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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국내 데뷔전,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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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국내 데뷔전,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9 2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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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드리블·볼키핑으로 우루과이 수비 휘저어…몸싸움 밀리고 기대했던 골은 없어 아쉬움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승우(17·FC 바르셀로나)의 명성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FC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징계를 받으면서 아직 소속팀의 공식 경기에는 나설 수 없지만 이승우의 발끝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승우는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 2015 수원 JS컵 18세 이하(U-18) 국제청소년축구 대회에 원톱 선발로 나서 후반 17분 강지훈(18·용인대)와 교체될 때까지 62분을 쉼없이 달리며 상대 수비를 휘저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선수권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르고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하면서 스스로 최우수선수(MVP)가 됐던 이승우의 진가를 보기 위해 5600여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기대했던 골은 터뜨리지 못했고 슛도 1개에 불과했지만 이승우는 빠른 돌파의 폭발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승우가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15 수원 JS컵 U-18 국제청소년축구 대회에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며 상대 진영을 돌파하고 있다.

◆ 박지성 외 차범근·슈틸리케·신태용·최진철 감독까지 총출동

그동안 이승우가 어떤 기량이라는 것은 각종 뉴스나 국제 대회에서는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 팬들 앞에서는 한번도 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이승우 역시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묻어났다.

특히 한국 축구의 레전드와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차범근(62) 전 감독, 신태용(45) 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최진철(44) 한국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경기장에 나타났다. 물론 대회를 주최한 JS 파운데이션의 박지성(34) 이사장도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물론 이들의 눈이 오직 이승우만 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점이 모아진 것만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금방 그라운드에 적응해나갔다. 공을 잡으면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여줬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우루과이 선수들을 상대로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그가 공을 받을 때면 5600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과 탄성을 질렀다.

이승우는 공을 전달받기만 하면 우루과이 수비수들을 제치고 돌파해나가며 공격을 이끌어나갔다. 특히 전반 35분에는 하프라인부터 단독 돌파하며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까지 단숨에 파고 들었다. 뒤늦게 어깨를 들이민 수비수 마티아스 올리베라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주장했지만 주심은 페널티지역 바깥에서 파울이 이뤄졌다며 프리킥을 선언했다.

이날 이승우의 슛은 후반에 기록한 단 1개였다. 그러나 마무리보다는 개인기를 발휘하며 빠른 드리플 돌파로 공격을 창출해내는 장면은 역시 바르셀로나가 키우고 있는 '차세대 리오넬 메시'라는 것을 입증했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승우(오른쪽)가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15 수원 JS컵 U-18 국제청소년축구 대회 경기에서 선제결승골을 넣은 이동준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10점 만점에 겨우 5점짜리 경기, 결코 만족할 수 없어요"

이승우는 후반 17분 교체되면서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라운드를 걸어나왔다. 벤치에서 한차례 물병을 걷어차는 모습도 있었다. 교체 선수라도 보통 끝까지 벤치에 남아 경기를 관전하는 법인데 이승우는 롱 점퍼를 입고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승우는 "안익수 감독님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독님께 불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10점 만점에 4, 5점짜리 경기밖에 안됐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 것이 기쁘고 팬들에게 좋은 축구를 선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골을 넣지 못했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며 "볼 터치나 마무리 능력이나 집중력에 조금씩 모두 안됐다. 잘된 것이 없던 경기였다"고 자신에게 불만족스러워했다.

이날 이승우에게 지적됐던 것은 몸싸움이었다. 아무래도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선수들과 뛰다보니 체격 조건에서 확연하게 눈에 띌 정도로 작아보였다. 자신의 개인기를 활용해 돌파하는 능력은 돋보였지만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에서는 다소 밀리는 듯 했다.

안익수(50) U-18 대표팀 감독은 "몸싸움에서 다소 밀리는 것은 훈련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문제점이다. 이미 예상했다"며 "이승우가 앞으로 잘하고 개선시켜주려고 U-18 대표팀으로 불러 대회에 출전시킨 것이다. 이번 대회가 도움이 돼 6월 U-17 수원컵과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우의 경기는 오늘이 끝은 아니다. 다음달 1일 같은 장소에서 벨기에와 만난다. 3일에는 프랑스전도 있다. 프랑스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팀에서 뛰고 있는 테오 에르난데스(18)와 바르셀로나 후베닐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테오 쉔드리(18)도 있다. 이승우가 자신의 진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승우가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15 수원 JS컵 U-18 국제청소년축구 대회에 앞서 국민의례 때 가슴에 손을 대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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