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가 드디어 7년 동안 김연아가 갖고 있던 여자피겨 최고점을 깼다. 메드베데바가 최종합계 229.71점으로 김연아의 여자피겨 최고점 228.56점을 1.15점 넘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메드베데바는 28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의 오스트라바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 유럽피겨스케이팅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79점을 받았다. 메드베데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8.92점을 포함, 합계 229.71점으로 여자피겨 최고점을 세우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메드베데바의 이날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지난해 4월 자신이 세계선수권에서 세웠던 150.10점을 크게 넘어선 여자피겨 최고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드베데바의 여자피겨 최고점이 김연아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물론 점수 수치로는 김연아를 넘었지만 김연아가 세웠을 당시와 지금의 평가 체계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피겨 점수는 부분 점수를 인정한다. 점프 회전수 판정에서도 종전에는 다운그레이드만 있었지만 지금은 언더로테이드(회전수 부족)이라는 판정이 따로 있다. 언더로테이드 판정이 나오면 70%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 롱 에지(잘못된 날 방향으로 점프하는 것)에 대한 판정도 너그러워져 공중자세나 착지가 완벽하게 됐다면 감점을 줄이는 편이다.
이런 결과로 점수 인플레가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점수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점수를 김연아가 여자피겨 최고점을 받았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로 환산한다면 20점 정도 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점대가 속출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2010년 전후만 하더라도 200점대는 '꿈의 점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최고점이 200점대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김연아를 포함해 무려 16명이나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0점 이상의 최고점 기록이 대부분 2014년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연아의 228.56점과 조아니 로셰트(캐나다)의 202.64점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안도 미키(일본)의 201.34점도 2011년 4대륙 선수권에서 기록한 것이지만 나머지 13명의 점수는 모두 2014년에 이뤄졌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207.43점을 세운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는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점대를 넘었다.
또 2016~2017 시즌에 200점을 넘긴 선수도 메드베데바를 비롯해 무려 8명이나 된다. 이젠 더이상 200점은 '꿈의 점수'가 아니게 됐다. 메드베데바가 여자피겨 최고점을 세우긴 했지만 김연아를 완전히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다.
■ 역대 선수 개인 여자피겨 최고점 200점 이상 현황
1.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 229.71점 (2017년 1월 28일)
2. 김연아 228.56점 (2010년 2월 26일)
3.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224.59점 (2014년 2월 21일)
4. 미야하라 사토코 218.33점 (2016년 12월 10일)
5. 카롤리나 코스트너 216.73저 (2014년 2월 21일)
6. 아사다 마오 216.69점 (2014년 3월 30일)
7. 안나 포고릴라야 216.47점 (2016년 12월 11일)
8. 애쉴리 와그너 215.39점 (2016년 4월 3일)
9. 케이틀린 오스몬드 212.45점 (2016년 12월 11일)
10. 엘레나 라디오노바 211.32점 (2015년 11월 22일)
11. 그레이시 골드 211.29점 (2016년 4월 3일)
12.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210.40점 (2015년 2월 1일)
13. 율리아 리피니츠카야 209.72점 (2014년 1월 18일)
14. 알리나 자기토바 207.43점 (2016년 12월 10일)
15. 조아니 로셰트 202.64점 (2010년 2월 26일)
16. 안도 미키 201.34점 (2011년 2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