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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창완밴드 "'청춘' 내려놓고 자연스러움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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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창완밴드 "'청춘' 내려놓고 자연스러움 얻었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0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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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3집 '용서' 발매한 김창완밴드

[300자 Tip!] '청춘'. 김창완(60)은 이와 같은 수식어를 심심찮게 듣는다. 어린이들도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동시·동요를 만들고, 강렬한 록 사운드와 함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등 실험적인 노래를 선보여 왔다.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 둘, 그의 목소리는 나이들지 않는다.

그러나 5일 '김창완밴드'로서 정규 3집 '용서'를 발표한 그는 "'청춘'을 내려놨다"고 했다. 대신 '제 나이를 입고' 작업했다.

"고백하자면 전 음반까지만 해도 소구점을 '청춘'에 뒀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런 점을 모두 내려놓고 내 나이에 맞는 옷을 입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앞서 냈던 1, 2집에 강박이 있었다면, 3집이야말로 명실공히 김창완밴드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다 자연스러워졌죠."

▲ 김창완밴드. 강윤기(드럼), 이상훈(키보드), 김창완(보컬), 최원식(베이스).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스포츠Q 오소영 기자] 보컬 김창완, 그리고 이상훈(키보드), 최원식(베이스), 강윤기(드럼)를 만나 이번 앨범 작업기에 대해 들었다.(기타를 연주하는 염민열은 최근 입대했다)

◆ 두 번째 리메이크하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한국 록 정체성' 향하죠  

3집 '용서'의 첫 번째 트랙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다. 1978년에 산울림의 이름으로 발매한 이 곡은, 지난 2011년 김창완밴드가 다시 녹음해 발표했다. 국악밴드 '잠비나이'와 함께 한 이번 버전은 세 번째의 곡 발표인 셈이다.

이번 재녹음 버전에서는 잠비나이의 해금, 피리, 거문고 연주로 도입부를 강렬하게 채우고, 여기에 베이스 기타, 기타, 드럼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섞이고 곡이 웅장해진다. 김창완은 이에 대해 "록과 국악을 단순히 섞는 작업이 아니라 국악기로 록 사운드를 더 넓게 구현해 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을 두 번씩이나 다시 부른 것에는 이유가 있을 법했다. 김창완은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 데뷔 때부터 질문을 받아왔는데, 어떤 게 한국 록인지 보이기가 힘들었죠. 산울림 앨범에서 '청자(아리랑)' 등으로 시도했지만 늘 미흡하단 생각이 있었죠.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답을 찾아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당시 무모한 곡이었죠. 미래지향적이고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한 면모로 접근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 작업은 이 곡이 한국 록이기 때문에 다시 부른 것일 수도, 1978년 발표했던 원곡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일 수도 있어요.(김창완)"

▲ 국악 밴드 '잠비나이'와 협업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 '중2병'이라고요? 김창완밴드가 건네는 "중2야, 미안하다"

타이틀곡 '중2'는 발랄하고 도전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요즘 중학교 2학년은 신조어인 '중2병'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뤄지며 '문제적인 나이'로 여겨지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김창완은 '중2' 뒤에 '병'이라는 말을 붙이는 대신, 사과를 택했다.

"'중2 뒤 괄호 속 말은 '미안하다'입니다. '네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니'라고요. 이 시기는 저희도 거쳐왔던 시기고, 못 말리는 가장 유아독존적인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몰인정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싶어요.(김창완)"

중학교 2학년생에게 가사를 보여주니 "실제 중2는 이렇지 않다"는 답이 왔다. 그래서 가사를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그대로 가기로 했다.

"어른들의 오해를 그대로 싣기로 했어요. 중2 본인들은 '뭐 저런 중2 노래가 있어?' 생각할지 모르나, 저는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아는 것'뿐 아니라, '난 당신을 정말 모르겠다'는 것도 또다른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요.(김창완)"

이런 소통의 자세는 앨범 타이틀 '용서'에도 묻어난다. '용서'와 세월호 사고 후 작업한 수록곡 '노란 리본'은 '사회적 메시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김창완은 이번 앨범은 이전에 발표했던 사회적 메시지들의 곡과는 다르다고 했다.

