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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 KBO리그-K리그 냉온탕 왜?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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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 KBO리그-K리그 냉온탕 왜?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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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광풍을 일으켰다. 지난 15일 종영된 마지막 회의 경우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뜨겁게 ‘안녕’했다.

올겨울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말 그대로 ‘핫’했다면 실제 프로야구(KBO리그) 스토브리그는 잠잠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난 시즌 여러 악재 속에 관중이 감소하며 야구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감도는 가운데 10개 구단과 소속 선수들은 차디찬 겨울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 등 쾌재에 힘입어 최근 몇 년 간 최고의 흥행가도를 달렸던 프로축구(K리그)는 이적시장 역시 예년보다 훨씬 뜨거웠고, 오는 29일 개막을 앞두고 큰 기대감을 조성했다.

차게 식었던 프로야구와 뜨겁게 타올랐던 프로축구의 2020시즌 스토브리그. 어떤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까.

2020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FA시장은 조용했다. 실제 스토브리그보다는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더 뜨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 극명했던 온도차, 2019시즌부터 돌아보자

프로야구는 지난해 800만 관중 동원에 실패했다. 역대 최다인 878만 명(기존 최다 2017년 840만 명)의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건만, 728만 명에 그치며 2016년부터 3년째 이어오던 800만 관중 시대의 막을 내려야만 했다. 

사실 프로야구를 향한 시선은 2018년부터 곱지 않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병역 기피 및 특혜 논란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던 때다. 

수준 낮은 경기력에 관중들이 돌아섰다. 시즌 초부터 ‘5강 5약’ 체제가 굳어지자 일찌감치 김이 샜다. 지역연고 기반 인기구단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 역시 큰 영향을 끼쳤다. 고 연봉 베테랑 김현수(32·LG 트윈스), 이대호(38·롯데) 등이 팬 서비스를 경시해 원성을 샀다. 음주운전과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거듭되자 팬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고, 곧 관중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프로축구는 꿈에 부푼 한 해였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1·2부 도합 유료관중 230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거둔 독일전 승리,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승승장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듬해 U-20 월드컵에서 젊은 태극전사들이 유래가 없던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내면서 탄력이 붙었다. 대표팀을 향한 관심은 그들의 소속팀, 곧 K리그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근 1~2년 대구FC, 경남FC, 강원FC 등 시·도민 구단의 약진은 리그 판도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손승락이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전격 은퇴했고, 롯데 자이언츠 고효준(사진)은 아직 미계약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 허리띠 졸라매는 야구단?

‘냉각’과 ‘경직’이라는 2019 프로야구의 키워드는 스토브리그에도 적용됐다. 프로야구 자유계약(FA)시장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구단들이 꾸준히 선수단 규모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흐름이 계속됐다.

손승락이 은퇴했고, 19일 기준 고효준(이상 롯데 자이언츠)은 아직 미계약 상태다. 둘을 제외한 17명의 FA 신청자가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을 마친 선수들 연봉 합계는 343억 원(최대 기준)이다. 지난해 FA 미아가 됐다가 올해 롯데와 계약한 노경은(2년 최대 11억 원)을 포함해도 354억 원에 그친다. 

2019년(490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고, 3년 연속 7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던 2016~2018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옵션 없이 4년 40억 원을 보장받은 오지환(LG)이 최대어였다. KIA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안치홍은 2+2년 최대 56억 원 규모지만 2년 계약으로 끝날 지도 모른다. 

소위 말하는 ‘대어’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시장 전반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롯데만 외부 FA를 영입했고, 나머지 선수는 모두 원 소속팀에 남았다. 대부분 처음 제시받은 금액에 못 미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NC 다이노스와 4년 최대 13억 원에 계약한 김태군은 당초 관심을 보였던 구단들이 차례로 발을 빼면서 기대보다 좋지 않은 조건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오주원(키움 히어로즈) 역시 처음에 3년 재계약을 제시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전을 벌였다가 오히려 기간도, 총액도 줄어든 계약서와 마주해야만 했다. 김태균(한화 이글스)도 단년 10억 원에 잔류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타 구단의 러브콜이 없으니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구단만 유리해졌다.

