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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두산] 가을야구 신기록만큼 값진 '니느님' 니퍼트의 희생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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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두산] 가을야구 신기록만큼 값진 '니느님' 니퍼트의 희생정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0.27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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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 자청…수비 후 더그아웃 들어가는 야수들 일일이 격려하기도

[대구=스포츠Q 이세영 기자] “팀을 위해 힘껏 던지겠다. 무조건 이기겠다.”

이 말을 정규시즌에도 밥 먹듯이 하는 투수가 있다. 베테랑 선수나 팀 내 주축선수의 멘트일 것 같지만 아니다. 바로 5년차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5·두산 베어스)의 말이다.

승리도 값지지만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는 외국인 투수가 있어 든든한 두산이다. 니퍼트의 희생정신은 두산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발휘되기에 더 빛난다.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서 선발 등판한 니퍼트는 7이닝 동안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 승리투수가 됐다. 니퍼트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삼성을 6-1로 격파, 시리즈 1승 1패를 기록했다. 양 팀은 오는 29일 장소를 잠실구장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 [대구=스포츠Q 이상민 기자] 니퍼트가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 역투하고 있다.

이날 두산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니퍼트였다. 니퍼트는 여전히 빼어난 속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이용, 삼성 타선을 무너뜨렸다. 전날 9점을 뽑아낸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단 한 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경이로운 행보다. 준플레이오프 넥센전에서 1⅓이닝, 플레이오프 NC전 16이닝 포함, 24⅓이닝 연속 점수를 내주지 않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역대 포스트시즌 투수 신기록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가히 독보적인 포스라 할 만하다.

경기 후 니퍼트는 “신기록을 세운 줄 몰랐다. 기록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삼성에 강한 건 운이 좋은 것일 뿐이다. 시즌 중에 아픈 곳이 많아 기회가 없었는데, 포스트시즌에 기회가 왔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몸이 완전히 나은 뒤 예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 완봉승을 거둔 뒤 단 3일을 쉬고 4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건 웬만한 희생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니퍼트는 스스로 4차전 선발로 나서겠다고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맸다.

이날 선발로 나선 것도 어떻게 보면 무리라 할 수 있었다. 4차전에서 7이닝을 소화한 뒤 4일 동안 휴식을 취했기 때문. 정규시즌에서 통상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을 고려하면 타이트한 등판 간격이었다. 그럼에도 니퍼트는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던졌다.

등판 간격이 짧은 상황에서도 호투를 거듭하다보니 자연스레 5차전 출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5차전은 나흘 뒤인 오는 31일 열린다. 이에 니퍼트는 “아직 5차전을 생각하고 있진 않다. 3차전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상황에 따라 5차전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해 니퍼트의 조기 투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 [대구=스포츠Q 이상민 기자] 니퍼트가 27일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경기를 마친 뒤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두산은 2년 전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다소 소극적인 마운드 운영을 한 끝에 패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내준 두산은 6차전과 7차전을 내리 지며 삼성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뼈아픈 기억이 있는 두산이기에 니퍼트가 조금 일찍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니퍼트는 수비가 끝나면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야수까지 직접 격려할 정도로 동료들에 대한 매너가 몸에 배어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국내 선수만큼 친숙한 니퍼트의 남다른 희생정신이 칼바람이 몰아친 대구구장을 훈훈하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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