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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올해 히트영화 제목공식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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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올해 히트영화 제목공식 '두 글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11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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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표적' 이어 올여름 개봉 블록버스터 '군도' '명량' '해적' '해무'

[스포츠Q 용원중기자]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액션활극 ‘군도: 민란의 시대’(7월23일 개봉), 최민식 류승룡 주연의 전쟁액션 ‘명량’(7월30일),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해양 액션 어드벤처 ‘해적: 바다로 간 산적’(7월말 8월초). 김윤석 박유천 주연의 밀항선 선원들 이야기인 '해무'(8월13일). 올여름 개봉할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4편이다. 공통점은 영화 제목이 모두 두 글자다. 지난 4월 30일 개봉해 380만 관객을 동원한 현빈 주연의 ‘역린’과 280만 관객을 모은 액션영화 ‘표적’ 역시 마찬가지다.

‘해적’의 홍보사인 영화인 최문정 실장은 “보통 제목은 다섯 글자 내외로 정해져야 기억하기 쉽고 임팩트 효과가 있다”며 “올해 유독 대작들 제목이 두 글자라 업계에서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 제목 5자 내로 지어야 효과...역대 흥행작 3자 가장 많아

영화의 첫 인상인 제목은 작품 내용과 기획의도를 명료하게 설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잘 잊히지 않아야 한다. 즉 관객이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이러한 원칙 아래 글자 수가 정해진다. 1970~80년대 경향은 긴 제목이었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감성적이면서 문학적 향기가 짙은 제목이 선호되곤 했다. 요즘 코드는 간결과 강렬함이다. 서술형으로 제목이 길어지다 보면 독특할 순 있으나 입에 붙질 않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0을 살펴보면 ‘도둑들’ ‘변호인’ ‘해운대’ 등 세 글자 제목이 28편으로 가장 많고, ‘괴물’ ‘관상’ ‘디워’ 등 두 글자가 20편, ‘수상한 그녀’ ‘과속스캔들’ ‘화려한 휴가’ 등 다섯 글자가 17편, ‘왕의 남자’ ‘설국열차’ 등 네 글자가 12편을 차지한다. 가장 긴 제목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가장 짧은 제목은 ‘퀵’이었다. 종합하면 전체 흥행작 가운데 다섯 글자 내의 제목이 80%에 육박한다.

▲ '군도: 민란의 시대'

영화사 숲의 조옥경 대표는 “과거 홀수 혹은 짝수 제목의 영화가 히트하면 이에 맞춰 영화제목 자수가 정해지기도 했다”고 소개한 뒤 “재밌는 영화는 몇 글자 제목만으로도 명쾌하게 표현된다. 영화가 난해하면 제목에서도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진다”고 강조했다.

◆ 할리우드 영화 영향, ‘시라노: 연애조작단’ 성공 이후 부제 활용 확산

짧은 제목을 이해하기 힘들거나 보완 설명이 필요할 경우 부제를 적극 활용한다. 전통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던 부제는 2010년 한국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흥행 이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후궁: 제왕의 첩’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반대로 긴 제목이 먹히기도 한다.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색깔 있는 멜로일 경우 작품의 ‘톤 앤 매너’를 파악할 수 있는 긴 제목을 사용한다. 이럴 땐 축약 효과가 커야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지사살) 등은 입에 척척 붙는 압축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 '명량'

상당수 영화관계자들은 ‘접속’ ‘쉬리’ ‘관상’(간결하면서 호기심 자극), ‘놈놈놈’(명확한 캐릭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재미있는 부제), ‘왕의 남자’ ‘살인의 추억’(아이러니) 등을 좋은 작명 사례로 꼽는다. 그런데 ‘왕의 남자’와 ‘살인의 추억’은 제작단계에서 각각 동성애 연상, 살인 미화 모드로 인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잭팟을 터뜨리자 베스트 제목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 시나리오 작가·감독이 제목 결정...불만족시 홍보사와 수정작업

그렇다면 제목은 누가 지을까. 보편적으로 작품의 콘셉트를 가장 잘 파악하는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이 결정한다. ‘큰 손’인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메인 투자사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획 및 시나리오 단계에서 제목이 확정되고 만족도가 높으면 마케팅 단계에서 제목 변경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목을 두고 설왕설래할 경우엔 마케팅 단계에서 결합한 홍보대행사와 머리를 맞대고 수정작업을 벌인다. 2011년 명필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기획단계 제목은 ‘잎싹: 마당을 나온 암탉’이었다. 하지만 발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잎싹’을 과감히 떼어내고 베스트셀러 원작의 원래 제목 그대로 개봉해 성공을 거뒀다.

▲ '역린'(왼쪽)과 '표적'

‘역린’부터 ‘해적’에 이르기까지 대작들이 공교롭게 난세에 민초와 국가를 구하는 왕(정조), 의적(군도인 지리산 추설), 성웅(이순신), 산적과 해적을 주인공 삼은 사극이라는 점과 아울러 두 글자 제목을 지니고 있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 긴 설명조 제목은 올드패션...광고·홍보환경 변화로 짧은 제목 유행

영화 홍보대행사 시네드에피의 김주희 실장은 “비슷한 문화를 경험하고 사고하던 영화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기획했기에 지금 이 시즌, 공통점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런 경험의 유사성과 더불어 홍보·광고환경의 변화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 '해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의 발달로 영화 관련 각종 정보가 폭넓게 공유되기에 과거처럼 제목 하나로 내용 전체를 설명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영화광고 창구가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영상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비주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각종 영상물에 제목이 얹혀질 때 긴 제목은 배치하기도 어렵거니와 둔중한 느낌을 주게 된다. 비주얼 시대에 역행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14년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짧고 굵은 제목, 그것도 두 글자에 탐닉하는 중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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