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부터 3.1운동,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사건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재조명되면서 한국영화 붐이 다시 일었다. 그러나 정작 연말 극장가를 대비해 웃음과 감동을 준비한 신작들은 비상계엄 여파로 한겨울 추위에 휩싸였다.
웨이브는 지난 9일 비상계엄 사태 전후 양일(12월 1~2일, 12월 4~5일)을 비교했을 때 계엄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의 시청시간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웨이브에 따르면 전두환과 신군부 정권 장악을 재각색한 영화 '서울의 봄'은 874.3% 급증했으며,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는 무려 1108.7%나 증가했다.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을 담은 드라마 '오월의 청춘' 3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12만 관객을 모은 '서울의 봄'은 개별 구매 유료영화 판매량이 687.3% 치솟아 웨이브 영화플러스(유료영화 부문) 이틀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봄'은 넷플릭스 영화 한국 톱10 1위를 장식하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news/photo/202412/474198_536682_5654.jpeg)
이런 가운데 제1회 서울작심(作心)영화제가 '서울의 봄'의 스크린 상영을 예고했다. 서울작심영화제는 올해의 시나리오 부문에 '서울의 봄'을 선정하고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 기간 동안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스크린 신작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티켓값 상승으로 관객 회복이 온전히 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에 시선이 쏠려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 불안한 시국에 홍보 행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오는 24일 개봉 예정이었던 이레, 진서연, 정수빈, 이정하, 손석구 출연의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는 개봉을 2주 앞두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는 공지를 전했다.
박지현, 시원, 성동일 출연의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감독 이종석)는 오는 12일 오전 11시 예정된 제작보고회를 행사 이틀 전 취소했다. 행사 취소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 사정"이라고 밝혔지만, 같은 날 박성재 법무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 비상계엄 관계자 탄핵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이 진행되는 만큼 홍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오갔다. 이에 영화 측은 "비상계엄 여파는 아니다. 내부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다음날 개봉한 '소방관'과 '1승'은 첫날 10만명도 되지 않는 관객 수로 출발했으며, 이중 '1승'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던 '모아나2', '위키드'에 밀려 100만 관객조차 모으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윤석, 이승기 주연의 '대가족' 역시 탄행정국 속에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개봉 전날인 10일 예매율 3위에 그쳤다.
반면 올 연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작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개봉일을 하루 앞당기고 개봉 3주 전부터 예매를 오픈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얼빈'은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화로, 근현대사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흐름을 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박정희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서울의 봄'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에 참여해 관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24일)에 개봉하는 '하얼빈'은 차주 계획된 홍보 일정을 예정대로 치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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