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3일 오전 대한축구협회(KFA)가 있는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촉구하는 팬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들이 펼친 플래카드에는 ‘클린스만 즉각 경질하라. 선임 배경과 과정 그리고 연봉 기준 공개하라’,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대회 내내 무전술로 기대 이하의 경기를 이끈 클린스만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주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가 인물로 HDC 회장이다. 아버지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동생 고 정세영 회장이다.
이날 KFA에서는 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들이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와 대회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자유로운 방식의 회의를 열었다. 김정배 상근 부회장 주재로 장외룡·이석재·최영일 부회장,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정민 심판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정작 정몽규 회장은 불참했다. 전면에 나와 의견을 들어야 하는 협회 수장이 언론과 여론의 비판에 숨은 꼴이 됐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지난 8일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틀 만인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협회 수장도, 감독도 안 보인다. 협회가 팬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날 자유토론에서는 사령탑 경질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석재 부회장은 "제가 봤을 때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된다. 정비를 해서 새로운 면모로 가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15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연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과 클린스만 감독, 전력강화위원 7명이 참석한다. 미국에 가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정몽규 회장 등 축구협회 집행부는 전력강화위원회의 평가를 참고해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클린스만 감독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져 있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취임 후 지난 1년 가까이 그의 행보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술 부재에 시달리고 있고 잦은 출국과 원격 근무로 논란을 일으켰다. 설영우(울산HD)를 선발하긴 했지만 사실상 K리그를 홀대하고 있다. 애초 해외에 자주 나가기 때문에 K리그를 볼 시간이 없다.
아시안컵에서는 패배 후에 잇따라 웃음을 보이면서 팬들의 빈축을 샀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할 축구협회는 70억원 안팎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몽규 회장은 13일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13일 서울경찰청에 정몽규 회장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했다.
선수들은 여전히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손흥민은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얘기는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지만 이것도 축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아픈 경험이지만 다시 승리해 이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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