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최형우는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를 보면 최형우의 2016년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7.75로 전체 1위다. 한 시즌에 8승을 더할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뜻이다.
그런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를 떠났다. 은퇴 시즌을 맞이하는 이승엽(40)의 비중은 더 커졌다. 현역 생활의 마지막 해는 대개 벤치에서 보내면서 대타로나 간혹 그라운드를 밟는 게 익숙한 장면이지만 이승엽은 삼성의 4번타자 1루수를 소화해야 할 판이다.
김한수 신임 감독은 삼성의 마무리 훈련 결산 인터뷰에서 “누구든 잘 치는 선수를 4번으로 기용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현재로선 외국인타자를 4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리스크를 줄이려면 이승엽이 4번에 배치되는 것이 적합하다.
이승엽은 최근 3년 연속 3할(0.308, 0.332, 0.303)을 기록했다. 3년 평균 홈런은 28.3개(32, 26, 27), 3년 평균 타점은 103개(101, 90, 118). KBO리그가 극심한 타고투저라 한들 3할-30홈런-100타점이 가능한 중심타자가 어디 흔하겠는가.
이승엽은 2016시즌 최형우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4번으로 나서 타율 0.321(28타수 9안타) 2홈런, 2루타 3개, 7타점을 기록했다. 3번일 때 0.294, 5번일 때보다 0.301보다 오히려 타율이 높았다. 타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이승엽이다.
게다가 이승엽은 1루수 미트까지 끼겠다고 공언했다. 빼어난 타격 실력에 비해 수비력이 달리는 기존 1루수 구자욱을 외야로 돌리고 자신이 1루에 서면 삼성의 공격력이 배가된다는 판단에서다. ‘개막전 1루수 선발 출장, 100경기 이상 출장’이 구체적인 목표다.
최근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 레전드가 떠났다. 불과 열흘 새 야구팬들은 LG 트윈스의 이병규와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과 결별했다. 화려한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이병규와 홍성흔은 은퇴 시즌에 설 자리를 잃었고 고심 끝에 현역 연장을 포기했다.
이승엽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을 삼성에서 함께 보낸 5세 위의 김한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는데 여전히 다이아몬드에 버티고 있다. 그것도 여전히 최고의 위치에서.
2017년, 이승엽의 화려한 마지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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