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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하려고요? '양' 준혁같은 투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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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하려고요? '양' 준혁같은 투수가 있습니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7.03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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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허준혁-임준혁, 두산-KIA의 구세주로 자리매김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양’ 준혁이 야구팬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 아니다. 허준혁(25·두산)과 임준혁(31·KIA) 이야기다.

최고 구속이 130km대 중반 남짓인 허준혁은 김태형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려버렸다. 더스틴 니퍼트의 어깨 부상으로 임시 선발로 나선 허준혁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이 “니퍼트가 돌아오면 누구를 불펜으로 돌릴지 모르겠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큼 쾌투의 연속이다.

임준혁은 지난 1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양현종과 조쉬 스틴슨 말고는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는 KIA에 한 줄기 희망으로 솟아났다.

▲ 허준혁은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0.47로 니퍼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양’ 준혁이 임시 선발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로테이션, 구멍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 

선발 로테이션은 필히 구멍이 나게 돼 있다. 5선발이 144경기를 꽉꽉 채워 한 시즌 25경기 이상씩을 책임져주면 좋겠지만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팀은 없다. 그들도 준수한 4,5선발 자원이 모자라 중남미로, 아시아로 스카우트를 파견한다.

토종 투수의 경우 어깨나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든, 사생활로 문제를 일으키든, 집요한 분석에 난타당해 2군으로 향하든, 어떻게든 한 번은 퍼진다. 류현진(LA 다저스)이 6년 3600만 달러(400억 원)의 거액에 미국으로 간 것, 단 한 번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본 적이 없는 장원준(두산)이 4년 84억 원 잭팟을 터뜨린 비결은 바로 ‘내구성’에 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잘 던지다가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맞는 불운을 겪는가 하면 화려한 경력을 갖고도 좀처럼 배트를 내지 않는 한국 타자들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버리는 선수도 생긴다. 향수병, 문화, 언어 등에 적응 못해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래서 ‘양’ 준혁같은 선수가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각각 2010년, 2004년 1군에 데뷔해 만개하지 못했던 허준혁, 임준혁같이 ‘한맺힌 선수’도 좋고 이승엽에게 통산 400호 홈런을 얻어맞은 구승민(롯데), 고졸루키 정성곤(케이티) 등 영건도 좋다. 둘은 뭇매를 맞으면서 1군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값진 경험을 한 후 2군으로 내려갔다.

▲ 임준혁도 양현종과 스틴슨 말고는 제몫을 하지 못하는 KIA 선발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어느 팀이나 4,5선발은 고민, 8개 구단의 ‘양’준혁은 누구인가

니퍼트는 15승, 평균자책점 2점대가 가능한 리그 최고 투수다. 더군다나 두산은 유네스키 마야가 노히트노런에 한 시즌 동안 나눠 써야 할 힘을 모두 쏟아 붓고서는 불만 지르다 짐을 싸야했다. 최악의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허준혁의 등장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우승’을 외칠 자격이 있는 두산이다.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KIA는 의외로 5할을 유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양현종과 스틴슨 등판 경기는 무조건 잡는다는 각오로 덤벼야 하고 필립 험버, 서재응, 홍건희, 유창식 등이 나선 경기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병현이 선발로 올라야 할 정도로 마운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임준혁이 구세주가 됐다.

선두 삼성부터 9위 LG까지 선발은 늘 고민이다. 홈런 16개를 얻어맞은 삼성 장원삼은 3주째 로테이션에 복귀하지 못해 류중일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넥센, 한화, 롯데의 경우 똘똘한 토종 선발이 없으니 새 얼굴이 자주 마운드에 오른다.

확실한 선발 3명은 적게는 30승, 많게는 45승을 책임진다.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건 약한 선발간의 맞대결을 얼마나 많이 잡느냐에 따라 갈린다. ‘양’ 준혁의 등장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투수들이 있으면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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