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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배구팬 소원까지 가슴으로 품은 별들의 '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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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배구팬 소원까지 가슴으로 품은 별들의 '해피 투게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25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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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으로 돌아온 V리그 올스타전, 팬들과 별들이 함께 나눈 감동의 축제

[장충=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배구가 돌아왔다. V리그 열 번째 별들의 축제가 배구의 중심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2011~2012시즌 이후 세 시즌만에 장충으로 돌아온 올스타전에는 관중석을 가득 메운 4000여 팬들의 함성과 환호가 더해져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이번 V리그 올스타전의 주제는 ‘장충에서 프로배구의 새로운 시작(RE-START Back to the base)’이다. 그 시작을 K스타와 V스타 48명의 별들이 수놓았다.

장충체육관은 오랜 시간 한국 배구의 성지로 자리매김해왔다. V리그 전신인 대통령배와 슈퍼리그가 장충체육관에서 열렸고 이를 통해 수많은 스타들이 배출됐다. 당시 활동했던 선수들은 어느덧 머리에 서리가 내린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지도자와 해설위원이 됐다. 이들도 올스타전의 주인공이었다.

▲ 25일 V리그 올스타전이 끝난 뒤 K스타, V스타 소속 선수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애국가는 장충체육관과 깊은 인연이 있는 스타들이 제창했다. 고려증권의 여섯 차례 우승을 이끈 진준택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장과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우승의 주역인 이도희 SBS스포츠 해설위원, 장윤희 MBC 해설위원이 함께 불렀다.

스파이크 서브 킹·퀸 콘테스트를 비롯한 본 경기에서 선수들은 화려한 플레이와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4000명이 넘는 관중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로 이에 응답했다.

◆ 팬들과 얼굴 맞댄 스타 선수들, 4000여 관중 대환호

장충체육관에서는 두 시즌 반 만에, 서울에서는 2012~2013시즌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이후 두 시즌 만에 열린 축제였다. GS칼텍스가 본 연고지인 서울로 돌아오면서 팬들이 운집했다.

이날 공식 집계된 관중은 만원인 4075명이었지만 계단과 통로에도 많은 팬들이 몰려 실제로는 더 많았다. 남녀노소 많은 관중이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장충체육관에 모여 모처럼 서울에서 열린 별들의 잔치를 즐겼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선수들은 더 가깝게 다가섰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부터 경기장 바깥에서는 선수들이 팬들의 소원을 들어줬다. LIG손해보험 김요한은 애교 넘치는 하트를 날렸고 배유나(GS칼텍스)와 김혜진(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은 즉석에서 걸그룹 SES를 결성, 숨겨뒀던 춤 실력을 선보이는 등 SNS를 통해 사전에 접수된 팬들의 소원에 현장 응답을 했다.

코트를 옮겨서도 열기는 이어졌다. K스타와 V스타 선수들은 남녀 한 명씩 한 편을 이뤄 특정 성씨의 관중을 찾아 줄넘기를 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류윤식과 양효진, 송명근 등은 직접 관중석에 들어가 자신이 찾아야할 성씨를 가진 팬들을 찾아내 줄넘기를 함께 뛰었다. 좋아하는 선수들이 관중석에 뛰어드는 광경에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팬들과 별들이 이인삼각으로 함께 달린 '해피 투게더'도 장충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지폈다.

▲ 류윤식(앞 세번째)과 양효진(앞 네번째)이 25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팬들과 줄넘기를 하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의 ‘토토가’ 열풍에 맞춰 1990년대 음악에 맞춘 치어리더의 공연이 펼쳐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이 나오자 관중들은 열광했고 치어리더들의 동작에도 힘이 넘쳤다.

경기는 더욱 흥미진진했다. 팬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들은 준비한 세리머니로 아낌없이 팬 서비스를 펼쳤다.

V스타 니콜은 1세트 초반 스파이크로 득점에 성공하자 상대 코트까지 넘어가 세리머니를 펼치는가 하면 상대팀 벤치에서 하이파이브를 요구하며 한껏 약을 올렸다.

루키 이재영은 숨겨둔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또 전광인은 1990년대 복고댄스, 김규민은 김세진 감독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끼를 발산했다. 김 감독은 김규민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며 화답했다.

깜짝 혼성경기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원래 1, 2세트는 여자 선수들이 나서고 3, 4세트는 남자 선수들이 대결을 펼치지만 1세트 초반 K스타팀이 크게 뒤지자 레오를 코트에 투입시켰다. 레오가 등장하자 V스타팀도 시몬을 등장시키며 맞불을 놓았다. 남자 선수들이 나서는 3세트에서는 K스타 리베로 임명옥이 등장, 전광인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며 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 K스타의 부용찬과 V스타의 여오현 등 리베로들 역시 공격이 허용되는 올스타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며 자신의 공격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K스타 폴리(가운데)가 25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배구에 푹 빠졌다, 학교에서도 즐기고파"

팬들의 올스타전 참여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별한 사연을 안고 있는 가족팬들은 경기 중 코트에 떨어진 땀을 닦는 마퍼 체험을 했다. 이 가운데 한 40대 가장은 암투병 중인 아내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사연을 신청했다고 밝혀 감동을 자아냈다.

또 선수들을 에스코트한 서울 신구초등학교 5학년 이루다(11) 양은 “배구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데 선수들에게 사인까지 받았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구라는 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오늘 경기를 보고 흥미를 느꼈다. 학교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배구를 즐기고 싶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장충체육관의 리모델링 공사로 한동안 유동인구가 뚝 떨어졌던 체육관 인근 지역은 이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늘어선 입장행렬은 말 그대로 장사진이었다. 멀티 플렉스 극장이 생기기 전 단관 극장에서 흥행작을 보기 위해 줄을 선 예전 모습이 연상될 정도였다.

KOVO 관계자에 따르면 예매분은 시작한지 얼마 안 돼 매진이 됐고 현장 판매분 400장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배구 열기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원에 사는 강형식(22)씨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보고 이다영의 팬이 됐다. 더불어 여자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다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점수를 낼 때마다 세리머니를 펼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회사 일 때문에 현대건설 경기를 못 봤는데, 앞으로 수원체육관에 자주 보러 가고 싶다. 올스타전만큼 앞으로도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많이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2시간에 걸친 올스타전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은 그냥 나가지 않았다. 선수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한 사인회로 끝까지 팬서비스를 발휘했다. 남자부 MVP 전광인은 “많이 찾아와 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웃어보였다.

역시 V리그의 존재 이유는 관중. 팬이 없는 V리그는 생각할 수 없다. 2시간 동안 펼쳐진 장충단 별들의 축제를 한껏 즐긴 배구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흩어졌다. 장충동 족발집 골목도 장충체육관의 열기에 모처럼 북새통을 이뤘다.

▲ 송명근(왼쪽)이 25일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 관중들에게 춤을 선보이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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