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기자] 기성용이 다시 한번 소속팀 선덜랜드의 '키(key)'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기성용은 23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2~13 리그 캐피탈 원 컵 4강 2차전에 선발 출전, 연장 전후반까지 120분동안 활약하며 필립 바슬리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것은 물론 승부차기까지 성공시켜 선덜랜드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승부차기에서 2-1로 이겨 '거함' 맨유를 쓰러뜨린 선덜랜드는 오는 3월 3일 윔블던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우승을 놓고 맞붙게 됐다. 특히 지난 시즌 스완지 시티를 리그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기성용은 두 시즌 연속 리그컵 결승전을 맞게 됐다.
거스 포옛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기성용은 맨유와 중요한 일전에서도 가치를 입증했다.
홈 1차전에서 이미 2-1로 이겼던 선덜랜드는 부담스러운 원정인만큼 대니 웰백, 가가와 신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내세운 맨유의 예봉을 무디게 하는데 주력했다. 그런만큼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포옛 감독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슈팅 숫자는 18-19로 맨유에 불과 하나 뒤졌을 뿐이었고 볼 점유율은 54-46으로 오히려 앞섰다. 전반 37분 조니 에반스에게 헤딩골을 내주긴 했지만 후반 들어서는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오히려 적극적인 공세를 취한 것이 더욱 빛을 발했다.
정규시간 90분동안 맨유가 1-0으로 앞섰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규정으로 연장에 들어간 가운데 기성용은 연장 후반 14분 바슬리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시간상으로는 선덜랜드의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골이었다.
하지만 맨유도 아드난 야누자이의 도움을 받은 에르난데스의 극적인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며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승부차기는 양팀 골키퍼의 대접전이었다.
선덜랜드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양팀의 첫번째 키커인 크레이그 가드너와 웰백이 나란히 실축했다. 선덜랜드는 두번째 키커 스티븐 플레처의 슈팅이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선방에 막힌 반면 맨유 대런 플레처에게 골을 내줘 마음의 부담까지 안았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세번째 키커 마르코스 알론소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킨데 이어 골키퍼 비토 마노네가 야누자이의 슈팅을 막아내며 숨을 돌렸다.
마무리는 기성용의 몫이었다. 기성용은 네번째 키커로 나서 승부차기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선덜랜드가 2-1로 앞서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맨유 네번째 키커 필 존스의 실축으로 오히려 앞서나가게 된 선덜랜드는 다섯번째로 나선 애덤 존슨이 데 헤아의 선방에 막혔으나 맨유의 마지막 키커인 하파엘의 슈팅을 마노네가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적지 올드 트래포드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기성용의 승부차기 성공이 '결승골'이 된 셈이다.
선덜랜드는 지난 1984~85 시즌 노르위치 시티에 0-1로 져 준우승에 그친 이후 무려 29년만에 리그 컵 결승전에 올랐다. 팀 창단 후 두번째로 맞이하는 결승전이다.
결승 상대는 리그 컵에서 나란히 6골을 넣은 에딘 제코와 알바로 네그레도를 앞세운 맨시티지만 5라운드(8강)에서 첼시, 4강에서 맨유를 무너뜨린 선덜랜드는 자신감에 넘친다.
그래도 전력에서는 맨시티에 많이 밀린다. 게다가 선수들이 리그 컵 결승이라는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도 선덜랜드의 약점이다. 그런만큼 이미 지난 시즌에 리그 컵 결승을 경험했던 기성용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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