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17:12 (목)
[SQ분석] 밑그림 그려가는 슈틸리케호, 2연전 결과 그 이상의 수확은
상태바
[SQ분석] 밑그림 그려가는 슈틸리케호, 2연전 결과 그 이상의 수확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1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즈벡·뉴질랜드전 1승 1무, 만족할 성과 아냐…이재성 등 새로운 자원 발굴, 선수층 두꺼워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치른 3월 A매치 2연전은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3년 여정의 첫 출발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가 벌어지는 6월 11일까지 A매치 주간이 없기 때문에 더이상 한국 축구대표팀에 평가전은 없다.

그렇기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그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당장 베스트 11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급한 것은 한정된 자원에서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7일과 31일 벌어진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와 경기를 통해 1승 1무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1-1 무승부였다. 라이벌 일본이 31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5-1 대승을 거둔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 또 뉴질랜드전에서도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아시안컵과 비교하면 만족할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도 선수들을 평가하고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로 사용했다. 그런만큼 수확도 적지 않았다.

▲ 이재성의 발굴은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최대의 수확이었다. 이재성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데뷔골까지 넣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이재성. [사진=스포츠Q DB]

◆ 이재성의 발굴, 젊은 K리거에 동기부여가 되다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큰 소득은 이재성(23·전북 현대)의 발견이다. 이재성은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해 왕성한 활동량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슈틸리케 감독에게 확실하게 알렸다.

나흘 뒤에는 뉴질랜드전에도 나와 승리를 견인하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2경기 만에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는 장면은 역시 이재성의 활발한 무브먼트에 의한 결과였다.

후반 42분 이정협(24·상주 상무)이 태클로 공을 차단한 뒤 김보경(26·위건 어슬레틱)이 이를 잡아 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골키퍼에 막혀 흘렀지만 이재성이 이를 놓치지 않고 골지역 왼쪽까지 들어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재성은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나고 문전 쇄도하는 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 결실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데뷔골이 우연이나 행운이 아닌 노력에 의한 결과였다는 뜻이다.

이재성은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멀티 플레이어의 전형이다. 소속팀 전북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뛰며 수비와 공격을 오가지만 대표팀에서는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맡았다. 물론 측면 공격이나 공격형 미드필더도 전북에서 맡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위치시켜도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그의 큰 무기다.

아직 프로 데뷔 2년차인 이재성이 대표팀에서 경쟁력있는 면모를 보여준 것은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과 동기부여가 된다. 이정협이 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원톱으로 성장한 것처럼 이재성도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성장하게 됐다는 점은 누구나 K리그에서 열심히 하고 잘하면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 김보경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자주 잡으면서 대표팀에서도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다. 김보경이 대표팀에서 다시 맹활약할 수 있다는 점은 선수층이 두꺼워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김보경. [사진=스포츠Q DB]

실제로 뉴질랜드전을 통해 자신의 은퇴 A매치를 치른 차두리(35·FC 서울)도 "어린 K리거가 활약을 해줬다는 것은 앞으로 다른 K리거들에게도 큰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직 대표팀은 무한 경쟁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있다. 이 가운데 원톱은 있지만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K리거가 노릴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동국(36·전북 현대)과 김신욱(27·울산 현대)이 가장 유력하지만 황의조(23·성남 FC)라는 새로운 신예가 떠오르고 있다.

차두리 은퇴 후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 외에 대안이 없는 오른쪽 풀백에서도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임창우(24·울산)를 기대해볼 수 있다.

◆ 김보경의 부활, 구자철의 여전한 클래스

김보경이 부활의 나래를 폈다는 것도 반갑다. 전 소속팀인 카디프 시티에서 전력 외 평가를 받으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보경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뒤 위건에 입단했다.

위건은 아직 잉글랜드 리그 챔피언십(2부)에서 하위권에 처져있지만 김보경은 소속팀에서 맹활약하고 출전 기회를 늘려가면서 자신의 기량과 경기력을 되찾고 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봤을 때 대표팀 주전 자리는 없다. 원래 포지션이었던 왼쪽 측면 공격은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이 꽉 잡고 있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도 구자철(26·마인츠)과 남태희(24·레퀴야)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이재성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 구자철은 지난달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사진은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구자철. [사진=스포츠Q DB]

김보경은 뉴질랜드전이 끝난 뒤 "이번 평가전에서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뛰었는데 개인적으로 중앙에서 조금 더 자신있다"며 "이번 평가전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이 나를 대표팀에 계속 부를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오래간만에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며 직접적으로 김보경을 지목하기도 했다. 한동안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김보경의 부활이다.

여기에 구자철의 여전한 클래스도 확인했다. 구자철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어깨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컨디션을 찾지 못했지만 우즈베키스탄전 선제골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이정협의 부상으로 원톱에 구멍이 생겼을 때는 전방으로 올라가 경기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대표팀에 들어온 지동원이 이정협과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까지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지동원은 대표팀에서도 크게 활약해주지 못했다. 지동원은 뉴질랜드전에서 위협적인 다이빙 헤딩슛으로 인상을 던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지동원이 활약해주지 못하면서 이정협은 당분간 대표팀 원톱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협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부상을 당해 중도에 교체되고 뉴질랜드전에서도 20분 정도밖에 뛰지 못했지만 경기력은 아시안컵 당시에 못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은 아직까지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밑그림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한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다. 그런 점에서 A매치 2연전은 1승 1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 이정협은 A매치 2연전을 통해 지동원과 주전 경쟁에서 승리, 당분간 대표팀 원톱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이정협.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