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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피아니스트 이루마, 깊은 구덩이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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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피아니스트 이루마, 깊은 구덩이의 '피아노'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10.12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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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구덩이 엄청 팠나 보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내가 이루마의 새 앨범 '피아노(Piano)'를 듣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아내는 이루마의 밝고 경쾌했던 예전 곡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렇게 밝았던 그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구덩이를 파게 된 것일까?

지난 10월 7일,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정규 9집 '피아노(Piano)'를 발매하고 쇼케이스를 열었다. 2년만에 접한 반가운 그의 앨범에 기자 이전에 한 팬으로서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소년 같은 앳된 얼굴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 이루마는 차분히 곡에 대한 소개를 이어나갔다.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담은 그의(안웅철 사진작가) 곶자왈 숲 풍경 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죠. 잠깐 머물렀다가 사라질 것만 같았던 풍경들 그리고 선율들. 그 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그가 편지 형식으로 밝힌 심정이다.

고백한다. 현장에서 들은 그의 답변과 보도자료를 통해 읽은 그의 편지를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정확히 어떤 점이 그를 힘들게 했으며 무엇을 앨범에 표현하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추측한다. 피아니스트로서가 아닌 작곡가 이루마로서 창작과 연주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느꼈을 예술적 감성들이 잠깐 머물렀다 사라질 것 같은 생각에 힘들었던 마음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니었을까?

 

많은 취재진 앞에서 그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흐르기 시작했다. 피아노에 비친 이루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줌 빛 조차 없는 깊은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그의 내면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장의 어수선함 때문에 곡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날, 일을 마친 늦은 저녁에 그의 앨범을 다시 들었다. 이루마의 부서질 것 같은 감성이 텅 빈 거실을 배회했다. 소파 위에, 탁자 위에 그리고 키보드 위 내 손가락 위에도......

 

이루마의 9집 앨범에는 그러한 숱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고 고민에 고민이 깊어지며 마음의 밑바닥까지 파 내려간 그의 '구덩이'에는 결국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자 피아노곡을 만드는 사람인 이루마는 다른 어떤 악기도 넣지 않고 오직 피아노 한대 만으로 앨범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가장 애착이 간다는 두 번째 트랙 '댄스(Dance)'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건반 하나 하나에 몽환, 애정, 증오, 번뇌, 자유, 사랑이 조심스럽게 담겨 듣는 이의 마음을 날카롭게 건드렸다. 부드러운 심장에 생채기가 날 것 같았다. 분명한 기승전결로 마치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두 연인의 애절한 사랑 스토리인 것 같다가도 죽음과 삶을 놓고 고민하는 철학자의 처절한 고뇌인 것 같기도 했다. 피아노 소리가 무섭게 휘몰아칠 땐 한편의 웅장한 오페라 같다가도 순식간에 소리가 잦아들자 처연한 여인의 눈물이 표현됐다. 만약 피아노에 목소리가 있다면 아마 이보다 더 아픈 노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11번째 곡 '더 라스트 파라다이스(The Last Paradise)'가 끝나고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그가 남긴 무수한 말들에 답을 찾지 못한 내 마음은 무척 어지러웠다. 이 글의 결론을 맺을 수 없다. 억지로 만들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저 피아노 한 대의 목소리로 한 인간의 번민을 노래한 이루마의 이번 앨범이 그가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낙원 이길 진정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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