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징야 에드가 이찬동, 대구 잔류 이끈 3인방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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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 에드가 이찬동, 대구 잔류 이끈 3인방 [K리그]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2.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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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달 28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024 1차전. K리그1 11위 대구FC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했다. K리그2 2위 충남아산에 3-4로 패하면서 강등 위기에 처했다.

한 골 뒤진 대구는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겨우 3일, 패배의 충격을 털어 내기엔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장 홍철이 종아리 부상으로 쓰러져 우려가 커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대구는 난세의 영웅들을 앞세워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대구는 1일 안방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 승강 PO 2024 2차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3-1로 승리했다. 1,2차전 합산 6-5 역전승으로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세징야(35), 에드가(37), 이찬동(31) 등 베테랑들이 각각 전반, 후반, 연장에 귀중한 골을 넣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세징야(왼쪽 두 번째)가 동점골 직후 대구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K리그 제공]

대구는 전반 추가시간 세징야, 후반 38분 에드가의 연속골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후반 추가시간 충남아산 주닝요 로차(브라질)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어 연장으로 향했고 이번엔 이찬동이 해결사로 나섰다. 연장전반 3분에 터진 환상적인 발리 결승골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2016년 대구에 입단한 세징야와 2년 뒤 합류한 에드가는 어느덧 7시즌째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둘은 서로의 이름을 합쳐 ‘세드가’ 콤비로 불린다.

세징야는 매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꾸준히 생산하는 플레이메이커, K리그 통산 264경기 102골 66도움을 기록했다. 에드가는 191cm 장신 타게터로 공중볼 장악력이 돋보인다. 161경기 50골 19도움을 기록했다.

에드가(왼쪽)가 역전골 직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리그 제공]

핵심 공격수인 둘은 대구 최후의 보루이면서 충남아산의 경계 대상 1호였다. 이날 경기 전 김현석 충남아산 감독은 “창원에서 전지훈련할 때 앵무새처럼 내내 부르짖은 게 에드가와 세징야”라며 “에드가는 선발에서 빠진 게 나도 의문이다. 세징야는 어떻게든 골대에 집어넣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갖췄다. 둘에게 실점 안 하면 해볼 만할 것”이라 말했다.

집중 견제 속에서도 ‘세드가’ 콤비는 기어이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구 토종 공격수들이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가운데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세징야는 1차전 1-4에서 멀티골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이날 합산 스코어 동점까지 만들어내며 해결사의 면모를 뽐냈다. 에드가는 전반 29분 안창민 대신 투입돼 그라운드를 분주히 누비며 골까지 터뜨렸다.

이찬동이 결승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리그 제공]

세드가가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면 이찬동은 깜짝 활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여름 대구에 입단한 이찬동은 정규시즌에서는 단 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0년대 광주FC,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치면서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2019년 상주상무 입대 후 출전 기회가 줄어든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이찬동은 승강 PO서 천금 같은 결승골로 난세의 영웅이 됐다. 문전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씻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창현 감독은 “이찬동은 밝은 에너지로 팀에 활력을 준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그동안 경기를 못 나가서 축 처져 있었다. 그럼에도 교체로 들어가 역할을 해주고, 결승골까지 넣어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박창현 감독. [사진=신희재 기자]

위기를 넘긴 대구는 내년 반등을 꿈꾼다. 최우선 과제는 ‘세드가’ 의존도 줄이기다. 올 시즌 세징야는 K리그1 30경기 11골 8도움, 에드가는 30경기 5골 1도움으로 꾸준하게 활약했다. 다만 어느덧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베테랑이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박창현 감독은 “세징야와 에드가는 구단의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둘 다 나이가 들고 회복 속도가 더뎌졌다. 계속 둘이 해줄 수는 없다. 둘에만 의존하면 발전이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경쟁해야 한다. 국내 선수들도 대구만의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쌓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창현 감독은 수원FC와 강원FC의 사례를 주목했다. 두 팀은 지난해 승강 PO에서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뒤, 올해 나란히 파이널A에 진출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수원FC는 5위, 강원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박창현 감독은 “승강 PO를 앞두고 두 팀의 사례를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두 팀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번 시즌은 어려움이 많았고 실패를 겪었다. 대구가 남들이 봐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 팀이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가도록 동계훈련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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