"산울림 9집은 온통 사회를 비판하는 곡으로 이뤄져 있죠. 앨범 재킷에는 공해를 상징하는 괴물같은 새가 도시를 덮치고요. 그렇게 사회적인 거대 담론을 담으려고 했다면, 이번 '용서'는 아주 개인적인, 너와 나 사이의 작은 것을 회복하고자 하는 뜻이에요. 진정한 용서는 그냥 잊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 식의 용서는 오히려 폭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김창완)"

▲ 김창완. SBS '비밀의 문' 이후 또다시 사극 촬영에 들어가야 해서 수염을 그냥 기르고 있다. "수염을 뗐다 붙였다 하는 게 일이더군요."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 원 테이크 녹음, '자연스러움' 강조하는 김창완밴드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록 신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창완밴드는 어떤 형태로 작업할까. 이들을 대표하는 단어는 '자유'다. 일부러 어떤 것을 의도하기보다는, 녹음을 항상 원 테이크로 진행하며 그 안에서 나오는 자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김창완밴드는 특이하게, 코드의 구성이나 리듬의 종류, 템포, 악기의 음색, 장비의 선택 유무같은 점에는 상관하지 않는 밴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번 '용서' 녹음에도 어떤 리듬, 화성, 주법으로 연주할지 고민하기보다 다른 데 무게를 실었죠. 제 경우는 '용서'의 첫 마디인 '힘이 들면 말을 하지 왜 그랬어'로 정서를 이어갔어요. 김창완밴드의 거의 모든 곡이 이런 식으로 녹음됐어요. 미리 의도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최원식)"

김창완밴드가 가진 이 '자유로움'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발현됐다. 이는 영국에서 온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이 가진 태도 덕이기도 했고, 녹음 당시 상황 덕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뭔가를 더 세게 해야겠다, 자연스럽게 보여야겠다는 강박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은 점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미국 공연 후 녹음을 했는데, 여행을 마치고 와 그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어요. 멤버들끼리도 녹음, 음악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죠.(최원식)"

▲ 3집 '용서' 녹음현장. "영국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과 지금껏 했던 녹음 중 가장 새롭고 자연스럽게 작업했습니다."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 영국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과의 작업, "음악이 소통해줬다"

아드리안 홀과는 의사소통이 관건이었을 듯했다. 앞서 1집 '버스(BUS)'를 일본인 엔지니어와 작업했을 때, 당시 통역이 있었지만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소리가 너무 뿌얘서, '아침 분위기가 나게 색깔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점점 더 뿌얘지는 거예요. 왜 이렇게 되냐 물으니 '일본 아침은 이렇다'고 하더군요. 뿌옇다고.(웃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애를 먹었죠.(김창완)"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대화 없이도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멤버들은 일제히 이를 "지금껏 해 보지 않았던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기억했다.

"아드리안 홀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첫 작업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녹음하는데, 미리 맞춘 것처럼 악기 배열이 된 걸 보고 신뢰가 생겼죠. 하루에 녹음을 쭉 할 수 있었어요.(최원식)"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아드리안 홀은 처음 보는 국악기였고, 미리 노래를 들어보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말을 안 해도 통하더군요. 우리가 나눈 대화는 '오케이?' '오케이!'가 전부였고, 매일 술만 마셨죠.(웃음) 소통은 음악이 해줬어요.(김창완)"

"30년 가량 녹음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녹음작업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나름대로의 한을 푼 듯한 느낌도 들고요. 음악은 소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데, 아드리안 홀은 소리를 결정해 줬어요. 이런 뜻깊고 좋은 앨범이 그냥 지나가기보다는 잘 됐으면 좋겠어요.(강윤기)"

▲ 5일 김창완밴드 정규 3집 '용서' 발매 기념 쇼케이스.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취재후기] '아니 벌써', '너의 의미', '산할아버지' 등. 수많은 히트곡과 앨범을 냈음에도 김창완은 "가수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기가 아직도 어렵다"고 했다.

"가수로 데뷔하고도 10년 넘게 '저는 가수입니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왔어요. 지금껏 수도 없이 앨범을 냈는데, 점점 '뭘 부를까' 보다 '왜 부를까?' 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돼요. 늘 마음의 고향은 음악에 와 있는데, 음악은 할수록 답이 멀어져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는 건, 음악의 어떤 힘 때문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왜 부를까'라는 고민과 함께 작업한 이번 '용서'는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희망과 소통의 메시지를 전한다. 담담히 노래하는 보컬 김창완의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연주는 담담히 듣는 이를 다독인다.

김창완밴드는 오는 12~14일 3일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에서, 3월 21일·28일에 각각 서울·춘천 상상마당에서 정규음반 발매 공연을 연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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