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VS 린샤오쥔, 희비 갈린 동갑내기 라이벌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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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VS 린샤오쥔, 희비 갈린 동갑내기 라이벌 [아시안게임]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5.02.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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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매우 재밌었다.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팬들이 더 재밌게 보시지 않겠나." (박지원)

“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고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많이 얻었다.”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1996년생 동갑내기 박지원(서울시청)과 린샤오쥔. 둘의 맞대결은 7일 개막한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초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은 둘을 향한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박지원과 린샤오쥔은 2010년대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으나 2019년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린샤오쥔이 중국 귀화를 택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동료에서 적이 된 둘은 서로 다른 국기를 단 뒤 처음으로 만난 국제종합대회에서 치열하게 겨뤘다. 박지원이 금메달 2개, 린샤오쥔이 금메달 1개를 획득해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린샤오쥔(왼쪽부터), 박지원, 장성우가 남자 1500m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 맞대결은 8일 오전 혼성 2000m 계주 결승에서 성사됐다. 박지원은 최민정~김길리(이상 성남시청)~김태성(화성시청)에 이은 4번 주자로 출격, 중국의 4번 주자로 나선 린샤오쥔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승자는 박지원. 결승선 2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를 달리던 린샤오쥔이 홀로 넘어져 한국이 여유롭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중국은 4개 팀 중 가장 늦게 들어와 빈손으로 돌아갔다.

박지원은 8일 오후 1500m 결승에서 2관왕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 셋, 중국 셋의 결승 구도에서 박지원은 레이스 초반 선두에 올라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마지막 바퀴에서는 린샤오쥔의 역전 시도를 막아내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다. 린샤오쥔은 2위에 머물렀다.

박지원(왼쪽)과 린샤오쥔이 혼성 2000m 계주 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마지막 경기였던 500m 결승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박지원은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파고들어 린샤오쥔과 쑨룽을 한꺼번에 제쳤다. 그러나 마지막 바퀴 첫 번째 코너에서 린샤오쥔에게 추월을 허용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쑨룽이 오른손으로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밀어줘 논란이 됐지만, 심판진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순위가 바뀌지 않았다.

9일 1000m 결승에서 박지원이 은메달, 린샤오쥔은 결승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마지막 경기였던 남자 5000m 계주는 린샤오쥔이 웃었다. 둘은 이번에도 4번 주자로 레이스 막판 선두 경쟁을 이어가다가 서로 손을 사용해 3위 카자흐스탄 선수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박지원은 2위, 린샤오쥔은 4위로 들어왔다. 그런데 비디오 리뷰에서 박지원에게만 페널티가 선언, 한국은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고 중국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지원. [사진=연합뉴스]

두 번의 아쉬운 결과가 있었으나 최종 성적은 박지원이 우위를 점했다. 박지원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로 커리어 첫 국제종합대회를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반면, 린샤오쥔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안방 중국에서 예상보다 고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박지원은 "매우 재밌었다"며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팬들이 더 재밌게 보시지 않겠나. 앞으로는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좋은 경험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지원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린샤오쥔과 재대결을 기대했다. "누가 이길지 장담은 못 하지만, 나도 상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올림픽에선 즐겁고 재밌게 경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린샤오쥔. [사진=연합뉴스]

린샤오쥔은 "내가 유일하게 없는 메달이 아시안게임 메달이라 꼭 참가하고 싶었다"며 "부담이 컸는데 이번 기회로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팬이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린샤오쥔은 친구 박지원을 보며 동기부여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내 주 종목은 1500m인데 나이를 먹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힘들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훈련했던 친구 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고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동기부여를 많이 얻었다. 경기장에서는 경쟁자지만, 밖에서는 친구라 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대를 앞둔 박지원과 린샤오쥔은 내년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박지원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 린샤오쥔은 중국 귀화 후 첫 올림픽 출전을 통해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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