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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후배 돌풍 잠재운 이승현 MVP 포효, '4전5기' 태극마크까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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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후배 돌풍 잠재운 이승현 MVP 포효, '4전5기' 태극마크까지 환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8.22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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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프로-아마최강전 결승서 25득점, 후배 이종현·강상재 압도…대표팀 최종엔트리 '겹경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난 시즌 KBL 신인왕을 차지했던 이승현(고양 오리온스)이 후배들 앞에서 다시 한번 포효했다. 얼마나 기뻤던지 4쿼터 3점슛을 성공시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스승 이민형 고려대 감독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했다. 이승현이 소속팀 오리온스 포워드 농구의 중심임을 다시 한번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승현은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고려대와 2015 KCC 프로-아마최강전 결승전에서 30분 22초를 뛰며 3점슛 4개 포함 25득점을 넣고 7리바운드와 3어시스트를 기록, 93-68, 25점차 대승을 이끌었다. 이승현은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29표 가운데 18표로 MVP의 영광을 안았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이상민 기자] 고양 오리온스 이승현이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려대와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사실 이승현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예비엔트리에 들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받느라 체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져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웬만하면 힘들다고 안하는데 어제 밤에 만나보니 '죽겠다'고 하더라. 이종현을 막아야할텐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게다가 팀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해 호흡을 맞춰볼 기회도 없었다. 물론 기존 선수들과는 조직력에서 문제가 없지만 문태종 등 새로운 선수와는 어떨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승현은 경기 전 "그냥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보려고요"라고 씩 웃었다.

추일승 감독은 "고려대가 비록 젊은 선수들이긴 하지만 이틀 연속 어려운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라며 "선수들이 수비에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거칠게 수비하면 초반 분위기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역시 오리온스가 경기 초반부터 고려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초반 기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경기 시작 5분 37초 만에 점수차를 10점으로 벌린 이후 단 한 차례도 점수차가 한 자리로 줄어들지 않았을 정도로 오리온스의 초반 승부는 성공적이었다.

이처럼 강한 수비가 있었던데는 이승현도 한몫했다. 이승현은 1쿼터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초반 높이 싸움에서 오히려 고려대를 앞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m가 넘는 이종현과 강상재의 더블 포스트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승현과 센터 장재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허일영까지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해주니 고려대는 그대로 무너졌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이상민 기자] 고양 오리온스 이승현(가운데)이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려대와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전에서 골밑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오리온스가 기세가 살자 이승현도 함께 힘을 냈다. 2쿼터에 8점을 몰아치며 후배들이 버틴 골밑을 휘저었다. 특히 이종현과 강상재의 수비를 피해 외곽에서 3점슛 2개를 터뜨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내외곽에서 슛을 터뜨려주니 고려대도 이승현 수비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승현은 4쿼터에 3점슛 2개를 꽂아넣으며 13점을 올린 것을 포함해 3, 4쿼터 후반에 17점을 몰아쳤다. 강상재도 이날 23점을 넣으며 분투했지만 4쿼터 중반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올라오면서 통증을 호소, 코트를 빠져나갔다. 강상재까지 빠져나가자 고려대로서는 더이상 손 쓸 방법이 없었고 그대로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날 이종현은 4득점, 7리바운드에 그치며 대선배 이승현과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이승현은 "지난해 여름까지 동료로 뛰었던 후배들을 상대하는 것이 부담돼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선배 체면이 있는데 힘들어도 내가 해야할 몫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과 호흡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해 욕심내지 말고 공격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자고 했는데 오늘 감독님께서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하셔서 의외로 공격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진천선수촌을 왔다갔다 하느라 힘이 들지만 지쳐서 경기를 잘 뛰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일단 종현이가 골밑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골밑으로 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종현이가 계속된 경기에 완전히 지쳐서 그런지 얼굴도 안돼 보였다"고 밝혔다.

이승현은 이날 겹경사를 맞았다. 그동안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만 들었던 이승현이 드디어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는 최종 엔트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질문을 받기 전까지 최종 엔트리 포함 소식을 듣지 못했던 이승현은 팔에 닭살이 돋았던지 팔뚝을 쓸어내리며 기쁨을 표시했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이상민 기자] 고양 오리온스 이승현이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끝난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MVP에 선정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현은 "이번에 떨어지면 대표팀 5수였다. 대학 입학도 5수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며 웃은 뒤 "감독님께서 나를 필요로 하시니까 뽑아주셨을 것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소화하겠다. 어린 시절 꿈이 이뤄져 오늘 받은 MVP보다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승현은 3점슛을 넣은 뒤 이민형 감독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 "워낙 경기가 잘 풀리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기쁨의 표시다. 옛 스승 앞에서 예의없이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만약 무례하게 보였다면 이민형 감독님께서 '고려대에 강상재가 있기 때문에 이승현 없어도 된다'고 하셨던 것에 대한 귀여운 복수(?)라고 봐달라. 그런데 강상재가 잘하긴 잘하더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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