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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상악령 속에서도 찾는 슈틸리케호의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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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상악령 속에서도 찾는 슈틸리케호의 '긍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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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박주호 시작, 아시안컵 이어 우즈벡 평가전까지…공백 메우기 위한 '뉴 페이스' 발굴 효과도

[대전=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상 악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줄부상의 그림자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선수들의 줄부상에 전력 공백은 물론 선수 테스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자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구자철(26·마인츠05)의 선제 헤딩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9승 3무의 무패행진이 계속 이어진 것은 주목할만 하지만 홈경기에서 처음으로 비겼다는 점은 씁쓸함으로 남는다.

또 하나 씁쓸한 것은 선수들의 줄부상이다. 경기를 할 때마다 또는 소집을 하려고 하면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진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답답한 분위기다.

슈틸리케호 부상 악령의 시작은 박주호(28·마인츠05)였다. 박주호는 지난해 10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에 거친 태클을 당하며 전반 20분만에 들 것에 실려나왔다. 당시 박주호는 심한 통증으로 뛰기 힘들다는 손짓을 보낼 정도였다.

다행히도 가벼운 오른쪽 발목 염좌에 그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부상 악령은 아시안컵까지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뽑고 싶은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고 대회에서도 부상 공백에 마지막까지 힘을 받지 못했다.

▲ 구자철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호주전 당시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소속팀에 들어오지 못했다. 구자철과 함께 이청용까지 아시안컵에서 부상을 당해 대표팀의 공격력이 크게 저하, 우승까지 가는데 힘을 받지 못했다. [사진=스포츠Q DB]

◆ 아시안컵 이청용·구자철 줄부상, 공격진 힘 떨어진 이유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들을 뽑는 과정에서부터 부상 때문에 많은 고심을 했다. 왼쪽 측면 풀백에 윤석영(25·퀸즈 파크 레인저스)을 선발하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아시안컵을 앞두고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김신욱(27·울산 현대)과 이동국(36·전북 현대)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신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입은 부상 때문에 아예 시즌 아웃됐고 이동국도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경기 도중 부상으로 소속팀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시상식에서 이동국의 상태에 대해서 물으며 세심하게 아꼈지만 끝내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됐다.

오른쪽 풀백의 이용(29·상주 상무)도 당시 소속팀이었던 울산의 경기를 치르다가 코뼈 골절상을 당해 11월 A매치부터 출전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애써 봐왔던 선수들을 아시안컵에서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은 아시안컵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과 구자철이 차례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것도 중요한 녹다운 토너먼트가 아닌 쉽게 넘어갔어야 할 조별리그에서 당했던 것이라 더욱 뼈아팠다. 주전들의 부상이 계속 공격에서 발생하면서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8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뚝 떨어진 공격력에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 이정협 역시 주전 공격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 뽑힌 경우다. 지난해 김신욱과 이동국이 부상으로 빠지고 박주영이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 대표팀 원톱 부재 속에 이정협이 전격 발탁됐고 신데렐레가 됐다. [사진=스포츠Q DB]

아시안컵이 끝난 뒤 좀 나아지나 싶었더니 다시 부상악령이 슈틸리케호를 덮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및 뉴질랜드와 평가전 2연전을 앞두고 김진수(23·호펜하임)가 소집 직전 리그 경기에서 뇌진탕 증세를 보여 합류가 불발됐다.

또 슈틸리케 감독이 오른쪽 풀백으로 테스트해보려 했던 장현수(24·광저우 푸리)마저 발목 부상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김은선(27·수원 삼성) 역시 심한 감기몸살로 합류하지 못했다.

경기에서는 이정협(24·상주 상무)과 정동호(25·울산)가 부상을 당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안타까움을 낳았다. 이정협의 부재는 원톱 실종 현상을 가져왔다. 정동호는 A매치 첫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아픔이 컸다.

◆ 주전 공백 부작용 뒤엔 새로운 자원 발굴 효과도 있다

몇몇 약물 가운데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다른 약효로 이어지기도 한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던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라는 약효가 발견돼 용도가 바뀌는가 하면 전립선비대증 치료 용도였던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발모제가 됐듯 부작용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효과도 있다.

슈틸리케호의 부상 부작용이 전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새로운 자원 발굴이라는 효과도 인정해야만 한다.

▲ 정동호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당초 오른쪽 풀백으로 실험하려고 했던 장현수를 대신해 대표팀에 승선했다. 정동호 역시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고관절 부상을 당해 41분만 출전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정협이다.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이정협이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다. 아니, 아예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원톱이자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정협은 아직까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정협의 선발은 동아시안컵 이후로 훨씬 미뤄졌을 수도 있다.

윤석영의 합류 불발로 왼쪽 풀백에 김진수가 붙박이로 들어가면서 아시안컵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스타가 된 것 역시 부상이 가져다주는 생각하지도 못한 효과다. 오른쪽 풀백의 이용이 지난해 10월 코뼈 골절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두리의 대표팀 연장이라는 또 다른 효과를 불러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장현수를 실험하려고 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그러나 정동호라는 새로운 자원을 머리 속에 넣어두고 그를 선발했다. 정동호 역시 고관절 염좌상으로 전반 41분만에 교체 아웃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부상을 당해 나가기 전까지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며 합격점을 줬다.

이청용이 아직까지 아시안컵 당시 부상으로 소속팀에서도 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성(23·전북)이라는 새로운 자원이 나왔다. 이재성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돼 그라운드의 이곳저곳을 누볐다.

▲ 이재성은 이청용의 부재 속에 발굴된 보배다. 이재성은 27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활발한 운동량을 보여주며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을 완벽하게 치러냈다. [사진=스포츠Q DB]

소속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광범위하게 움직이는 활동량을 보인 선수였기에 이재성의 A매치 데뷔전은 더욱 눈에 띄었다.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누비고도 지치지 않는 모습은 마치 현역시절 '두 개의 심장'으로 불렸던 박지성(34)을 많이 닮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부상으로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전에는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만약 이정협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지동원의 테스트 여부도 좀더 지켜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부상을 당하자 선수를 아끼는 차원에서 지동원의 뉴질랜드 출전을 확정했다. 지동원으로서는 슈틸리케 감독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수들의 줄부상은 분명 유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상 때문에 새로운 자원이 발굴되고 우리가 몰랐던 선수들이 대표팀의 힘이 된다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만큼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부상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선물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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