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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 시련 훌쩍 뛰어넘은 윤나래, 리우 향해 활짝 편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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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 시련 훌쩍 뛰어넘은 윤나래, 리우 향해 활짝 편 나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2.0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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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기간 8개월 괴롭힌 부상 트라우마 극복…"기계체조 인기 위해 리우 올림픽 출전에 정진할 것"

[300자 Tip!] 운동선수와 부상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때문에 어떤 선수들은 부상을 덤덤하게 받아들이지만, 막상 운동하던 중에 다치면 그 때 휘몰앛는 공포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경기 도중 얼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농구선수 최부경(서울 SK)은 복귀 이후 안면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전했지만 부상 트라우마 즉, 정신적 외상를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그만큼 선수에게 부상은 불가피한 것이면서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해야 할 존재다.

[태릉=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2013년 5월 태릉선수촌 개선관. 다른 날과 다름없이 이단평행봉 훈련을 하고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심을 잃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 같았다. 다시 시작하기 두려웠고 공포감이 온몸을 감쌌다. 수술 후 8개월의 재활기간. 복귀 날짜까지 까마득했지만 주위의 응원에 힘입어 그 지겹고 힘든 재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해냈다.

▲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2013년 5월 팔꿈치 부상을 당한 윤나래는 8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기계체조 사상 처음으로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윤나래(18·대구체고). 화려한 텀블링의 이면에는 홀로 부상과 싸운 시련이 있었다.

큰 대회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당한 부상은 그로 하여금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윤나래는 “처음엔 좌절감이 밀려왔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며 “단지 쉬는 동안 근력과 체력이 떨어져 이를 끌어올리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2월 복귀하기까지 8개월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팔꿈치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끈질기게 옮매던 트라우마도 이젠 없다.

◆ 위험한 것 모르고 뛰어든 기계체조에 흥미 느꼈다

윤나래는 여섯 살 때 우연히 기계체조에 입문했다. 당시 대구 남부초등학교 체조반에 다닌 언니 윤유리(21·제천시청)를 따라 놀러 갔다가 탁월한 운동신경이 눈에 띄여 체조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선천적으로 유연한 몸을 타고난 그는 운동에 재미를 느꼈고 가족에게 하고 싶다고 졸랐다. 특히 운동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윤성준(46)씨가 체조를 강력 추천했다. 운동이 재밌다보니 위험한 건 뒷전. 같은 길을 걸은 언니도 큰 힘이 됐다.

“언니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운동하니 의지가 됐습니다. 선수로서 공감대가 있다 보니 힘든 점을 공유하게 되고 말도 잘 통했지요. 세 살 터울이라 중·고등학교 때는 만나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땐 별 걱정 없이 운동했습니다. 부상으로 재활할 때도 옆에서 많은 힘이 돼줬습니다.”

리듬체조에 비해 힘이 넘치는 동작이 많은 것도 기계체조에 발을 내디딘 이유였다. 위험하지만 고난도의 기술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컸다.

▲ 체조선수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언니는 윤나래의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존재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남부초교 5학년 시절인 2008년 소년체전에서 4관왕을 차지한 윤나래는 원화중 3학년 때인 2012년 소년체전 5관왕에 등극,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국내 최강자임을 재확인한 그는 아시아 무대로 옮겨 다시 한 번 정상에 섰다. 2012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개인종합 2위, 도마 1위, 마루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자신감을 충전한 윤나래는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과 마루에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올렸다.

◆ 체중에 민감한 운동, 잘 찌는 체질이라 고민

하지만 윤나래가 이룬 성과엔 그만큼의 대가가 따랐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많은 10대. 하지만 윤나래는 체조를 위해 이것을 조절해야 했다. 평소 가리는 음식이 없지만 조금 먹더라도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한다.

음식을 먹으면 그램(g) 단위로 살이 찐다는 윤나래. 이제는 빠른 시간에 살을 빼는 것이 익숙한 그는 “살이 잘 찌기 때문에 열심히 운동할 수밖에 없다”며 입술을 삐죽였다.

“대회에 나갈 때는 체중에 더 민감해요. 먹을 것을 참아가며 운동에 집중하지요. 몸이 무거우면 안 되는 운동이다 보니 격투기 선수가 계체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대회가 끝나면 또 아무렇지 않게 먹어요.(웃음)”

체조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외출로 푼다. 국가대표 선수 중 네 명이 또래라 태릉선수촌 밖에서 수다를 떤단다. 대구 집에 자주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선수촌 생활에 적응했다.

▲ 평균대 위에 앉아 있는 윤나래.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지만, 실전에서는 긴장한 탓에 고득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체조하면 여자 기계체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이제는 체조를 이야기할 때 기계체조보단 리듬체조를 먼저 떠올린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뒤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한 손연재가 리듬체조의 저변을 넓혔다.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갈라쇼까지 열린다.

윤나래의 바람은 비인기 종목인 여자 기계체조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이다. 붐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오는 10월 참가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8개국 중 6위에 그쳐 4개국에 돌아가는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 에이스였던 박경진이 훈련 도중 왼팔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른 게 뼈아팠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38개 나라 중 18위를 했어요. 올해 대회에서 12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습니다. 아직 못 미치는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연습해 목표를 달성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남은 시간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취재후기] 윤나래는 개인종합 네 종목 중 평균대가 가장 약하다. 기구를 사용하다 보니 변수가 있기도 하고 많은 관중 앞에서는 여전히 긴장된다고 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도 평균대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의 롤모델은 러시아 체조선수 빅토리아 코모바. 자신 있게 내지르는 동작들이 부럽단다. 윤나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본선 진출을 꿈꾸고 있다. 부상이란 큰 산을 넘은 그가 선수로서 최고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

▲ 부상의 시련을 이겨낸 윤나래는 올해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첫 올림픽 티켓 획득을 노린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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