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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배우, 그 '풍요 속 빈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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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배우, 그 '풍요 속 빈곤' 이야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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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언론과 방송가 관계자들이 늘어놓는 푸념 가운데 하나가 '20대 여배우 기근'이다. 김수현, 이민호, 이종석, 김우빈, 박유천, 유아인, 송중기, 장근석 등 대어급 20대 남자배우는 즐비한데 상대적으로 톱클래스 20대 여우가 부재하다는 탄식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얼까.

현재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강소라 진세연, ‘연애 말고 결혼’의 한그루, ‘유나의 거리’의 김옥빈, ‘트로트의 연인’의 정은지, ‘끝없는 사랑’의 황정음,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고아라, ‘트라이앵글’의 백진희, ‘왔다! 장보리’의 오연서, ‘기분좋은 날’의 박세영이 여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다.

▲ 황정음 한그루 오연서 김옥빈(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SBS JTBC MBC 홈페이지 캡처]

이들 외에 올해와 지난해 방영된 ‘골든 크로스'의 이시영, '예쁜 남자’의 아이유, ‘총리와 나’의 윤아, '황금무지개'의 유이, ‘빅맨’의 이다희‘, ’개과천선‘의 박민영, ’상속자들‘의 박신혜, ’굿닥터‘의 문채원, ’구가의 서‘의 수지, ’불의 여신 정이‘의 문근영, ’무정도시‘의 남규리 그리고 ‘동이‘ 이후 영화 쪽에서 맹활약 중인 한효주가 모두 20대 여배우들이다.

‘기근’ ‘부재’란 말이 나올 만큼 적은 숫자는 결코 아니다. ‘황금시대’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20대 남자배우에 비해 ‘부실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이들을 둘러싼 녹록치 않은 현실과 배우 자체의 스타성에서 기인한다.

드라마홍보사 3HW COM의 노윤애 대표는 “톱스타는 시청률, 연기력, 존재감, 인기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드라마 톱을 찍은 뒤 CF 톱을 찍고, 영화쪽 러브콜을 받아 톱을 찍는 패턴을 보인다”며 “김수현부터 장근석까지 20대 남자배우들은 이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정상에 서 있으나 20대 여배우들 가운데 이런 패턴을 보이는 인물은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 수지 윤아 고아라 박신혜(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까르띠에, 코스모폴리탄, 잠방이 제공]

20대 여배우 군단을 특징별로 나눠보면 대중적 인기와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핫’한 아이돌 가수 출신 그룹(수지, 아이유, 정은지, 고아라, 윤아, 유이, 남규리)과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며 실력을 쌓아온 토종 연기자 그룹이 있다.

문제는 앞선 방송 관계자의 말대로 ‘2개 이상 히트작 보유’ ‘캐스팅 1순위’ ‘드라마 영화 섭렵’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 인물이 별반 없다는 점이다. 스타성이 있으면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작품을 끌고 가는 ‘원톱’으로써 불안하고, 연기력이 있으면 스타성이 떨어져 대중의 관심을 장악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효주 정도가 흥행 보증수표인 ‘톱배우’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거론한다.

반면 30대 여배우들은 여전히 막강 위력을 발휘한다. 전지현, 공효진, 손예진, 송혜교, 이민정, 이보영, 이요원, 하지원, 김태희, 김민희, 이나영, 김하늘, 한지민, 정유미, 조여정, 장나라 등은 드라마·영화의 여주인공을 척척 맡고, 만족스러운 흥행 결과를 내놓는다. 심지어 마흔 가까운 나이에 극중 20대 후반인 여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하기까지 한다.

▲ 이시영 정은지 백진희 진세연(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원섭 JTBC 드라마 기획1팀장은 “그간 제작사들이 방송사 편성을 위해 검증된 (30대)배우들만 쓰려고 했다. 방송사는 시청률에 얽매여 (20대)배우 캐스팅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는 나태함이자 실험정신의 부족이다”고 꼬집었다. 송 팀장은 과거 미니시리즈와 주말극 여주인공은 대부분 20대 여배우가 맡았음을 환기시켰다. 당시 많은 여배우들이 ‘발연기’ 논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기회를 얻어 지금의 톱스타로 성장했듯 현재 20대 여배우들에게도 발전의 기회를 제공해야만 기형적 배우수급 구조가 정상화되고, 배우풀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대적 요인도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을 부채질한다. 10여 년 전에는 ‘신데렐라’ ‘캔디’ 스토리가 많아 감정이입의 대상인 여배우는 여성 시청자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 남성으로부터는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철저히 주 시청자인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남성 캐릭터 위주의 드라마나 스릴러, 액션, 사극 등 장르물이 주로 제작되다보니 ‘남자배우는 드라마 찍고, 여배우는 멜로에 갇힌’ 현상이 반복된다.

▲ 영화 '반창꼬'의 20대 여배우 한효주(위)와 '우는 남자'의 30대 여배우 김민희(아래)

노윤애 대표는 “20대 남자배우들이 대세이고, 30대 여배우들의 인기가 20대 여배우들을 압도하다보니 시대적 트렌드이기도 하나 시청률 제고를 위해 자꾸 연상연하 커플 소재 드라마(20대 남+30대 여)를 내놓게 된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20대 여우들에게 있어선 빈곤의 악순환이다.

최근 영화 ‘우는 남자’를 통해 섬세한 감정표현을 극찬받은 김민희는 20대 시절, 어설픈 연기력 탓에 질타를 받으면서도 시행착오 끝에 톱클래스 여배우로 거듭났다. 방송사와 시청자는 최소한 20대 여배우들이 기량을 펼칠 장을 마련해 주고, 관심의 시선을 보내야 한다. 20대 여우들은 반짝 떴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배우가 아닌, 30대까지 버티면서 롱런 기회를 잡는 '김민희 식' 근성을 보여야 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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