다는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하면서 시청률에 목을 매고 있는 종편채널과 케이블채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금 영화의 경우 신분증 검사로 청소년의 영화관 입장이 까다로운데 비해 19금 방송은 그렇지가 않아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하 문화평론가는 “케이블채널에서 선풍을 일으킨 19금 방송은 점차 지상파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이 나간 SBS 토크쇼 ‘매직아이’는 데이트 폭력, 피임을 주제로 MC 군단 가수 이효리, 배우 문소리, 연기자 홍진경, 임경선 작가 등이 높은 수위의 솔직한 발언을 해 큰 화제가 됐다. 그리고 최근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기도 했다. 또 지상파의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과거에 비해 수위 높은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은 이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월화수목금(禁)금(禁)일인 TV가 향후 어떻게 변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pres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