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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송이, 4000득점 대기록만큼 빛난 '센터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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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송이, 4000득점 대기록만큼 빛난 '센터 대변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2.18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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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배유나 대신 센터 기용…"센터로 진작 뛰지 않은 것 후회"

[장충체=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보통 이가 빠지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주전 배유나 대신 센터를 맡은 한송이(32)는 잇몸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이'였다. 센터로 대변신하며 4000득점 대기록도 함께 수립해 기쁨 두개가 됐다.

한송이는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수원 현대건설과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블로킹 3개를 잡아내는 등 14득점을 올리며 팀의 3-0(25-17 25-23 25-21)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V리그 원년인 2005시즌부터 활약한 한송이는 황연주(현대건설, 4442득점)에 이어 V리그 여자부 역대 통산 두 번째로 4000득점 돌파(4001득점)의 주인공이 되는 대기록을 남겼다.

▲ [장충체=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GS칼텍스 서울 Kixx 한송이(오른쪽)가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수원 현대건설 김세영 블로킹 앞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표승주(15득점), 캣벨(13득점)도 한송이와 함께 공격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주전 센터 배유나의 공백을 메운 한송이가 단연 일등공신이었다.

◆ 레프트 포화에 라이트로 밀린 한송이, 센터 변신으로 새로운 길을 찾다

현재 GS칼텍스는 그야말로 '레프트 포화' 상태다. '아기 용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소영과 표승주 외에도 신인 강소휘까지 있다.

여기에 한송이도 레프트다. 2007~2008 시즌 득점상과 백어택상까지 받았던 한송이는 경북김천 한국도로공사와 인천 흥국생명을 거치면서 부동의 레프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물론 국가대표에서도 레프트였다.

하지만 3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이소영, 표승주 등에 밀려 라이트를 볼 수밖에 없었다. 2013~2014 시즌에도 베띠, 이소영에게 밀려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했던 한송이였다. 이선구 감독 입장에서는 나이가 적지 않은 한송이의 활용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선구 감독은 "한송이가 186cm의 장신이어서 표승주와 이소영보다 단연 높이에서 앞서지만 힘이 딸린다"며 "한송이가 센터를 맡아주기를 바랐고 센터 기용에 대해 얘기도 해봤지만 자존심을 지켜주느라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만약 한송이가 지난해부터 센터로 나왔다면 캣벨이 아니라 맥마흔(화성 IBK기업은행)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천벽력 같은 배유나의 부상, 한송이가 소방수가 되다

그러나 GS칼텍스로서는 더이상 대안이 없었다. 배유나가 17일 훈련을 하다가 동료 선수의 발을 밟으면서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병원에 다녀오니 6주 치료를 요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선구 감독으로서는 한송이를 센터로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선구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수가 됐다. 표승주와 강소휘, 이소영을 레프트에 기용하면서 '교통정리'가 됐고 한송이는 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현대건설을 높이에서 압도했다.

▲ [장충체=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송이(가운데)를 비롯한 GS칼텍스 서울 Kixx 선수들이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현대건설과 2015~2016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감독의 작전 지시가 끝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송이도 블로킹과 서브가 좋았던 것에 대해 "서브가 좋았던 것은 현대건설에서 리시브를 맡은 2명 선수 사이로 때리려고 했던 것이 잘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며 "또 블로킹을 잘 잡아내서 너무 기분이 좋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도 있었는데 센터를 하게 돼 다행이다. 레프트를 고집하면서 2년을 허비했다. 진작 센터로 뛸 걸 그랬다"고 말했다.

또 한송이는 "어제 (배)유나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생과 같은 동료가 빠져 마음이 아팠다"며 "배유나가 빠져 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유나가 더 부담스러워하고 미안해할 것 같았다. 이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 자존심을 버린 한송이의 변신, GS칼텍스에도 긍정 바람

GS칼텍스가 현대건설을 이기긴 했지만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3위 인천 흥국생명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12승 14패(승점 39)로 4위가 된 GS칼텍스는 흥국생명(15승 11패, 승점 41)과 당장 오는 24일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흥국생명을 꺾는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이를 위해서는 한송이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배유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센터에서 책임을 다해줘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역대 V리그 통산 두 번째로 4000득점을 돌파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송이는 "4000점을 올리기까지 어려운 것도 많았다. 그만큼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기록을 남기겠다. 5000점을 올리려면 앞으로 5년은 더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또 한송이는 "그동안 자존심이 있어서 센터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자존심은 버릴 때"라며 "감독님께서 가끔 센터로 3년, 세터로 3년 더 해서 마흔까지 뛰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세터 연습도 하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송이가 바뀌면서 이제 GS칼텍스도 희망을 갖게 됐다. 한송이의 변신으로 더욱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배유나의 공백을 완전히 지운 한송이의 활약에 GS칼텍스에도 긍정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장충체=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송이(왼쪽 위) 등 GS칼텍스 서울 Kixx 선수들이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현대건설과 2015~2016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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