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감독 제안에)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싶었다. 나는 캐릭터상 예능과 거리가 멀다.”
최용수(51) 감독은 지난해 6월 강원FC 감독에서 물러나 줄곧 야인으로 지냈다. 2011년 FC서울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좀처럼 쉬지 않았던 최 감독은 이번엔 1년 이상 휴식을 이어갔다. 올해 초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으나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의외의 장소에서 근황이 공개됐다. 바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축구 예능이다.
최용수 감독은 14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했다. 조효진 PD, 박지성 단장, 설기현 코치, 주장 김영광과 함께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최용수 감독은 “현직에서 물러나 쉴 때 제안을 받았다. 은퇴 선수들이 다시 모여 열정을 되살리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과연 한 팀으로 경기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슈팅스타는 가상의 리그인 레전드 리그에서 K4리그 8팀과 격돌한다. 승강제가 시행되고, 승부욕 강한 레전드들을 한 팀에 모은 만큼 최 감독은 ‘승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선수단을 구성했다. 최 감독은 “우리는 ‘찐’으로 축구했다. 이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참석자 중 최연장자인 최용수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박지성 단장, 주장 김영광에게 연달아 ‘깨어 있는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 감독은 “너무 맞는 이야기만 한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은퇴 선수로 구성된 팀을 맡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용수 감독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많은 전술과 전략을 가지고 준비했지만, 구성원의 몸 상태를 봤을 때 원하는 축구를 하기에는 부족했다”며 “감독으로서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했다. 경기 감각과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정말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최용수 감독은 설기현 코치와 함께 의논하며 답을 찾아갔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두 전설은 티격태격하는 케미로 웃음을 예고했다. 최 감독과 설 코치는 K리그 지도자 시절 상반된 스타일을 선보인 만큼 어떻게 절충안을 마련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용수 감독은 “나는 백3 수비 축구 이미지가 강한데 (공격적인 성향의) 설기현 코치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다. ‘깨어있는 지도자’로서 색다른 백4 공격 축구를 시도했다”며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에 변화를 줬다. 설기현 코치가 큰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줬다”고 언급했다.
설기현 코치는 “수석코치 제안을 받았을 때 실망했다”며 농담한 뒤 “최용수 감독님 밑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민했다. 지도 스타일이 다른 데다가 한국 지도자 밑에서 코치하는 건 처음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어려웠던 것만큼 배울 점도 많았다”며 “예능하고 거리가 멀다고 하셨지만, 내가 봤을 때 슈팅스타는 감독님 외 대안이 없다”며 최 감독을 치켜세웠다.

최용수 감독은 슈팅스타 선수단을 보며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강민수와 신세계를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라며 극찬했다.
솔직하면서 재치 있는 답변도 쏟아졌다. 기대 이하였던 레전드가 있냐는 질문에 “굳이 훈련에 안 와도 되는 친구가 있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바보는 아니라서 그 친구들과 좋게 마무리하겠다”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근 은퇴 경기를 치른 박주영에게는 “한국 축구의 획을 그은 친구”라며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용수 감독은 “아직 촬영이 진행 중”이라며 “촬영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을 슈팅스타로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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