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32.31. 야수 9개 포지션 중 1위.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3루수 9명의 승리기여도(WAR) 총합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였던 KIA(기아) 타이거즈 김도영이 8.32. 그 뒤를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6.13), SSG 랜더스 최정(4.55), LG(엘지) 트윈스 문보경(4.32)이 이었다. 골든글러브급이라는 WAR 4 이상만 4명, 주전급인 WAR 2 이상은 무려 7명이었다.
별명 그대로 ‘핫코너’였던 3루수 부문의 경쟁은 올 시즌 초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였던 두 빅네임이 개막 전후 부상 이슈로 흔들리는 중이다. 그 틈을 타 두 4번타자가 개막 후 2경기에서 연속 홈런으로 치고 나왔다. 최정, 김도영, 문보경 그리고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주인공이다.

최정은 지난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 중 포구 동작에서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쳤다. 18일과 19일, 두 차례 검진을 거쳐 햄스트링 부분 손상(그레이드1) 진단을 받았다.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정확한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재검진 후 상태가 호전되면 퓨처스(2군)를 거쳐 1군에 복귀할 계획이다.
2005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한국시리즈 우승 5회, 골든글러브 3루수 부문 8회, 홈런왕 3회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특히 올 시즌에는 KBO리그 최초 500홈런 도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통산 495개 아치를 그려 단 5개만 남겨둔 상황. 시범경기에서도 7경기 2홈런으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최정은 2006시즌부터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2016시즌부터는 9시즌 연속 20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꾸준함과 함께 독보적 활약을 이어온 최정이 시즌 초반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SSG는 고민이 커졌다. 일단 지난 주말 개막 시리즈는 2년차 내야수 박지환이 핫코너를 책임졌다.

김도영은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NC(엔씨) 다이노스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최정과 같은 부위를 다쳤다.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1루 귀루 과정에서 통증을 느꼈다. 곧바로 대주자 윤도현과 교체된 뒤,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한 결과 왼쪽 햄스트링 손상(그레이드1)이 확인됐다.
간판타자 김도영의 부상 이탈 소식에 KIA 팬덤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귀루를 지시한 윤해진 1루 주루코치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그러자 김도영은 22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 부상은 온전히 나의 잘못"이라 강조한 뒤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한 경기만에 사라져서 죄송하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KIA는 당분간 윤도현, 홍종표, 김규성 등 백업 내야수들이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퓨처스에서 3경기 12타수 4안타, 2루타 3개를 뽑아낸 변우혁도 유력한 콜업 후보다. 김도영은 회복과 재활에 전념한 뒤, 다음달 하순 1군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과 김도영이 주춤한 사이, 문보경은 개막 2연전 최고 스타로 급부상했다. 22일과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LG 4번타자로 출격, 8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 4득점 1볼넷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특히 22일 개막전 첫 타석에서 찰리 반즈(미국) 상대로 올 시즌 KBO리그 1호 홈런을 쏘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문보경은 개막전 직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첫 타석 홈런으로 리그 첫 번째 홈런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올 시즌은 더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많이 승리해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것"이라 약속했다.

한화 4번타자 노시환도 3루수 경쟁에 가세했다. 22일과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케이티) 위즈와의 2연전에서 9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 1도루로 주목받았다. 특히 23일에는 3-4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KT 마무리 박영현의 3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익수 뒤 비거리 110m 동점 솔로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 시즌 7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는 한화는 2년 전 홈런·타점 2관왕에 올랐던 노시환의 활약이 중요하다. 노시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매년 목표가 가을야구였다"며 "올해는 신구장도 들어서고 팬들도 큰 기대를 해주시는 만큼 단단히 마음먹겠다.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가을야구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 외에도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 키움 여동욱이 지난 주말 3루수로 출전해 홈런포를 가동했다. KT 허경민(10타수 5안타), 두산 베어스 강승호(8타수 3안타), 롯데 손호영(8타수 2안타)도 예열을 마쳤다. NC는 김휘집과 서호철을 번갈아 기용해 팀 내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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