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기나 해보자" 한화 김태연이 불운 극복한 비결 [한화 홈개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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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나 해보자" 한화 김태연이 불운 극복한 비결 [한화 홈개막전]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5.03.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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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생각했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28)은 올 시즌 초반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잘 맞은 타구가 아웃카운트로 바뀌는 경우가 잦았다. 25일 LG(엘지) 트윈스전은 6회초 외야로 보낸 장타성 타구가 중견수 박해민의 그림 같은 호수비에 걸렸다. 28일 KIA(기아) 타이거즈전에는 4회말 내야 정중앙을 가르는 타구가 2루수 김선빈의 시프트에 막혀 병살타로 연결됐다.

주중 3연전 11타수 무안타에 KIA전 첫 두 타석 무안타까지. 개막 2연전 7타수 3안타로 컨디션이 좋았던 김태연은 병살타 직후 타율이 0.150까지 떨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답답했던 김태연은 KIA전 세 번째 타석에서 스스로 막힌 혈을 뚫고 한 방을 날렸다.

김태연.

김태연은 2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서 열린 KIA와의 2025 신한 쏠(SOL)뱅크 KBO리그 주말 3연전 첫 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화는 KIA를 7-2로 제압하고 신구장 개장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는 김태연의 세 번째 타석을 기점으로 양상이 달라졌다. 0-2로 뒤진 7회말 2사 주자 없이 볼카운트 2-2 상황. 김태연은 KIA 전상현의 6구째 슬라이더를 휘둘러 좌익수 뒤 비거리 115m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 이후 한화 타선은 KIA 필승조 상대 5연속 사사구로 역전에 성공하고, 2사 만루에서 에스테반 플로리얼(도미니카공화국)의 2타점 적시타까지 추가해 5-2로 달아났다.

김태연은 8회 중전 안타 후 이진영의 유격수 땅볼 타구에서 상대 실책을 틈타 홈을 밟았다. 2안타 2득점 경기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태연은 “(최근) 팀 타선이 결과적으로 많이 안 좋았던 건 맞지만,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며 “못 칠 건 없기 때문에 자신을 믿고 하다 보면 타격은 언젠가 터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연이 솔로홈런 직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17일 시범경기에서 한화생명볼파크 공식 첫 홈런을 때렸던 김태연은 정규리그에서는 아쉽게 1호를 놓쳤다. 7회초 KIA 패트릭 위즈덤(미국)의 솔로포가 한 발 더 빨랐다. 김태연은 “홈런을 노리고 치지는 않아서 1호가 아닌 건 괜찮았지만, 상대편 선수가 (한화 타자보다 먼저) 친 게 기분이 상했다”고 아쉬워했다.

승부욕이 강한 김태연은 이날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성 타구가 병살타로 바뀐 뒤 “웃음이 나왔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생각했다”며 전의를 불태운 사실을 밝혔다. 곧바로 다음 타석에서 1점 홈런을 뽑아낸 뒤 큰 동작의 세리머니로 그간의 울분을 씻어냈다. “답답했던 상황에서 감정이 끌어올라와 그런 행동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화 선수단이 솔로홈런을 치고 돌아온 김태연을 향해 하이파이브를 건네고 있다.

한화는 KIA전을 앞두고 타순과 포지션에 변동이 있었다. 김태연은 개막 후 5경기 연속 1번 좌익수로 나선 것과 달리, 이날은 6번 1루수로 출발했다. 상위타순과 하위타순, 외야 왼쪽과 내야 오른쪽 등 바뀐 환경이 어색할 법도 했다.

김태연은 ‘환경 탓’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 포지션에 나올 수도 있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며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몇 년 동안 (멀티 포지션을) 했는데 못 이겨내면 경기에 나갈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 덧붙였다.

홈 개막전 승리로 한화는 4연패 늪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태연은 “오늘 승리를 계기로 다들 자신감 갖고 타석에 임하면 좀 더 활발한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며 “만원 관중(1만7000명) 앞에서 팬들의 열기를 느꼈다. 시즌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좀 더 힘내서 잘하겠다”고 한화팬들의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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