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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진, 2년 전 SK '문지기' 맞습니까?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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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진, 2년 전 SK '문지기' 맞습니까?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11.20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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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손힘찬 기자] 가운데 패스트볼인데 결과는 외야 플라이였다. 시속 150㎞짜리 묵직한 패스트볼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 동료 불펜투수들을 부럽게 바라보던 이승진(25‧두산 베어스)은 이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명문구단의 필승조, 그것도 가장 믿음직한 카드로 훌쩍 자랐다.

이승진은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0 신한은행 쏠(SOL)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⅓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가을야구‧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챙겼다. 이승진이 뒷문을 지킨 덕에 두산은 7-6으로 승리했다. 2승만 더하면 통산 7번째 우승이자 2연패를 이룬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취재진은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마무리 이영하의 등판 시점을 물었다. 2차전 9회초 ⅓이닝 4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던 터라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이영하와 이승진을 붙였다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7-6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 승부처에서 이영하가 아닌 이승진을 호출했다.

이승진이 한국시리즈 3차전 시작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진은 첫 타자 NC 1번 박민우에게 땅볼 우전 안타를 맞았다. 단타면 동점, 장타면 역전당하는 위기였지만 침착했다. 다음 이명기는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아웃카운트를 잡은 3구는 한복판 패스트볼이었다. 이명기의 방망이가 돌았다. 잘 맞은 듯 보인 타구는 갈수록 힘을 잃었고 좌익수 김재환의 글러브로 향했다. 이승진의 공엔 힘이 있었다.

이승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점차 살얼음판 승부인데다 야수 동료들이 8회말 1사 2,3루 찬스에서 추가점을 못 내 부담감이 컸을 법한데 개의치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홀드를 각 하나씩 수확하면서 훌쩍 자라 있었다.

연봉 4700만 원 이승진은 나성범(5억), 양의지(20억) 등 자신보다 훨씬 몸값이 높은 KBO리그 최고 레벨을 맞아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승진의 ‘싱싱 패스트볼’에 나성범도 이명기처럼 배트가 늦었다. 좌익수 파울 플라이. 양의지는 힘없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노진혁은 파울, 헛스윙만으로 삼진을 솎아냈다. 구속은 151㎞로 올랐다.

이승진이 흐뭇한 표정으로 세이브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승진은 “2년 전 내 역할은 ‘문지기’였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야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 73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그는 지난 5월 29일 두산으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존재감이 미미했다. 2018 한국시리즈에서 트레이 힐만의 SK가 두산을 누르고 우승했을 때 이승진은 엔트리엔 있었지만 역량이 부족해 등판할 수 없었다.

“두산에 합류했을 때는 1군에서 버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인터뷰하러 오는데 배영수 코치님이 '승진이, 많이 컸네'라고 웃으시더라" 전한 이승진은 "그런데 지금 한국시리즈에서 던지고 있다. 팀이 이기는 데 꼭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의지를 다진 뒤 3차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승부를 매조 짓고 활짝 웃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거둔 이승진(오른쪽)이 포수 박세혁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5개월 전과는 신분이 완전히 달라진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승진은 6시간 후 승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투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가 1점 차에 부담을 가질 것 같아 이승진에게 끝까지 맡겼는데 잘해줬다”면서 “공이 좋다”고 미소를 띠었다. 

1패 뒤 2연승을 거둔 두산은 2차전의 ‘구세주’ 고졸 3년차 김민규를 내세워 3연승을 노린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 뒤 3차전을 잡은 팀이 챔피언에 오를 확률은 무려 93.3%(14/15)다. 2연패에 빠진 페넌트레이스 1위 NC는 고졸 2년차 신예 송명기를 내세워 반격을 노린다.

한국시리즈 4차전은 21일 같은 장소에서 거행된다. 경기가 밤 11시가 다 되어 종료됐고 다음날 낮 2시에 플레이볼한다. 휴식 시간이 짧아 체력 회복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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