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다녀온 뒤 프랑스어로 ‘Merci beaucoup(메르씨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를 많이 쓰니까 팬들이 센스 있게 ‘멸치볶음’이라고 하더라. 세상이 좋아졌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37세 생일을 앞둔 '배구 여제' 김연경은 팬들이 준비한 클래퍼 2000장에 적힌 “김연경 태어나줘서 멸치볶음” 문구에 이렇게 화답했다.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첫 경기.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1(25-14 18-25 25-20 25-21)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배구팬과 미디어의 관심은 올 시즌 이후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에게 집중됐다.

1988년 2월 26일생인 김연경은 이날 6067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팀 내 득점 공동 1위인 20점과 함께 공격성공률 53.13%, 리시브효율 60%로 공수에 걸쳐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경기 후에는 깜짝 이벤트가 진행됐다. 흥국생명의 '철쭉응원단'이 김연경을 향해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고, 생일 축하 노래를 떼창했다. 김연경은 쑥스럽게 웃다가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응한 김연경은 “생일을 앞두고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경기 전에도 장난으로 이야기했지만, 내일이면 37세가 된다. ‘36세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한 살 더 먹게 됐는데 앞으로 더 잘해보겠다. 많은 분이 경기장에 와 생일을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둔 김연경은 이르면 37세 생일날에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GS칼텍스 KIXX-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경기에서 2위 정관장이 승점 3 확보에 실패하면 남은 매직넘버 1을 모두 지우게 된다. 흥국생명은 26일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고, 김연경은 지인들과 가볍게 생일을 자축할 예정이다.
정관장이 GS칼텍스전에서 승점 3을 확보할 경우, 흥국생명은 다음달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정관장과의 맞대결을 통해 정규리그 1위 확정에 도전한다. 승점 1만 추가해도 남은 4경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은 "장소와 관계없이 빨리 1위를 확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관장은 올 시즌 GS칼텍스 상대 5연승으로 강했다. 홈에서 열린 22일 맞대결도 세트 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로 끝냈다. 다만 원정에서는 2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 승점 3을 추가한 적이 없었다.

한편, 정관장은 25일 "다음달 1일 흥국생명전 좌석 티켓 3300석이 24일 발매 오픈 3분 만에 매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6일 화성체육관에서 김연경의 은퇴 투어가 시작된 뒤 4경기 연속 매진 행진이다.
김연경은 1일 정관장전, 6일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인천 삼산월드체육관), 11일 광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전(광주 페퍼스타디움), 15일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인천 삼산월드체육관), 20일 GS칼텍스전(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은퇴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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