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맞선 '정숙한 세일즈'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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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맞선 '정숙한 세일즈'가 남긴 것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11.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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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성인용품 방문 판매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눈길을 끈 '정숙한 세일즈'가 세상의 편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해피 엔딩을 완성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연출 조웅, 극본 최보림)는 지금과 비교하면 조선시대와 다름없던 시절이었던 1992년, 그것도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시작한 '방판 씨스터즈'의 자립, 성장, 우정을 그렸다. 

당시는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게 불편하고, 되레 불편해하는 게 고상하고 도덕적이라 여겼던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니 "열정적인 성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모토로 민망하게 휘황찬란한 성인용품을 판매하며 마을에 풍기문란을 일으키는 그녀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스틸컷. [사진=JTBC 제공]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스틸컷. [사진=JTBC 제공]

극중 시대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시청자들이 덜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이에 성인용품을 팔기 위한 '방판 씨스터즈'의 고군분투, 그리고 이를 처음 접한 마을 사람들의 순수한 리액션 등을 대비, 웃음이 절로 나는 유쾌한 전개를 이어갔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욕망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 욕망이 음침하고 뒤틀리게 표현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뭐라고 수근대고 무시하든 보란듯이 풍기문란을 일으키는 '씨스터즈' 4인방도 멋스러웠지만, 이들을 향한 억울한 소문의 근원이었어도 결국엔 정숙의 편에 서서 경찰서에서 진술 범죄자를 구속하는데 힘을 합친 '안티 씨스터즈' 역시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했다. 갈등조차 무해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착한 드라마의 저력이었다.

'방판 씨스터즈'는 저마다 '짊어진 짐'이 있었다. 정숙은 남편이 바람 나 이혼했고, 금희는 결혼 전 낳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오랜 세월 홀로 속앓이를 했으며, 영복의 남편은 전과자고 주리는 미혼모라 두 사람은 언제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버텨야 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성인용품 방문 판매를 시작했고, 그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억울한 소리를 들었고, 가짜 소문에도 휩싸였으며, 신체적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주저 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서로의 멱살을 잡고 끌며 더 나은 인생으로 나아갔다. 이젠 '셀프 디스'로 '파란만장 배틀'을 벌이거나 솔직한 성적 욕망과 판타지를 공유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내공까지 갖게 됐다.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스틸컷. [사진=JTBC 제공]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스틸컷. [사진=JTBC 제공]

김소연, 연우진, 김성령, 김선영, 이세희의 맞춤 연기와 '환타스틱'한 호흡은 '정숙한 세일즈'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강렬함을 지우고 정숙하기만 했던 아내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한정숙으로 완벽한 '캐아일체'를 보여준 김소연, 서울에서 온 수상한 형사 김도현 역에 완벽하게 몰입해 '90s 로맨스킹'으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연우진, '방판 씨스터즈'의 브레인 오금희란 새로운 도전을 관록 넘치는 연기로 완성한 김성령, 아이 넷을 키우는 파워맘 서영복을 통해 또 한 번 연기 저력을 입증한 김선영, 금제 '핫걸' 이주리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세희까지. 각기 다른 사연과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은 화면 안에서 팔딱팔딱 뛰는 존재감으로 살아 숨쉬었다.

'방판 씨스터즈'의 문제적 남편을 연기한 김원해, 임철수, 최재림부터, 100% 순도의 순정남 김정진, '안티 씨스터즈' 정영주, 박옥출, 박지아, 김선미, 주인영, 금제 경찰서의 서현철과 정순원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틈새 재미까지 빈틈없이 채웠다.

이들와 함께한 '정숙한 세일즈'는 두터운 편견의 벽을 깨부수며 '샷따'(셔터)를 올리는 사람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그 따뜻한 응원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유의미한 사실을 일깨웠다. 응원을 받아 곧추선 '방판 씨스터즈' 정숙, 금희, 영복, 주리처럼 말이다. 1992년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결국 대히트를 치며 대한민국 음악사를 바꿔 놓은 혁명적 뮤지션이 됐다. 이들이 출연한 방송 진행자의 내레이션처럼 "항상 새로운 것을 위해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에게 필요한 건 힘과 용기, 그리고 희망"일 것이다.

한편  6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한 '정숙한 세일즈'는 전국 8.6%, 수도권 9.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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