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광주FC는 토너먼트 진출(16강)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팀에 좀 더 많은 상금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참가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 광주FC 주장 이민기는 ACL 출전 각오를 묻자 ‘상금’을 콕 집어 언급했다.
2010년 창단한 광주는 K리그에서 재정 문제를 겪는 대표적인 팀 중 하나다. 2년 전에는 K리그1 구단 중 연봉 총액 최하위(59억5000만원)였고, 지난해에는 2022시즌 호성적(3위)을 반영해 연봉 총액(96억7000만원)을 늘리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정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여름 선수 영입이 막히고 겨울에는 허율, 이희균 등 핵심 자원을 방출해야만 했다.

광주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다. 올 시즌 새롭게 개편된 ACLE는 대회 전부터 늘어난 상금 규모로 주목받았다. 모든 참가팀이 80만달러(11억6000만원)를 출전료 성격의 상금으로 받는다. 16강에 진출하면 20만달러(2억9000만원)가 추가된다.
토너먼트에서는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상금이 껑충 뛴다. 8강에 오르면 40만달러(5억8000만원), 4강은 60만달러(8억7000만원)다. 결승은 0 하나가 늘어난다. 준우승팀은 400만달러(58억2000만원), 우승팀은 무려 1000만달러(145억4000만원)를 수령한다.
광주의 강력한 동기부여는 기적의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 비셀 고베(일본)의 2024~2025 ACLE 16강 2차전. 앞서 원정 1차전서 0-2로 패했던 광주는 연장 120분 혈투 끝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합산 스코어 3-2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시도민구단 최초 ACL 8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도 작성했다. 올 시즌 광주의 ACLE 누적 상금은 조별리그 승리 수당(40만달러) 포함 180만달러(26억2000만원)로 늘어났다.

이날 광주는 지난 시즌 J리그 우승팀 고베를 상대로 볼점유율을 높게 유지, 주도하는 축구로 눈길을 끌었다. 볼점유율 60%-40%, 슈팅 21-16, 유효슈팅은 무려 9-1로 압도하며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부임 4년차를 맞이한 이정효 광주 감독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광주는 K리그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강한 압박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지난해 전방 압박 강도를 나타내는 PPDA에서 7.1로 리그 1위. 공격에서도 시퀀스당 공 소유시간 13.45초, 전진속도 시속 7.82km로 ‘가장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한 구단’으로 기록됐다. 매 시즌 선수단 변동 폭이 커도 확실하게 방향성을 잡아주는 지도자 덕분에 꾸준히 성과를 낸다.

여기에 해결사가 힘을 보탰다. ACLE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는 광주 윙어 아사니(알바니아)다. 2023년부터 광주 유니폼을 입고 뛴 아사니는 올 시즌 ACLE 최고 스타로 급부상했다. 9경기에서 9골 1도움을 올리는 괴력으로 광주의 8강행을 이끌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리야드 마레즈(알아흘리·8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7골)보다 많은 골을 넣었다.
특히 고베전은 아사니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후반 40분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연장 후반 13분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고베 수비 8명이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놀라운 장면으로 기적을 완성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효 감독과 아사니는 모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용감하게 압박했고, 조직적으로 몰입해 이런 경기 결과를 만들었다"며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승리를 끌어낸 선수단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사니는 "광주의 실력을 증명했다. 자력으로 ACLE 8강에 진출해 매 순간 역사를 쓰고 있다. 광주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오늘 무조건 골을 넣는다'고 말해뒀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ACLE는 8강부터 동서로 구분된 권역을 허물고 동아시아 대 서아시아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현지시간으로 다음달 25일부터 5월 4일까지 중립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강부터 결승전까지 단판으로 우승팀을 정한다.
이정효 감독은 "일단 8강이 목표였다. 4월까지는 리그 일정에 집중하겠다. 다가오는 김천상무전만 생각하겠다”며 다음 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광주는 오는 16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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