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좋은 능력을 갖췄는데 부상이 잦아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캠프는 준비를 잘 해왔고, 참 열심히 했다."
이범호 KIA(기아) 타이거즈 감독은 19일 인천국제공항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1차 캠프를 마친 뒤 타자 최우수선수(MVP)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윤도현(22)을 떠올렸다. 2차 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윤도현에게 적합한 역할을 찾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올해 4년차를 앞둔 윤도현은 2차 2라운드 15순위라는 높은 순번에서 알 수 있듯 신인 시절부터 KIA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동기인 김도영(1차지명), 최지민(2차 1라운드), 황동하(2차 7라운드)가 나란히 1군에 정착해 더욱 기대가 크다.

특히 팀의 간판이 된 김도영과 학창 시절부터 친구이자 라이벌로 불려 눈길을 끈다. 둘은 광주 지역 우타 내야 유망주로 활동하면서 오랜 기간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김도영이 "타격은 (윤도현이) 나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
윤도현은 앞서 3시즌 동안 1군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원인은 부상. 입단 첫해인 2022년 손등뼈(중수골)를 시작으로 2023년 허벅지 근육, 지난해 옆구리와 손등뼈를 다쳐 재활에 전념했다. 지난해 9월 중순까지 1군 1경기 출전에 그친 배경이다.
지난 시즌 막판 기회가 찾아왔다. KIA가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해 9월 2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단 열흘, 6경기 출전이었지만 윤도현은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1홈런 8타점 5득점 1도루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대치를 한껏 높인 윤도현은 1차 캠프에서 내야 멀티 자원으로 분류돼 여러 포지션에서 수비 훈련에 매진했다. KIA가 김도영~박찬호~김선빈~패트릭 위즈덤(미국)으로 탄탄한 내야진을 구성해 당장 주전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유격수 박찬호는 올 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고, 1989년생 2루수 김선빈도 점차 수비 범위가 좁아지는 등 ‘에이징 커브(노쇠화에 따른 기량 저하)’와 싸우고 있다. 내야 센터라인 모두 불안 요소가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윤도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어느 자리가 될지 몰라서 내야 수비는 다 준비한다. 윤도현은 대타나 대수비보다는 주전으로 뛰는 게 나은 유형"이라며 "2루수, 3루수, 유격수 중 부상자가 나오면 그 자리에 윤도현을 넣을 것"이라 말했다.

새 시즌 윤도현의 목표는 '안 다치는 것'이다. 모자 챙에 '지나온 모든 걸음이 당신을 일으킨다'는 문구를 새기는 등 간절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윤도현은 "팬이 선물해 준 책에 있던 말”이라며 “그동안 다친 것도 안 좋은 일이지만, 마음을 다잡은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윤도현은 "건강하게 한 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다. 올해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치러서 내 약점을 알고 싶다"며 "(주전으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지금 대단한 선배들과 함께 야구한 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KIA는 20일 2차 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연습 경기 위주의 실전 훈련으로 다음달 22일 열리는 NC(엔씨)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