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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언제까지 판타지 자극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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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언제까지 판타지 자극할 건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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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서른일곱 영애씨는 10일 두 남자의 구애 앞에서 고민했고, 김현숙은 12일 듬직한 서른일곱 동갑내기 남자와 결혼에 골인했다.

뚱뚱한 노처녀 디자이너 이영애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실을 그린 케이블채널 tvN 16부작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이 10일 종영했다. 철딱서니 없는 낙원인쇄사 사장 이승준은 영애의 사랑고백을 거절했다가 뒤늦게 영애의 소중함을 깨닫고선 영애에게 대시를 했다. 연하의 꽃미남 사원 한기웅은 영애에 대한 진심을 전한 뒤 영애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장까지 옮기고선 본격적인 연애를 추진했다. 승준에게 차인 뒤 기웅의 대시에 점차 마음이 기울어지던 영애는 승준의 돌출행동에 혼란스러워하며 막이 내려졌다.

▲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 포스터[사진=tvN 제공]

‘막돼먹은 영애씨’는 지난 2007년 시즌1부터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에피소드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며 8년째 롱런하고 있다. 특히 제 아무리 불우한 환경이어도 ‘여주인공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불문율을 거침없이 걷어차며 뚱뚱하고 나이 많고, 성격도 막돼먹은 여주인공을 내세워 신선한 반향을 지폈다. 개그우먼 김현숙은 이영애와 싱크로율 100%의 외모 및 연기력을 보여줘 당당히 여배우로 거듭났다.

그런데 생활밀착형 소재로 웃음과 공감을 안겨주는 이 작품이 영애의 연애사에서는 판타지 드라마로 흘러버린다. 영애는 과거 젠틀한 훈남 선배인 장동건 이사와 결혼을 앞두고 파혼의 아픔을 겪었다. 곧이어 직장 동료인 잘 생기고 돈 많은 김산호와 사랑에 빠져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또다시 깨졌다. 한숨 고른 뒤 이번에는 속정 많은 이승준 사장과 속 깊은 한기웅의 사랑을 동시에 받게 됐다.

네 남자 모두 연애 상대로, 신랑감으로 손색없는 인물들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도 아닌데, 영애의 ‘조건’에서 이런 남자들로부터 연이어 사랑 고백을 받는 게 과연 현실적일까. 로또 당첨될 확률이다. 작가도 멋쩍었는지 마지막회에서 영애의 대사와 내레이션을 빌어 “16부작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도 아닌데...”란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조건’에 걸맞은 현실성을 놓고 본다면 차라리 영애보다 푸어하우스 억척맘 라미란 과장이 밀도가 더 높다. 그런 환경과 조건의 캐릭터라면 라미란 과장의 백그라운드나 행동이 자연스럽다.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와 연출자 입장에선 그렇다고 지지리궁상 '개지순'(정지순), 진상 대기업 사원 정준하와 같은 인물을 영애에게 갖다 붙이기도 난감했을 터다. 너무 암울한 상황이 되므로. 드라마는 현실에 기반하지만 현실에 갇혀선 안 된다는, 즉 꿈과 판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식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리얼공감 다큐드라마'가 무색하게 ‘막돼먹은 영애씨’ 역시 여성 시청자의 대리만족 욕구와 판타지를 자극하고, 끊임없이 최면을 거는 드라마로 위험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완벽한 조건의 남자와 영애가 사랑에 빠지는(혹은 실패하는) 설정은 지루한 반복이자 시즌 복제에 다름 아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버티다 백마 탄 왕자님 만나 행복하게 사는 신데렐라·캔디가 아닌, 조건 좋은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이 아닌 그냥 막돼먹었어도 통쾌한 영애씨를 보고싶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미덕은 판타지와 최면이 아닌, 현실성과 공감 아닌가.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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