김태균(왼쪽)도 오랜 줄다리기 끝에 총액 10년에 단년 계약을 체결하며 한화 이글스에 잔류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전문가들은 다음 시즌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거라 내다본다. 과거 ‘선수를 놓치는 것보다 큰 돈을 들여서라도 붙잡는 게 낫다’고 판단했던 구단들이 이제는 효율적인 지출을 지상과제로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는 ‘재송기업’ 눈치를 보면서 선수들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 현실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7일 발표한 2020시즌 프로야구 소속선수 등록 및 연봉 현황에 따르면 선수 평균연봉이 12년 만에 감소했다. 1억4448만 원으로 작년보다 4% 떨어진 수치다. SK 와이번스의 경우 20.2%나 하락하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야구단은 모기업의 홍보 수단 중 하나다. 모기업 재정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지난해 관중 급감으로 불어난 적자는 프런트에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 듯하다. 경기력 저하와 일부 선수들의 비도덕적·상식적 일탈 행위에 부정적인 시선이 확산된 상태다.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구단들은 선수들 몸값에 거품이 꼈다는 의식을 공유했다. 몸값을 깎기 위한 제도적 보장을 받고자 했지만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았다. 이러던 찰나 경기력도 좋지 않았고, 흥행도 부진했으니 구단으로서는 좋은 구실이 생긴 셈”이라고 봤다.

지난 시즌 K리그1 MVP 김보경이 울산 현대를 떠나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으며 이적시장을 초장부터 달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꼬리에 꼬리 문 이슈, U-22 룰도 한 몫

축구계 관계자들은 “역대급으로 이적 소식이 쏟아졌다”고 평할 만큼 2020 K리그 겨울 이적시장은 활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현대가(家) 두 구단이 중심에 섰다. 직전 시즌 최종라운드까지 우승 다툼을 벌였던 양 팀은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등에 업고 이적시장에서도 뜨겁게 경쟁했다. 초장부터 최우수선수상(MVP) 주인공 김보경이 울산을 떠나 전북에 둥지를 틀었다. FA 최대어로 꼽혔던 조현우는 울산으로 이적했다. 

전북은 문선민, 권경원이 군 입대하고, 로페즈가 중국으로 떠난 공백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히 메웠다. 중국에서 홍정호를 완전 영입하고, 오반석과 구자룡, 조규성을 품었다. 한승규(FC서울), 김승대(강원FC)가 임대로 이탈했지만 쿠니모토(일본), 벨트비크(남아공), 무릴로(브라질)를 데려와 막강한 외인 라인업을 구성했다.

2019 겨울 이적시장의 ‘큰 손’이었던 울산은 아쉽게 놓친 트로피를 되찾고자 올해도 큰 지출을 감행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MVP 원두재를 비롯해 윤빛가람, 정승현, 고명진, 최준 등 전 포지션에 걸쳐 각급 대표팀 자원을 데려왔다. 비욘 존슨(노르웨이), 제이슨 데이비슨(호주) 등 국가대표 출신 외인과 손을 맞잡았다. 김보경, 주민규, 믹스, 박용우, 김승규, 강민수, 황일수 등 주전급 이탈에 잘 대처했다.

U-22 선수 의무 출전 규정도 한 몫 한 모양새다. 새 시즌부터는 상주 상무도 매 경기 U-22 선수를 최소 2명(선발 및 후보 각 1명씩)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 오세훈, 전세진이 일찌감치 입대를 선택, 상무에 둥지를 튼 배경이다.

FIFA U-20 월드컵, AFC U-23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알린 영건들이 상당수 이동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학범호(U-23)’, ‘정정용호(U-20)’에서 두각을 나타낸 많은 선수들이 이동했다. 조규성(FC안양→전북), 황태현(안산 그리너스→대구), 김재우(부천FC→대구), 하승운(포항 스틸러스→전남 드래곤즈), 이수빈(포항→전북), 한찬희(전남→서울) 등 한국축구의 미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시민구단들도 예전보다 활발히 움직였을 뿐 아니라 자금 운용이 수월한 기업구단 사이에서 큰 폭의 변화가 감지됐다. 부산 아이파크가 승격하고, 제주 유나이티드가 강등됐다. 하나금융그룹이 대전 시티즌을 인수하며 기업구단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거듭났다. 서울 이랜드FC도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등 이슈가 많았다. 

김남일(성남FC), 설기현(경남FC), 황선홍(대전) 등 2002 월드컵 ‘4강신화’ 주역들이 감독으로 피치에 돌아온 점 역시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기성용(무적)과 이청용(보훔)의 K리그 복귀설까지 나왔으니 K리그 이적시장은 겨우내 쉴 틈 없이 달궈진 셈이다.

최동호 소장은 “축구는 승강제가 있어 야구에 비해 기본적으로 이동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 승격 팀, 강등 팀 모두 더 나은 성적을 위한 전력 강화 압박을 받는다”는 구조적 차이를 들면서도 “올 시즌의 경우 강원, 대구 등 시·도민구단이 좋은 성적을 낸 게 리그 전체에 좋은 자극을 줬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비싼 가격에 데려오기보다 저평가 받는 유망주들을 데리고도 팀을 잘 운영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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