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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서 시작, 4반세기만에 이뤄낸 여자월드컵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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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서 시작, 4반세기만에 이뤄낸 여자월드컵 16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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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G 앞두고 대표팀 급조…이젠 아시아의 당당한 축 자리매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맨땅에 헤딩하듯 무모하게 시작됐던 한국 여자축구가 25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E조 마지막 경기에서 조소현과 김수연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2003년 미국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다. 당시 16개팀이 겨루는 대회에서 한국은 브라질, 프랑스, 노르웨이와 맞붙어 3전 전패를 기록했다. 노르웨이전에서 김진희가 역사적인 첫 골을 넣었지만 1골을 넣고 11골을 잃으며 세계의 벽을 절감해야만 했다. 꼭 12년이 흘러 한국 여자축구는 첫 승과 첫 16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페인과 FIFA 여자월드컵 경기에서 2-1로 이기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아시안게임도 8년 걸려 첫 승, 13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는 해방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이후 무학여중, 중앙여중, 명성여중 세 팀이 창단, 경기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소멸했다.

이후 한국 여자축구가 본격 태동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1974년 한국여자축구연맹이 발족했지만 흐지부지됐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을 위해 여자 대표팀이 만들어지면서 단절됐던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 여자축구는 아시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다른 종목을 했던 선수들이 모여 급조된 팀이었기에 당연했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북한, 중국,대만에 7, 8골차로 졌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을 거두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1998 방콕 대회에서 인도를 7-0으로 꺾은 것이다. 또 방콕 대회에서는 대만과 1-1로 비기는 등 실력차를 많이 줄어들었다.

한국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꺾으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린 아시안컵 3~4위전에서 황인선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것. 1990년 9월 6일 1-13 패배를 시작으로 13경기에서 5무 8패를 거둔 끝에 14경기째 만에 거둔 일본전 첫 승으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페인과 FIFA 여자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2010년 U-20 3위·U-17 우승·아시안게임 동메달 '제2 도약'

2010년은 한국 여자축구가 한 단계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독일에서 열렸던 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을 앞세워 3위에 오른 것. 당시 멤버 가운데 임선주, 김혜리, 박희영, 지소연, 강유미 등이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이 됐다.

이어 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는 여민지를 앞세워 일본을 승부차기에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대이변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을 3~4위전에서 물리치고 동메달을 차지, 아시안게임 출전 20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축구 20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FIFA U-20 월드컵과 U-17 월드컵의 멤버들이 성년이 됐고 그 이전의 황금세대들이 성장해 당당하게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두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 여자 대표팀은 12년 전처럼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이겨낼 줄 아는 정신력이 있었다. 코스타리카전과 스페인전처럼 선제골을 내주고도 역전을 시키는 힘까지 생겼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한국 여자축구는 정확하게 4반세기 만에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제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금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또 내년 2, 3월에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을 통해 두 팀에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에도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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